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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부녀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세주문화


<드레곤 헤드>의 작가, 모치즈키 미네타로가 선사하는 초특급 공포 미스터리.
<좌부녀>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단 1권으로 발행부수 32만 부를 넘어서는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얼마전에 중고샵에서 득템한 만화. 예전에 '웹진 블라블라'였나, 아무튼 이 만화에 대한 리뷰를 보고 굉장히 읽고 싶었던 건데, 품절돼서 못 사고 있다가 이번에 구해서 읽었다. '블라블라'가 아직 살아있던 게 2005년 경이라 시간이 많이 흐른 관계로 리뷰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표지만 봐도 은근한 공포가 느껴지기에 내심 기대되는 만화였다. <좌부녀>는 일본어로 座敷女(ざしきおんな, 자시키온나)니까 굳이 뜻풀이를 하자면 '객실녀'쯤 된다. 대체 무슨 의미로 붙여진 제목인지 감이 안 잡혔는데, 만화를 읽다보니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이해가 간다.

곧 폭우가 쏟아질 듯한 어느날 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히로시의 귀에 벨 소리가 들린다. 옆방인가? 한 번, 두 번, 세번, 네 번……. 신경이 쓰여 현관문에 귀를 바짝대고 들어보니 "열어줘…."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옆집 사는 놈 여자가 찾아 올 타입이 아니던데……. 끈질긴 벨소리에 대한 짜증과 어떤 여자인가 하는 호기심에 문을 연 히로시의 눈이 커진다. 딱 봐도 호감과는 거리가 먼 외모와 옷차림,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 등 이 모든게 어쩐지 스산한 분위기를 발산해내는 여자(사치코)가 옆방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굳이 옆집 동향을 세세히 살피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밤중에 옆집의 벨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면 짜증이 나서라도 당연히 문을 열어 누군지 확인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예상치도 못한 결과물로 자신을 괴롭힌다면 글쎄, 그때부터 그것은 공포가 된다.

스토커가 무서운 건 '광적인 집착'과 함께 감히 그 행동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절절한 구애와 악질적인 스토킹의 차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유무일 것이다. 사치코의 행동에는 배려가 없다. 하물며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면? 공포의 크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보통 스토킹이라 하면 애정이 지나쳐서 집착이 된 나머지 관심의 대상을 병적으로 쫓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스토커가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최소한 애정에서 집착으로 변화할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좌부녀>의 사치코는 그런 기본적인 과정이란 게 없다. 전개 과정 없이 발단에서 바로 절정으로 넘어간다. 도무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힘든 것들이다. 심지어 가라테 유단자에게 급소를 얻어맞아도 '아앙,아앙' 울면서(!) 달려드는 공격성은 오히려 때리는 사람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웬만한 남자보다 훨씬 큰 키에 올이 나간 스타킹, 지저분한 트렌치 코트,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종이 가방을 주렁주렁(...) 손에 든 채 치렁치렁한 긴 머리 휘날리며 미친듯이 쫓아오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섬뜩해지지 않을까. (아, 무서웠어! ㅠㅠ) 선혈이 난무하거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심장이 죄어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앞서 말했듯이 사치코의 행위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정확히 말하면 사치코 외에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그런 일에 대해 최소한의 예방조치도 취할 수가 없다. 마치 '묻지마 살인'처럼 누구라도 운 나쁘면 걸려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좌부녀>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공포를 보여준다. '사치코'의 개인사는 철저히 차단한 채 -암시적인 대사를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유추할 수 없다- 그저 행위만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인의 숨겨진 공포를 끄집어낸다. 단지 누가 벨을 울리는지 확인만 하려 했을 뿐인데, 그로 말미암아 죽음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는 설정은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면 귀찮은 일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현대인의 두려움을 극단적인 픽션으로 표현해 낸 것이 아닐까. 특히 마지막에 야마모토가 등장하며 보여주는  반전 아닌 반전은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압권이었다. 그저 문을 열었을 뿐인데, 단지 그것 뿐인데……. <좌부녀>가 가진 공포의 본질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야마모토와 히로시, 그리고 사치코의 일화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풍설이 되고, 늘 그렇듯 여러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과장과 축소, 변질이 거듭된다. 이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괴담으로 정착되는 순간, 사치코는 사람들의 일상을 알게 모르게 침범하며 도시전설이 되어 간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대기중에 부유하는 이야기. <좌부녀>가 무섭지 않다고? 이 만화를 읽고 난 뒤, 옆집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잠깐이라도 망설이게 된다면 <좌부녀>의 공포는 유효하다. 난 아마 한동안은 그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든다.



덧,
1. 사치코의 이미지는 사다코(링)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름마저 비슷하잖아.
2. 왠지 이토준지가 생각나는 그림. 그래서 더 무서웠을지도.
3. 생각해보니까 하는 짓은 <검은 집>의 사치코다. 이름은 아예 똑같다. 무섭구만.


앗, misha 님의 제보로 당시에 제가 보았던 <좌부녀> 관련글과 리뷰를 링크합니다.
특히 <넌 휴가가니? 난 만화책 본다>는 여름이 다가오니 한번 읽어보고 참고하셔도 좋을 듯.

넌 휴가가니? 난 만화책 본다 - misha
좌부녀(座敷女)-당신의 집 대문 앞에는 그녀가 없나요 - misha
2009/05/31 12:06 2009/05/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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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sha 2009/05/31 18:52  덧글주소  수정/삭제  덧글쓰기

    음...블라블라에서 좌부녀 관련 리뷰를 보셨다면 아마 제가 썼던 글인 거 같아요. ^^; 제 홈에서 검색하시면 그때의 리뷰랑 좌부녀 관련 감상글 아직 남아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