일상의 편린/블라블라2010/03/13 00:51
법정스님 말씀
아직 <일기일회>를 덜 읽었는데, 이렇게 홀연히 떠나셨다. 책을 처음 펼쳤던 1월에는 이런 이별은 상상해보지 않았는데. 유언을 겸한 그 분의 말씀을 찾아 읽으면서 마음이 참 먹먹해졌다. 반사적으로 작년 겨울에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생각났다. 더불어 작년 5월에 가신 그 분도. 나라의 큰어른들께서 서둘러 자연으로 돌아가시는 것 같아 외롭고 무서워졌다. 조금 더 세상에 머물러 계셔도 좋을 텐데.
'말빚'이란 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무소유'를 설파하셨던 만큼 세상에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홀홀히 떠나시고 싶으셨을 테다. 다시금 되뇌어 본다.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잊혀지지 않을 말이 될 것 같다. 아직 말빚을 무수히 지고 있고 무소유보다 소유욕에 허덕이는 나는 버리기에 능하지 못하니까.
<무소유>를 꺼내었다. 무소유 항목을 찾아 읽었다. 맨 마지막 구절은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다른 의미이다' 라고 쓰여있다. 이제 육체를 버리셨으니 더 많은 것들을 품에 안으셨을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띠지에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가 쓰여져 있었다.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
동의한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고 한 만큼 현재 그 분의 베스트셀러인 <무소유>는 대부분 판매중단 상태다. 이 와중에 이미 이 책을 갖고 있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철없다. 역시 난 아직 '무소유'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멀었구나.
'나는 죽을 때 농담을 하며 죽을 것이다. 만약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런 것들을 내 몸에 매단다면 벌떡 일어나 발로 차 버릴 것이다'라는 대목은 어쩐지 미소짓게 된다. 농담을 하며 죽을 수 있는 것은 참 행복한 삶 혹은 죽음 이란 생각이 들어서. 열반에 드시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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