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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사의 백신 영어
8점
고수민 지음
은행나무


'이런 식의 어학공부에 관한 책은 남부럽지 않게 읽어봤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실력은 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누군가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라 내게 하는 혼잣말 같은 건데, 사실 이미 답은 알고 있다. 읽기만 하고 제대로 (따라)하지 않으니까. 늘 그렇지만 이런 식의 방법서라든가 내용은 좀 다르지만 (소위) 자기 계발서 같은 것들은 읽을 당시에는 의욕이 불끈불끈 샘솟지만 책에서 손을 놓는 순간, 순식간에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고 만다. 그러면서 그때부터는 분석의 단계. 이 사람은 자기 잘난 척만 한다는 둥, 이 사람은 원론적인 얘기만 잔뜩 한다는 둥, 이 사람은 너무 무식한 방법을 말하고 있다는 둥,...-_-;;;  긍정적일 경우에도 저자를 믿고 따라하는 건 길어봐야 작심삼일이요, 짧으면 작심삼초도 허다하다. 결국 실제로 공부하는 방법은 결국 원래 해오던대로가 대부분인데,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다름 아니라 '내 생애 마지막 영어 공부법'이란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저자인 고수민 씨 역시 이런 식으로 영어공부방법서란 방법서는 남부럽지 않게 읽어본 사람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왜 늘지 않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해 본 사람 중에 하나다. 물론 지금은 책을 냈으니 반대의 입장이 되버렸지만, 공통분모는 있다는 말이다. 얼마나 자신있기에 '내 생애 마지막...'이란 말을 달았나 구경이나 한번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책을 펼쳐드니 영어공부에 관한 이야기라면서 영어는 가뭄에 콩 나듯 하고 한글만 빼곡하다. 얼래? 특이하긴 하네?

책은 아주 주변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가장 처음에 하는 얘기가 다중언어 구사자의 허상(?)에 관한 내용인데, 이런 얘기를 누군가 이렇게 콕 집어서 얘기해준다는 게 한편으로 참신했다. 다중언어 구사자란 모국어 외에 다수의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인데, 여기서는 이민 1세대, 1.5세대, 그리고 2세대 이후로 나누어서 얘기한다. 1세대는 외국어 실력은 좀 모자라지만 모국어에 대한 기반이 확실히 잡혀있고, 1.5세대(어린 시절 이민 간 경우)는 외국어 실력은 1세대보다 괜찮으나 모국어 실력이 그 나이에서 멈춰버린다. 둘다 어중간하달까. 마지막으로 2세대는 당연히 외국어 실력은 월등하나 모국어 실력은 아주 낮다.(물론 2세대의 경우 대개 외국어 자체가 모국어가 되겠지만;) 제 3자가 보기에 이민자들은 어쨌든 모국어도 할 줄 알고, 외국어도 잘 하니까 두 가지 다 완벽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 허상을 단적으로 집어준다. 이런 얘기가 단순히 '그 사람들 너무 부러워하지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외국어란 게 단순히 말을 할 줄 안다고 끝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민 2세대의 경우 네이티브와 흡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바로 문화와 역사다. 말이야 네이티브와 큰 차이가 없겠지만, 부모 이전 세대부터 오랜 시간 그곳에서 살아왔던 사람과 이민 2세대는 문화와 역사를 받아들이는 범위와 깊이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모르지만 글을 써보면 그 역량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보니 '뭐 어쩌라는 말이냐?' 싶어서 짜증이 슬며시 일었는데, 그 순간 독자의 심정을 알았는지 저자가 말하길, '외국어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니 현실을 충분히 직시하는 게 중요하다'란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지 않나? 외국어의 어려움을? 그러나 조금 더 끈기있게 읽어보면 저자의 진심을 알 수 있다. 현실을 충분히 안다면 '이렇게만 하면 누구만큼 할 수 있다'나 '쉽게 공부하는 외국어' 같은 문구에 속지 말자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런 식의 쉬운 외국어(영어)가 아예 쓸모없는 건 아니다. 외국 나가서 영어 한마디 못해도 만국 공통어인 바디랭귀지와 여행 가이드 하나면 외국 사람들도 충분히 알아먹는다. 그렇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거다. 여기서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데, 아마 이 책이 전하고 싶은 가장 핵심 생각이 아닐까 한다. "돈 쓰는 영어는 쉽다. 하지만 돈 버는 영어는 어렵다."

이 말은 결국  쉽게 공부할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쉽게'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부하는가이다. 이 책은 여기에 대한 조그마한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뉴욕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는 '돈 버는 외국어(영어)'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미 몸으로 체험한, 그리고 체험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위의 말이 더욱 더 와닿았다. 이미 저자의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내용이고 나도 책을 보기 전 몇 번인가 들어가서 봤지만 '정리'와 '편의' 차원에서 책으로 보는 게 훨씬 좋았다. 많은 부분 이미 알고 있는 얘기고 또 상당 부분 원론과 원칙을 얘기하고 있지만,  '나 이렇게 성공했어요!' 혹은 '나처럼만 하면 잘 할 수 있어!'류의 잘난 척이 아니라 '이러면 좀 더 낫지 않을까요?'하고 넌지시 던져주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솔직한 점도 마음에 들고. 사실 방법적인 조언이라기보다 영어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외국어에 대한 멘토로서의 기능이 더 훌륭한 책이다.

우리는 이미 외국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끈기고, 인내심이다. 자신의 방법을 믿고, 자신의 방법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고쳐나갈 수 없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다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외국어 좀 한다는 사람들은 남의 방법에 대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너네가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쉽게 얘기하는 경우도 봤다. 이 책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다른 방법들에 대해서 함부로 소용없다고 얘기하지 않아서이다. 다만 어느 것부터 해야할 지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예를 들면 '영화로 하는 영어공부는 초보자가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으니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후 이러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해보세요'라든지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로 된 원서만 계속 읽는 것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처음에는 영한대역 교재가 교정을 해줄 수 있어 더 좋은 점이 있다'든지 하는 것들. 사실 영한대역서 읽는다고 하면 무시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이런 식의 조언이 얼마나 고맙던지. 이 밖에도 라디오로 하는 영어공부의 좋은 점, 원서를 읽는 좋은 방법, 토익·토플 위주 영어공부의 폐해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들도 제법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EBS 라디오 영어를 듣고 있는 중이다. 출근이 늦은 편이라 아침 7시 20분에 부시시 깨어나 녹음 버튼 눌러놓고 비몽사몽 듣지만, 그 와중에 따라하며 들었더니 벌써 몇몇 구문은 저절로 외워져서 내심 뿌듯하다.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되었고 그 사이 며칠은 못 들었지만 인터넷에서 다시 듣기 구매해서 들으며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나름대로 느낀 점이 많이 이번엔 작심삼일이 안 되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크게 자신은 없다.(워낙 포기한 전적이 많아서 -_ㅠ) 이 책이 정말로 '내 생애 마지막 영어공부법'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몇몇 말들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힘을 얻으려고 한다. Thank you!
2009/11/09 02:17 2009/11/09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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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언제 영어를 공부해야 할까?

    Tracked from camp SeeReal 2009/12/07 14:04  삭제

    여기에서 본 '뉴욕의사의 백신영어'에 나오는 구절 중 인상적인 게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바이링궐'이라고 부러워하는 이민 1~1.5~2세대를 마냥 부러워할만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즉 한국에서 나고 자란 1세대는 어차피 우리처럼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 서투르고, 나기는 한국에서 나서 한동안 지냈으되 14살(아, 그노무 결정적 시기!) 전에 도미해 영어를 익힌 1.5세대는 한국어도 영어도 어중간하게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예 미국에서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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