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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이제 거의 습관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백야행]을 처음 읽었을 때,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라면 닥치고 읽을 것 같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정말로 그렇게 되어버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렇다고 작정하고 읽었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것은 역시 '끌림'일까?

추리/미스터리 장르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들이 몇 있는데 그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내 대답은 애매해진다. 아주 좋아한다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반대로 별로라고 하기엔 더더욱 애매하다. 하지만 그의 책이 나오면 거의 반드시 읽는다. 이건 뭐지?

그 이유를 [유성의 인연]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됐다.

그것은 이야기의 '재미'다. 특히 그의 작품속에는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작품 전체에 흐르고, 발단-전개-절정-결말이라는 단계별 구성에 충실하다. 초반에 독자를 몰아치지 않으면서도 단숨에 이야기의 본 궤도로 올리는 전개 속도는 중간에 끊어읽기가 힘들 정도로 탁월하다. 반짝반짝한 소재와 트릭, 반전들은 그의 작품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 물론 가끔은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가 싶은 작품도 있고, 절정과 결말 사이에서 속도 조절을 못해 호흡이 지나치게 가빠지는 작품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런 부분을 충분히 상쇄시킬 만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재미'가 있다.

작년 4분기에 방영된 일본드라마 중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단연 '유성의 인연'일 것이다. 2007년 4분기에 방영된 '갈릴레오'가 평균 20%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보였고, 2008년에 영화화 된 '용의자 X의 헌신'도 흥행에 꽤 성공했으니, 그 다음으로 영상화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을 것이다. 게다가 '유성의 인연'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 아닌가. 거기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일본 아이돌계를 들었다놨다 하는 쟈니즈 출신이니 더 말해서 무엇하랴. 안타까운 것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유성의 인연]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가 탄 국내 팬들이 원서를 사서 자체적으로 번역해서 돌려볼 정도였으니, 과연 그 인기가 실감이 났다.

드라마 때문은 아니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라는 점에서 나 역시 [유성의 인연]이 상당히 보고 싶었는데, 마침 환율 폭탄을 맞아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서 한권 값이 무려 3만원대에 육박. 이게 무슨 인문서적도 아니고......-_-; 그냥 조용히 번역본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석 달쯤 걸려 1월 초, 드디어 번역본이 나왔다. 일부러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괜히 더 설레는 느낌. 꺅꺅.

늘 그렇듯이 저녁 식사 후 침대에 폭 숨어들어 느긋하게 읽기 시작한 책은 밤 1시가 넘어 끝이 났다. 두 권 짜리라 시간이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역시 한번 탄력이 붙으면 속도감 하나는 끝내준다. 다만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범인이 누구인지를 너무 빨리 짐작해버려 약간 김이 샜다는 게 아쉬운 점인데, 그렇긴 해도 이야기의 '재미'가 반감될 정도는 아니다. 히가시노의 작품군 중에서 특별히 좋았냐고 묻는다면 조금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겠지만, 읽을만하냐고 묻는다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역시 '재미'는 있다니까.

[유성의 인연]은 유성을 구경하러 가던 날 부모님이 살해 당하고 남겨진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래, 만일 범인이 누군지 알면 우리 셋이서 꼭 죽이자."
라고 여동생의 자그마한 등을 쓰다듬는 장남 고이치의 말처럼 필연적으로 복수의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두 가지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마음을 치유하는 복수를 하느냐, 치유하지 못한 채 복수의 노예가 되고 마느냐. 전자는 보는 이에게 희열을 주지만, 후자는 씁쓸함만을 안겨준다. 후자에 해당되는 소설을 올 초에 이미 읽었기 때문에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달까... [유성의 인연]을 읽으면서 혹시나 그렇게 될까봐 내심 걱정이었는데, 내가 우려하던 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두어 번의 사기를 당한 후 "이 세상은 속느냐 속이느냐 둘 중의 하나야. 그렇다면 우리도 속이는 쪽으로 돌아선다."라고 차갑게 말하는 고이치와 다이스케, 시즈나의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더 이상 당하고 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선택이란 것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이런 방법은 자칫 자신들을 피폐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라 마냥 응원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그래서 가장 좋았던 것이 결말 부분이다. 단순히 해피엔딩이 좋아서가 아니다. 구태의연하고 맥이 빠진다해도 나는 다이스케가, 그리고 고이치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죄는 죄'라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그 건강한 마인드 말이다. 그제서야 마음 놓고 등 두드려 주며 응원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되었다.

결국 그들 마음속에 진 응어리들은 그들만의 인연을 무기삼아 서서히 치유를 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유키나리'일 텐데, 이 남자 정말 매력있더라. 고이치도 인정한 것처럼 시즈나가 왜 이 남자에게 빠졌는지 능히 짐작이 가는 인물. 모든 캐릭터가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유키나리야 말로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이 아닐까. 책을 덮고나서 유키나리 역을 누가 맡았는지 당장 검색해봤는데, 으음..... 예상과는 좀 다른 이미지군. 아무튼 이제 책도 읽었고 하니, 기회가 되면 드라마도 한번 봐야겠다. 자주 놀러가는 블로그 이웃에 의하면 고이치 역을 맡은 니노미야가 그렇게나 좋았다던데... 후후. 나는 다이스케 역을 맡은 니시키도가 더 기대되는 걸. :-)




+)
분권에 대해서.
각권 280여 페이지로 합쳐봐야 570페이지 정도인데, 왜 분권을 했을까. 하드커버임을 감안하더라도 600페이지 미만이면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한 권으로 통합했다면 오히려 이 책의 이면에 숨겨진 묵직함을 더욱 잘 전달해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자로서는 책값이 조금이나마 더 싸져서 좋았을 테고. 분권해서 짜증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아쉬운 분권. (하긴 최근에 북스토리에서 나온 오쿠다 히데오의 [방해자]는 무려 3권 분권이더라. 도대체 출판사 내의 어떤 기준이 적용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순간 기가 차서 읽기도 싫어지는 그야말로 분권을 위한 분권이랄까.-_- 그거에 비하면 [유성의 인연]은 양반이다.)


++)
책 속 이야기.

2권 p. 111 첫째 줄과 둘째 줄 사이.

한 줄을 띄워줬어야 되는 거 아닌가?
첫째 줄까지는 다카야마 시점의 이야기지만, 둘째 줄부터는 하기무라와 가시와바라, 도가미가 등장하며 장면이 전환된다. 그 사이를 띄우지 않고 그냥 잇는 건 부자연스럽다. 다른 부분에서는 장면이 전환되면 한 줄을 띄웠는데, 이 부분만 그렇지 않은 걸 보면 편집상의 실수가 아닐까 싶다.


2권 p. 207 밑에서 다섯째 줄.

마사유키의 마음은 거세게 요동쳤다.

위 문장에서, 마사유키가 아니라 유키나리여야 한다. 계속 유키나리의 심리에 대해 서술 중인데, 갑작스럽게 마사유키라니. 번역상의 단순 실수이거나 교정상의 실수가 아닐까 싶다.


+++)
읽으면서 푸훗,하고 웃었던 장면.

2권 p. 225 여덟째 줄.

"구사나기라고 해둡시다. 스마프의 구사나기. 그리고 나는 가가 형사. 유명한 가가 형사. 알죠? ...... (이하생략)"

구사나기에서 일단 한번 웃어주고. 왜냐하면 늘 '쿠사나기 츠요시'라고 해왔기 때문에 어색해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구사나기 쓰요시'가 맞긴 한데...... 어째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외래어 표기법이랄까. 예전에 '코다 쿠미'를 '고다 구미'라고 써놓은 신문 기사 만큼 우습다. 차라리 한자어 그대로인 초난강이 더 츠요시 이름 같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 외래어 표기법은 전면 개정돼야 한다.-_-)

그리고 두번째로 가가 형사에서 빵 터졌다. 가가 형사는 히가시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연속캐릭터로, 연속캐릭터를 자주 등장시키지 않는 히가시노 소설들에서는 나름 특별한 캐릭터인데,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또 "유명한 가가 형사 알죠?" 라는 자뻑(...)대사로 등장시키니, 어찌나 웃기던지. 이건 히가시노의 소설 중에서 [악의][붉은 손가락]을 읽은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작은 재미 같은 것인데, 마침 두 소설 다 읽은 독자로서 괜히 반가워서 더 웃음이 나왔다. 호호. 그럼요, 가가 형사가 얼마나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데요. >_<


++++)
책을 읽은 누구나가 한번쯤 해 본 생각이 아닐까 싶은데......

'아, 하야시라이스 먹어보고 싶다!'


  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용의자 X의 헌신>, <붉은 손가락>에 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08년 최고 화제작. 비극적인 살인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세 남매가 별똥별 아래 맹세한 인연의 끈으로 험난한 세상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며, 범인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 드라마 [유성의 인연]의 원작소설이다.
2009/01/29 05:42 2009/01/29 05:42
오늘 전 부치다가 기름이 왕창 몇 방울이 손에 튀는 바람에 1도 화상을 입었다. -_ㅠ 무어 1도 화상이란 화상이라 불리기에도 뭐한 아주 경미한 화상이고 약간의 화기와 쓰라림 정도만 동반하는 거라 딱히 불편한 점은 없는데...... 이게 몇 시간이 지나도 손을 물에 담그기만 하면 쓰리고 아픈 게 아닌가. ㅠㅠ 우엉. 자고로 이렇게 남들에게 생색도 못 낼 정도로 티도 안나면서 찌릿찌릿하게 아픈 통증이 더 신경을 긁는 법이다. 그래서 결국 화상 연고 발랐는데, 으음...  손등 위에 붉은 반점이 무슨 별자리처럼 자리잡았다. ;ㅁ;

저녁 식사 후 거실에서는 화투판이 벌어졌다. 돈 잃은 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푸하.

어쨌든 나는 설을 앞두고,에 이어 내 방 풍경을 담는다.

more..

2009/01/25 22:08 2009/01/25 22:08
글 무진장 길게 썼는데, 예전에 했던 얘기 또 되풀이 하는 거 같아서 다 지워버렸다.


요지는 이거다.


청소를 했다.
마음은 개운한데, 청소하는 중간중간 짜증이 버럭 솟았다. 발에 채이는 책들 때문이었다. 책장만 있으면 해결되는데... 내 방은 침대, 장롱, 책상, 2개의 책장만으로 방이 가득 찬다. 더이상 책장을 들여놓을 여유가 없다. 골방에도 2개의 책장과 커다란 사무용 책상이 있지만, 자질구레한 용품들도 쌓아둬야 하기 때문에 더이상 책장을 들여놓을 수 없다. 그래서 나머지 책들을 침대옆에 줄줄이 쌓아놨고, 오늘 청소하다가 책이 우르르 쏟아져서 말 그대로 책에 깔렸다. -_- 떨어진 책이 발등을 찍어서 눈물이 났다. 책의 귀퉁이가 뭉그러졌다. 아픈데다 책에 흠집난 거 보니 더 속상하다. 아무도 없는데 울고 있으려니 더 눈물이 났다. 이런 일이 도대체 몇 번짼지...... 그리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난 책소유욕이 너무 심하다. 책을 좋아하는 건지, 책을 모으는 걸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책이 좋아서 책을 사고 읽었는데, 어느 순간 모으는 행위에 중독되어 버린 게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수집을 위한 수집. 그거 정말 싫은데...... 책 읽는 속도보다 책 사는 속도가 빠를 뿐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해왔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어릴 때를 떠올렸다. 책 하나 사면 닳고 닳을 때까지 읽고 또 읽고, 그러고나서야 다른 책을 사서 읽었다. 지금은? 사서 스윽 훑어보고 여태 안 읽은 책이 꽤 많다. 언젠가 읽겠지 하면서. 그러면서 다른 책 사는 건 무슨 심리지? 아아, 이거 문제다. 아무래도 새해 결심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내가 산 책들 버려두지 않기. 혹은 올해 내로 다 읽기. 덧붙여, 읽은 책들 중에 더이상 읽지 않을 것 같은 책이나 취향에 안 맞는 책은 재깍재깍 중고샵에 내놓아야겠다. 버리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는데...... 난 채우기만 열중하다가 흘러넘치는 것도 모르고 있던 바보다.
2009/01/24 01:14 2009/01/24 01:14
어제 자기 전에 책 좀 읽어야지 하다가, 아니나 다를까 중간에 못 끊고 끝까지 보고 자는 바람에 새벽녘에 잠들었다. 늘 이런 식이다. 다음부터는 자기 전에 소설은 읽지 말아야지. 결말이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에세이류나 인문, 과학책을 읽어야......) 아무튼 그래서 늦게까지 자다가 11시쯤 깼는데, 일어나기 귀찮아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순간 휴대폰이 울린다. H양.

"어? 잤어?"
"응. 괜찮아. 웬일이야, 전화를 다하구. 흐흐."
"오늘 뭐해? 시간 되면 점심이나 같이 하자구."
"응, 언제? 설마 지금?"
"아니... 너 씻어야지. 1시 반쯤, 교보에서 볼래?"
"응. 좋아. 근데 우리 둘만 만나?"
"하하하, 왜? 다른 애들도 부를까?"
"아니, 오랜만에 연락하길래... 오늘 무슨 이벤트 있나 싶어서. 히히히."

요즘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지라(무슨 배짱?) 씻고 준비하고나서 1시간 반이나 시간이 남았다. 맨날 늑장부리다가 후다닥 뛰쳐나가는 게 버릇인 나는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으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그래서 거실에 앉아 TV를 보다가, 엄마가 부쳐준 배추전을 먹고, 요구르트를 먹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어제 읽은 책 다시 한번 곱씹어주고, 약속시간 40분 전에 나갔다. 지하철로 이동하면 딱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

지난 달 말에 친구 결혼식 때 보고 한 3주만에 만나는데, 한껏 멋을 부린 결혼식 차림과 오늘의 일상복 차림은 그만큼 느낌도 다르다. 예쁘기야 결혼식 때가 예쁘지만 오늘처럼 대충 입은 옷차림이 더 편하다. 만나자마자 오버스럽게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인사를 하고, 안 그래도 교보에 가면 사려고 생각했던 新編 日本文学史를 샀다. 친구 왈, 너도 설마 대학원 가려고?

"웬 대학원?"
"아니...갑자기 문학사 책은 왜? 난 또 니가 (일본어)교육대학원 준비하는 줄 알고....;;;"
"이거...그냥. 학교 때 쓰던 책이 찾아보니까 없어서, 새로 사는 거야. 인터넷으로 주문할랬더니 품절이더라고. 전에 여기에 몇 권 있었던 게 생각나서 오프도 품절되기 전에 사두는 거야."
"보통 졸업하면 안 보잖아. 난 보기 싫던데."
"그러게. 근데 난 가끔 필요할 때도 있고, 생각나면 보고 싶고 그러더라. 졸업하기 전에 (동기)애들한테 책을 다 나눠주고 왔는데; 요즘은 그게 좀 후회되고 그러네."
"그럼 내 동생 부를까?"
"니 동생은 왜?"
"여기 직원이잖아. 좀 싸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헉, 여기 직원이야? 우와! +_+ ...... 그치만, 한 권 사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그것도 그렇네. 그럼 그냥 사."
"응."

책을 사서 로데오 거리로 이동했다. 피자랑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낮이라 비교적 한산한 로데오 거리에서 느긋하게 맛집을 골랐다. 외관이 깔끔하고 손님도 꽤 있는, 맛있어 보이는 가게. H양이 전에 한 번 와 봤던 데라고 했다. 그렇다면 실패할 확률도 적지. 가게로 들어가 구석자리로 직행했다. 3분쯤 고민 끝에 고르곤졸라 피자와 해물 토마토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서브메뉴로 빵이 나왔는데, 우리는 에피타이저로 이미 다 먹어치웠다. 캿캿. 음식이 나왔다. 내가 양이 적다고 했더니, H양은 먹다보면 많을 거라고 했다. 자기는 전에 먹다 남겼다고.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내 위장 크기를 고려해줘. H양이 손뼉을 짝짝 쳤다. 아 맞다, 그렇지. 호호. 오늘은 남길 일은 없겠네.

드디어 시식. 어머, 너무 맛있어. 우왕. 원래 해물 토마토 스파게티를 좋아하는지라 웬만하면 다 맛있어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라도 맛있었다. H양도 전에는 좀 짰는데, 오늘은 딱 좋다며 흡족해했다. 특히 오동통한 통새우와 상큼한 홍합의 맛이 압권. 면도 적당히 삶아져서 입에 착 붙었다. 대신 피자는 좀 짠 편이었는데(이건 내가 싱겁게 먹는 편이라 그럴수도), 꿀을 찍어먹으니 환상. (자칭, 타칭) 피자 귀신답게 8조각 중 눈 깜짝할 사이에 5조각을 해치웠다.; 마지막 한조각은 양보했다. 푸하. 근데 H양은 내 맘도 모르고 반조각을 남겼어. 우엥. ㅠㅠ 다 먹고도 한 시간쯤 수다를 떨었다. 정말 별의 별 화제가 다 튀어나왔다. 지난 연말 시상식부터, 연예인 이야기, 지난 달 친구 결혼식 얘기, 꿈 이야기, 일상 이야기 등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고 있는데, 웨이터가 오더니 테이블을 치워주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하고 또 한참을 얘기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후식이 안 나온다. 뭐지? 친구 왈, 그러고보니 여기 후식 없었다.-_-;

그제서야 주섬주섬 옷을 입는 우리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아까 테이블을 치워주었던 웨이터가 "맛은 괜찮으셨어요?" 하며 눈웃음을 치는 게 아닌가. 으악. 의례적인 인사인데, 나름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목소리가 굵어서 그런지 의도치 않게 멘트가 무지 느끼하게 느껴져서 순간 웃음이. (미안해요;) 가게를 나오자마자 친구가 말했다. 앤티크 컨셉인가?

푸하하하하. 그런 생각은 못했는데, 왠지 그런 분위기도 나네. 그거 아무나 하면 안 되는데.

한창 그런 얘기를 하며 커피를 마시러 이동하는데, 뒤에서 누가 "저기요" 하고 붙잡는다. (순간 대낮부터 삐끼인가? 싶었다. 아니면 도를 아십니까.) 갑자기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둘 다 "깜짝이야" 하며 뒤를 돌아봤는데, 아니!!!! 아까 그 웨이터!! +_+

"이거 두고 가셨는데요."
하며, 내가 두고 온 조그마한 상자를 건네주는 게 아닌가. 헉. 아까 H양에게 받은 선물을 그대로 테이블에 올려두고 왔었나보다. 숨을 몰아쉬는 걸 보니 그거 전해주려고 뛰어왔나보다. 한참을 걸어온 뒤였는데 용케 찾아서 전해주다니. 아유 감사해라. 내가 고맙습니다, 하고 상자를 받아드니 뭘요, 하고 뛰어간다. 그 모습을 보고 또 친구가 말했다.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할 뻔 한 거 있지.

그...그러게. 뒷담화는 아니지만 괜히 아까 한 얘기들이 미안해졌다. 고맙고 귀여운 웨이터 청년, 다음에 또 갈께요. 근데 가게 이름이 생각이 안나네. -_-; 그래도 위치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으니까뭐.

오랜만에 '커피명가'에 갔다. 아 커피 냄새 좋아. 친구는 에버그린을, 나는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를 시키고 그 때부터 다시 수다 시작. 무슨 입에 모터 단 것 마냥 둘 다 신나게 떠들어 댔다. 나는 수다 중에 옛날 얘기가 제일 재밌더라. 옛날에 있었던 일 추억하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스며나온다. 간혹 짜증났던 사건도 화제에 올랐지만 지난 일이라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다. 마지막 화제는 예의 그렇듯 나이가 나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졌다. 둘 다 외롭다고 말만 하고 정작 연애나 결혼 할 생각은 안 하는 걸 보니, 아직은 때가 아닌 게지. 간만에 수다를 떨다보니 스트레스가 자연 해소되는 게 느껴진다. 정말이지 수다는 나의 힘이라니까. 아니 모든 여자들의 힘인가. (한 후배는 남자들도 그래요, 라고 하더라만) 암튼 들어갈 땐 환했는데, 나오니까 캄캄했다. 비가 내려서 노면이 젖어있었지만 기온이 차지 않아서 그리 춥지는 않았다. 집으로 올 때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내가 버스를 탈 때까지 기다려주는 H양. 아이 착해요. 버스를 타고 후다닥 자리에 앉았다. 차만 타면 자는 버릇이 있어서 이내 창문에 머리 콩콩 찧으며 자기는 했지만, 다행히 내가 내릴 정류장 직전에 눈이 떠졌다.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 즐겁고 유익한 주말. 현재 처지가 처지인지라 주말마다 나가 놀 순 없지만 가끔은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커피, 수다만으로 일주일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참 좋고 행복하다. 그래, 가끔은.


집에 오니, 식구들이 찜닭을 시켜 먹고 있었다. 으악, 내가 없을 때 시키다니.(그르릉)



수다의 여파가 남았는지, 괜히 장문의 기록을 수다스럽게 남겨본다.
2009/01/18 23:58 2009/01/1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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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의 국내 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 하면, 이제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재미와 흥행성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홍보 문구로 이용되며 그 명성이 꽤 자자하다. 순수문학을 대상으로 신인에게 수여하는 '아쿠타가와 상'과 달리 대중성을 담보로 중견작가에게까지 그 대상을 넓혀 수여하는 나오키상은, 그런 의미에서 대중과의 접점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오키 상 수상작'의 경우 다소의 편차는 있을지언정 절대적으로 재미가 없는 작품은 (아직까지는) 없었기에 '나오키 상 수상작'이란 타이틀은 일본 소설 내에서 큰 위험 부담 없이 무난하게 책을 고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여기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내 남자]를 처음 봤을 때도 '새로운 나오키 상이라면 어디 한번 읽어볼까?'하는 생각에 독서리스트에 올려두었던 것이다.
 
사뭇 대담한 커버(특히 뒷쪽)를 보고 대략의 수위나 분위기는 감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놀라운 전개에 내심 충격을 받아 실은 앞 부분에서 잠깐 책을 덮었다. 아니 대중성을 담보로 한다는 나오키 상인데 이렇게 파격적인 설정이어도 괜찮은 것인가 싶을 만큼 이 책은 기존에 내가 봤던 나오키 상 수상작들과 그 성질이랄까 분위기를 달리 한다. 그만큼 이 책은 대중적이라기엔 너무나 불편한 요소가 많다. 그에 따라 당연히 호불호도 극심히 갈릴 테고, 논란도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책을 다 읽은 후 관련 글을 검색해 보니 일본 내에서도 상당히 화제에 올랐었나 보더라. 하긴 아무리 일본이라도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안 된다면 이상한 일이지. 그렇다면 국내에서 이 책을 출시할 때 원서의 표지를 그대로 갖다 썼다는 것은 [내 남자]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그 분위기를 그대로 끌어오겠다는 뜻이 아닐까. 단순히 표지 디자인 판권을 같이 사와서 그럴 뿐이라면 할 말 없지만.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정보 빼고는 내용적 측면에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 만큼 방심하기 쉬웠기에 더 놀란 게 아닌가 싶다. 자꾸 놀랍다, 놀랍다 하는 게 아직 이 책을 보지 못한 예비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기대감이나 궁금증을 과도하게 키우게 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책에 대해 이상한 선입견만 심어주면 어쩌나) 걱정도 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그랬는 걸. '내 남자'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어렴풋한 소유욕은, 그 진정한 의미를 알고 나면 사회 통념상으로 볼 때 충분히 비틀린 집착이자 금단의 사랑이다.

그렇다면 '과연 문학은 어느 정도 선까지 수용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데, 이와 관련해서 아마존 재팬에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던지는 독자가 있었다. 문학이면 다 괜찮은 건가?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는데, 그 분은 문학이라 해도 이런 사회 통념에 반하는 내용(물론 이런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글의 요지는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은 아무리 문학이라해도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어떠한 이용 제재도 없이 서점가에 던져놓은 것에 불만을 표했는데, 아직 사물을 보는 눈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어른된 입장에서 당연히 걱정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문학의 수용 한계'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떠한가. 나는 예술에는 한계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현실을 뛰어넘는 비현실적 세계를 표현할 수가 있다고 늘 여겨왔고, 문학을 비롯해 창작자의 뇌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거기에는 물론 나름대로의 기준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창작자가 확실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것, 그리고 창작물은 반드시 예술성을 내포하고 있을 것. 이 두 가지가 예술의 무한계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단순히 억눌린 무언가를 토해내고 배설하기 위한 행위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의 판단은 개인이 결정할 일. (물론 이용 대상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창작자의 메시지에 동조하고 안 하고를 떠나 경험치를 늘렸다는 것에 일차적인 의미를 두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앞서 내가 생각하는 두 가지 조건을 상당 부분 만족하고 있으므로 보는 내내 불편하고 놀라울지언정 한편으로는 잘 쓰여진 문학이기 때문에 내용상의 충격을 감내할 수 있었고, 또 경험적 측면에서 그나마 너그러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물론 그 파격성으로 인한 논란은 작가가 감당해내야 할 몫이다)

[내 남자]는 첫 장부터 음울하고 눅눅하다. 비가 오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음울함과 눅눅함은 내용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나 검푸른 해일이 서서히 바닷가 마을을 덮치듯 독자를 덮치는 소설이다. 첫 문장부터 '내 남자는...' 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끊임없이 '내 남자'를 강조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를 누군가에 빼앗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혹은 그가 '내 남자'임을 거부하는 상대방을 세뇌시키려는 것처럼. 그렇게 소설은 나(하나)와 내 남자(준고)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현재로부터 과거로의 계단을 올라가듯 한 단계 한 단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개 방식은 독자가 끊임 없이 가지게 되는 질문 '왜?'에 대한 궁금증을 역추적하는 기분으로 내달리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쫓기는 듯한 기분. 진실의 근원에 다가가면서도 그 진실의 결말에 쫓기는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이 역순 방식은 [내 남자]가 가진 장르적 특성, 즉 미스터리가 아닌 듯 하면서도 미스터리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내용을 자세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표현력으로 전체를 감싼다. 감각적이지만 절제되어 있는 문장 구사력은 일단 궤도에 오르면 도중에 책을 덮지 못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 부분이 내용적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상쇄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나마 이 책을 덮는 순간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작가의 능력도 한몫했겠지만, 작가가 그들의 사랑을 독자에게 무리하게 이해시키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었다. 이렇게 느끼는 건 어쩌면 내가 끝까지 그들의 사랑에 감화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생리적 거부감을 끝내 극복할 수 없었는지도) 그러나 시간의 순서가 아닌 역순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줬다는 것 자체에서 작가가 이미 '처음부터 결론은 지어져 있다'고 선포한 거나 다름없는 게 아닐까. 그 때문에 미처 엿볼 수 없었던 1993년 이전의 이야기와 2008년 이후의 이야기가 못내 궁금하면서도 '독자로서의 알 권리는 여기까지야', 혹은 '독자=방관자'라는 체념에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드는 것이리라. 이해는 못하겠지만 방해도 하지 않겠다라는...... 애초에 내게 그럴 명분이나 자격 같은 건 없지만.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작품이지만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에는 관심이 많이 간다. 타 작품도 이런 소재가 자주 차용되면 곤란하지만... 대충 검색해보니 국내에도 꽤 많은 번역본이 들어와있구나, 하고 놀랐다. 관심이 없으면 워낙 챙기지 않으니 원. 한두 권쯤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48쪽 밑에서 4~3번째 줄

"저는...... 열한 살 때, 가족을 모두 잃었습니다."
친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전혀 몰랐다느니 하는 귀여운 목소리가 몇 마디 들려왔다.

이 문장에서 잠시 고개를 갸우뚱. '귀여운 목소리'라니......; 뭔가 이상한데?
원형이 かわいい(귀엽다)가 아니라  かわいそう(가엾다)가 아닐까 싶은데......, 원서가 없어서 확인을 못 해보겠다. 그게 아니라면 하나는 설마 자신이 말하지 않은 사실을 그제서야 접하고 웅성거리는 친구들이 정말로 귀여워 보인건가? 약간의 비아냥이 담긴 유머?? ;;; (아악, 원문이 궁금해.)

++

바깥에서 이 책을 읽을 땐 어쩌면 띠지(혹은 책커버)가 필수....... (괜히 꼬롬한; 시선 받기 십상.^^;)


  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아카쿠치바 전설>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작가 사쿠라바 가즈키의 장편소설.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의 15년에 걸친 사랑의 행적을 그려낸 소설이다. 2008년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으로부터 "상식을 가볍게 짓이기며 전개되는 가장 위험한 러브 스토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9/01/12 22:48 2009/01/12 22:4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해 읽은 첫 소설. 어쩌다 이게 첫 소설이 되었는가 하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쩌다보니 새해 첫 소설 치고 좀 많이 대담하고 거칠다. 새해에는 좀 퓨어한(응?) 책을 읽어줘야 하는데 말이야. (그러나 이 책 다음으로 읽은 게 '내 남자'. 지난 연말 '일년 동안의 과부'에 이어 3연속 섹/스/어/필이라니. 물론 내용상 그게 주는 아니지만 의도치 않은 것 치고는 너무 이쪽으로만;;;)

표지에 그려진 빨간 머리 3D캐릭터의 강렬함과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반항적인 어투에 끌려 읽게 됐는데, 과연 누아르 소설답게 폭/력/과/섹/스가 난무하여 처음에 좀 당황했다. (괜히 19禁이 아니었어!) 게다가 묘사 방식도 어찌나 직설적이고 거칠던지. 헌데 또 전개는 무지하게 빨라서 중간에 끊을 새도 없이 어느샌가 마지막 장까지 도달, 책 읽은지 2시간 반 정도만에 독파했던 것 같다. 아마 소설의 전반이 문장보다는 대화로 전개가 되기 때문일 텐데, 이 소설의 특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소설은 상당히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작가가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는 것이다. 처음에 보리스 비앙은 자신의 소설을 버넌 설리반이라는 아프리카 계 미국인이 쓴 것을 자신이 프랑스어로 번역했다고 밝혔다. 즉, 원 저자는 따로 있고 자신은 그저 역자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인종을 취급하는 방식이 너무나 과격해서 미국에서는 도저히 출판되지 못하고 그걸 프랑스에서 먼저 출판한 거라고 말한다. 처음에 소설의 인기는 시들했다. 대외적으로 미국에서 출판도 되지 못한 무명작가의 작품이 인기가 있을리가 있나. 그러나 소설의 내용으로 인해 작가가 한 단체로부터 고소를 받으면서 예상치 않은 홍보가 되어 슬슬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철 역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대대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살인사건의 내용인즉슨 피해자의 옆에 보리스 비앙의 책이 놓여있었고, 책 내용 중 주인공이 여자를 목 졸라 죽이는 장면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던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마크 채프먼이 생각나는 군.)



주의) 구체적인 장면 언급은 없지만 결말을 포함한 전체적인 줄거리 언급이 있습니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복수를 테마로 하는 누아르 소설이다. 홍보문구에 따르면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이라고 하는데, 위의 일 말고도 금서 목록에 오르기도 하는 등 꽤나 파란만장한 역사가 있는 책이다. 그러나 누구 말마따나 위와 같은 의외의 흥행사유로 인해 책이 많이 팔리는 바람에 고전 반열에 든거지 작품성의 측면이나 문학적인 면에서는 크게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다. 말하고자 하는 묵직한 주제에 비해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직설적이다. 2주만에 태어난 작품이라서 그런 것일까. 너무 날 것 그대로의 접근이라 공감보다는 거부감이 먼저 느껴지니 이걸 어쩌나. 복수를 테마로 하는 작품들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과정이 통쾌한 것과 안타까운 것이다. 전자는 복수를 하는 사람이 제3자를 충분히 납득시킬 만큼 복수의 이유가 분명한 상황에서 제3자가 복수자에게 몰입을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후자는 복수를 하는 사람을 이해는 하면서도 그 복수자가 충분히 설득적이지 못할 경우 제 3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이 소설의 복수자 '리 앤더슨'이 바로 후자의 경우가 아닐까.

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그를 백인으로 볼 만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형과 동생은 리와 달라서 흑인 그대로의 검은 피부를 가졌다. 한참 인종차별이 심했던 1940년대, 리의 동생은 백인 여자와 사랑을 나누지만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백인 여자의 부모에게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늘 흑인이기 때문에 차별을 받아야 했던 리의 형제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리는 결국 복수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지는 복수 계획이 조금 엇나간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리의 증오심은 백인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에서 기인하긴 하지만, 복수의 대상을 불특정 백인으로 확대한 것은 잘못된 게 아닐까. 즉 직접적으로 동생을 죽인 그 백인 여자의 부모가 아니라, 백인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집안을 골라 그 집안의 딸들을 살해하여 백인 사회 전체에 대해 복수를 하기로 한 것은 마치 어린 시절에 학대 받아 생긴 상처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범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분명 리의 백인에 대한 증오심을 이해는 하면서도 리에게 그런 식으로 살해당할 이유가 없는 애스퀴스 자매에 대한 동정심도 같이 생겨나고 마는 것이다. 리에게  리의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대화 중에 애스퀴스 자매가 줄곧 가지고 있던(아마도 인식 자체가 그렇게 뿌리내려서이겠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적인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 나오는데, 그렇다 해도 그 자매들이 리에게 그렇게 무참히 살해되어도 좋은 것인가, 생각하면 대답은 'no'다. 그렇기에 리의 복수는 통쾌함보다도 안타까움이 먼저다. 아이러니 한 것은 리가 복수를 위해 백인 같은 자신의 외모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인데, 꿈 같은 생각일지 몰라도 그 외모를 이용해서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복수를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러니까 자신을 망치면서까지 복수심에 지배당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종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백인사회에 '너희는 우월한 게 아니야!'라고 까주는 것 말이다. 그야말로 제3자의 꿈 같은 이야기려나.

책을 읽으면서 리의 곁에 단 한사람만이라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용기를 북돋워 줄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복수의 의지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괜찮다, 괜찮다, 다 잘 될거야' 등 두드려 줄 사람이 있었다면 리는 그렇게 슬프게 애처롭게 복수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런 위로의 말, 용기의 말 따위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리가 느끼기에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착한 말만 하는 사람이 답답해보여도 난 (우리 엄마처럼) 그런 말 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표현은 안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던데. 리의 형이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리의 형은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에 부칠 만큼 지쳐있었고, 상처받은 몸이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그 끝에는 백이면 백, 허무하게 남는 씁쓸함 뿐이라는 것은 이 책도 피해갈 수는 없는지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인종차별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물며 책이 처음 나온 1940년대야 어땠으랴. 그런 와중에 보리스 비앙은 그 거칠고 대담한 터치로 당시의 문제를 가감없이 그려내며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렸다. 바로 그것이 이 책을 문학적으로 높게 평가하지 못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느 누가 그 시절에 그렇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까발릴 수 있었겠는가. 분명 그로 인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실에 대한 은유 없이 적나라하게 펼쳐보인 그 대담함은 분명 의미있는 시도였을 것이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소설가이자 희곡작가, 재즈 트럼펫 연주자, 대중음악 작사가, 문화비평가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신세대 문화를 주도했던 작가 보리스 비앙의 장편소설.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소설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인종차별과 계급에 대한 편견, 소외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2009/01/12 22:47 2009/01/12 22:47
텍스트 큐브 스킨 변경에는 중대한 결함...이라고까지는 표현 못하겠지만; 하여간 무척 불편한 게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웹상에서 스킨을 수정할 때, 미리보기가 안 된다는 것이다.(두둥) 사소하게 수정을 하는 거라면 미리보기 같은 게 없어도 상관이 없지만, 이런 식으로 스킨 하나를 다시 만드는 경우, 이전에 사용하던 스킨에서 조금씩 변경해가며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나로서는 그 미리보기 없음이 상당히 불편하다. 웹상에서 만들지 않고 따로 에디터를 사용해도 되긴 하지만, 웹상에서 편집하는 게 웹 반영 후의 상태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고 또 그만큼 확실하다는 점에서 스킨 편집 시 미리보기가 안 된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단, 다 만들어 놓은 스킨의 경우 적용하기 전 미리보기가 가능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따로 갖고 있는 무료 계정에 스킨 편집용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어놓고 스킨 만들 때마다 사용하는 것. 그러지 말고 그냥 이 계정에 복수 블로그를 설정해도 되긴 한데, 내가 처음 블로그를 깔 때 단일 블로그로 설정을 했던 터라; 만약 복수로 바꿀 경우 현재 사용 중인 이 블로그의 하위 주소를 복수 블로그 체제(?)로 바꿔줘야 해서 포기. 그냥 무료계정에 스킨 편집용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러므로 웹 어딘가에는 이 블로그와 똑같은 스킨을 가진 쌍둥이 블로그가 있다는 말씀. :-)


다소공간


어쨌거나, 스킨을 변경하였다. 지난번 스킨(블로그 옮기면서 만든 스킨)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봄 될 때까지 안 바꾸겠거니 했는데, 연말연초에 스트레스 해소용이랄까 기분전환 삼아 스킨에 손을 대다보니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스킨이 하나 나와서 바꾸어 보았다. 굳이 갖다붙이자면 새해맞이 스킨이 되겠음. 하루 날 잡아 만든 게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사소하게 손 보면서 찔끔찔끔 만든 거라 거의 일주일에서 열흘은 걸린 것 같다. 나름 긴 시간 숙성되어 탄생한 녀석인 셈. 효효. 실은 이것과 똑같은 이미지로 2단 스킨(사이드 바 위치에 따라 종류별로 2개)도 있는데, 그것보단 오랜만에 3단 스킨을 써보고 싶어서 이걸로 결정, 적용해보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보통 스킨을 만들 때 해상도 1280*1024에서 만들지만 그보다 낮은 해상도 1024*768에서도 잘 보이게끔 크기를 적당히 조절하는 편인데, 이번 스킨은 1024*768 해상도에서 보면 아래쪽에 가로 스크롤바가 짠하고 생겨버리고 만다. 으앙. 전체 테이블 크기가 982픽셀로 1000픽셀 안 쪽인데 왜 가로 스크롤바가 생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뭔가 태그 같은 게 어딘가에서 살짝 꼬인 거 같은데 어디가 어떻게 꼬였는지 모르겠다.
미운 스크롤바

↑ 이런 식이다

950픽셀 안 쪽으로 줄이면 스크롤바가 생기지 않던데; 그러자니 블로그 디자인이 망가져서 안 되겠고; 그렇다고 아래쪽에 가로 스크롤바 생기는 걸 그냥 놔두자니 찜찜하고...... 난감하다. 임의로 가로 스크롤바를 안 보이게 제어할 수 있는 태그를 쓸 수도 있는데, 그건 창을 줄였을 때도 스크롤바가 안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어서 관뒀다.(즉, 창을 최대화했을 때만 제대로 볼 수 있음;) 물론 나야 1280*1024 해상도를 사용하니 가로 스크롤바가 생기지 않지만...... 1024*768 해상도를 쓰는 컴퓨터에는 스크롤바가 생긴다고 생각하니 왠지 변 누고 밑 안 닦은 것 같은 게; 기분이 영 그렇다. 그렇다고 싹 다 지우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만들자니, 생각만으로도 눈에 핏발이 서고 손가락에 관절염이 오는 것 같아; 그건 도저히 못하겠다.-_ㅠ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그냥 쓰기로 했다.(뭬야?) 다행히 요즘은 대부분이 1280*1024 해상도를 쓰는 추세고; 와이드나 대형 모니터의 경우 그거보다 더 큰 해상도를 쓰기도 하니까......라고 핑계를......; 1024*768 해상도 쓰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이해해주시압. o(__)o 단지 스크롤이 생길 뿐 블로그 스킨 자체는 잘 표현됩니다.(단, 익플과 파폭에서만 확인해봣습니다. 하하;) 그리고 블로그 레이아웃 자체가 한 화면에 다 표시되기 때문에 글 보려고 왼쪽, 오른쪽으로 이동할 필요도 없고요. (그런데도 스크롤이 생긴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구시렁구시렁.) 미관상 눈에 거슬리겠지만 모쪼록 양해를...(넙죽) 그 밖에 혹시라도 다른 문제점 같은 게 발견되면 귀찮으시더라도 제보 부탁합니다.^^;;;


그럼 여러분, 즐거운 블로깅 되소서!



덧, 내리던 눈송이는 오른쪽 배너로 대신합니다.

추가.
2009/01/15
1024*768 해상도에서 가로 스크롤바 나오던 현상 고쳤습니다. 아~ 신난다!
2009/01/10 00:27 2009/01/10 00:27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 랭킹 TOP20





[노보의 성], [고백] 등 신인 건투.

대체로 '베테랑 강세'의 인상이 뚜렷한 상위진이다. 1위는, 현재 가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 TV 드라마화도 된 화제작이니 타당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겠다. 2위 이하로도 이사카 고타로, J.K.롤링, 미야베 미유키 등 인기 작가가 줄줄이 이어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가이도 다케루는 복수의 작품이 순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런 와중에 건투한 신인 대표가 역사 소설계의 신성 와다 료. [노보의 성]은 종래의 역사 팬 이외의 독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인간의 사악함과 어리석음을 가차없이 그려낸 [고백]의 미나토 카나에도, 앞으로를 기대하고 싶은 대형신인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오소로시], 교고쿠 나츠히코의 [유담], 아야츠지 유키히토의 [미도로가오카 기담]과 같은 괴담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다빈치의 증간 잡지인 '幽'의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신경이 쓰이는 것은, 40위 이내까지 범위를 넓혀도 롤링 이외에는 해외 소설로 표를 얻은 것은 J.디버의 [워치메이커]밖에 없다는 것. 역시 문턱이 높다는 인상을 받는 것일까.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해리포터]가 완결되어버린 시점에서 다음 회는 국내 작품에 필적하는 대형 해외 작품의 출현을 기대해보고 싶다.


독자는 말한다!

1위 유성의 인연
전개를 예상하려야 할 수 없다. 마지막에 당해버렸습니다.(19, 여, 학생)
좋은 의미에서 뒷통수 치는 결말입니다. (43, 여, 주부)

2위 골든 슬럼버
이런 결말을 맛보게 하다니 소설이 아니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32, 여, 서점원)
대단했다! 마지막의 한 줄까지 (48, 여, 회사원)

3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기대 이상의 결말이었다. 다시 한번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다.(35, 여, 주부)
같이 성장하는 듯한 재미 (25, 남, 회사원)

4위 오소로시
인간심리의 기미(機微)을 멋들어지게 표현(45, 남, 회사원)
오싹오싹한 기분에 견딜 수 없었다. 졸려도 자꾸만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32, 여, 주부)

5위 신세계에서
드넓은 곳에서 영상화했으면 좋겠다.(34, 여, 아르바이트)
'검은 집'을 넘어선다! 초대작, 단숨에 읽게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눈에 띄는 소수 의견

● 안녕, 나의 여름, R. 브래드 배리 (さよなら僕の夏, R・ブラッドベリ)/어른의 사정에 휘둘리게되는 아이의 심정에 공감했다.(36, 여, 아르바이트)
● 방금 벤 건초의 향기, J.블랙번 (刈りたての干草の香り, Jブラックバーン)/지금의 미스터리의 원점을 달성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 검은 숲, 오리하라 이치 (黒い森, 折原 一)/어두운 느낌이 좋다 (28, 남, 회사원)
● 종이의 묘비에 눈물을, 쿠라사카 키이치로 (紙の碑に泪を, 倉阪鬼一郎)/또 다시 해주셨습니다. 재미있는 속임수예요.(34, 여, 회사원)
● 유곽 이야기, 나가시마 마키코 (遊郭のはなし, 長島槇子)/압도적인 필력. 에도 요시하라의 요염하면서 요사스러움이 좋다.(28, 남, 프리터)


내용 출처 : 다빈치(ダ·ヴィンチ) 2009년 1월호
정리, 번역 : 다소

2009/01/05 19:58 2009/01/05 19:58
당신이 뽑은 올해 가장 좋은 책은?

2008년의 출판동향을 총괄하는「BOOK OF THE YEAR」특집.
소설, 만화, 신간 서적, 문고……, 지난 1년은 어떤 책이 지지 받았을까.
다빈치 독자, 서점 직원, 문필가 등 독서애호가 총 4598명이 뽑은 BOOK OF THE YEAR 2008 이것!

앙케이트 개요 : 본지(本誌) 10월호와 「WEB 다빈치」에 앙케이트 내용을 고지. 덧붙여 E-mail 앙케이트 회원, 전국의 서점, 「다빈치」와 친분이 있는 문필가 분들께도 앙케이트를 송부. 또 주식회사 마크로미루의 앙케이트 회원(일부)에게도 응답을 받았다. 유효응답수 4589통. 질문에 따라 복수의 책에 투표 등이 가능했기 때문에 유효투표수는 질문에 따라 다르다.

집계에 대해서 : 2007년 10월부터 2008년 9월 말까지 발행된 서적, 코믹스를 대상으로 했다. 응답 중에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책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책들에 관해서는 랭킹집계에서 제외했다.

참고)
1. 작품 중 국내출간된 작품이나 출간 예정의 시리즈의 경우 번역 제목을 색으로 표기. (따라서 번역 제목과 원 제목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 그 외의 작품의 경우, 최대한 원제의 뜻에 맞게 해석했지만 도무지 번역하기 힘들어 의역이 많이 된 제목도 있습니다. 혹시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난다면 제보를! (나중에 다른 제목으로 출간될 가능성 많음.)
3. 색 숫자는 득표 포인트입니다.
4. 이미지 출처는 아마존 재팬입니다.



종합랭킹50 (스크롤 압박)





드디어 시리즈가 완결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간 "해리포터"시리즈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은 크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TV나 신문 뉴스에 나오는 것은 이 시리즈의 관례. 판타지 붐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의 재미와 책 읽는 즐거움을 가르쳐주었다. 어쩌면 이것이 최후의 'BOOK OF THE YEAR' 등장이 아닐까 생각하면 감개무량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2위와의 차는 불과 얼마 안 된다. 29포인트 차의 이사카 고타로의 [골든 슬럼버]. 서점 대상과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더블 수상하고, 나오키상은 노미테이트되었지만 사퇴했다. 잘 다듬은 플롯, 대중적인 회화, 극한의 악당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만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따뜻한 이야기로 흐르지도 않는다. 젊은 독자에게 현재 가장 지지 받는 작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이사카 월드의 집대성적 측면도 있다.
이어서 3위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 영화화된 [용의자 X의 헌신]의 인기도 다소는 영향을 미친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부모가 참살당한 아이들의 복수담, 콘 게임(사기), 그리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이 흥분 요소가 가득한 것이 이런 득표로 이어졌다.
1위, 2위, 3위가 긴 장편뿐이라는 것도 주목할 점. 그 밖에 기시 유스케의 [신세계에서]나 이케가미 에이이치의 [텐페스트]등의 장편이 다수 랭크되었다. 역시 '다빈치'독자는 두꺼운 책이 좋은 것인가.
2개 이상의 작품이 랭크되어 있는 작가로는 아리카와 히로가 단연 압도적이다. 6위 [한큐전차], 11위, 17위, 20위가 [도서관 전쟁] 시리즈 및 그 외전격 작품. 그리고 44위에 [예나 지금이나 러브 코미디]가 있다. 실은 이 다섯 작품의 포인트를 합계하면 452포인트가 되어 1위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이기는 수치. 만화의 최고 순위가 3위의 [성스러운☆오빠]라는 것도 '다빈치'가 아니고서는 힘든 일.
혈액형에 관한 책이나 논픽션인 [그런가, 더 이상 너는 없는 것인가]등도 랭크되어 있으나, 전체적으로 소설이 강세인 것은 예년과 같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와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굳이 꼽자면 '이야기 성격'이 강한 소설이 '다빈치'독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내용 출처 : 다빈치(ダ·ヴィンチ) 2009년 1월호
정리, 번역 : 다소
2009/01/05 19:58 2009/01/05 19:58
전혀 새해란 자각이 없는 2009년이 시작되었다. 벽두부터 서울의 국/회라는 데서는 스페셜액션플레이가 스펙타클하게 진행중이고, 길거리에는 자유를 부르짓는 목소리들이 허공을 맴돌고, 또 어느 곳에서는 백수(白壽)를 코 앞에 둔 할아버지가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어보고자 폐지를 주우려 철교 위에 올라갔다가 119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눈물나는 현실. 울컥. 멀쩡한 땅 파서 물길 만들 생각일랑 접고, 그 돈으로 제대로 된 계획 세워 복지에나 투자하지. 하긴 60세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여기서 더 줄이겠다는 얼토당토 안 한 개정안을 들고 나오는 분들에게 이런 말 해봐야……-_-+

어찌됐든 그래도 새해는 새해다.
숫자 하나 바뀌었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마는, 그래도 희망이라는 게 있으니까. 지치지 말아야지... 하며, 다짐을 불태운다. 실은 다짐이나 목표 같은 거 적어둘 생각은 없었는데, 지이 님의 정리와 다짐을 보다보니 글은 힘이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맞아, 글은 힘이 있어. 혹여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다짐과 목표를 적어두던 때의 기분 만큼은 늘 진심이니까, 그걸 잊지 말자는 뜻에서 나도 글로 남겨두기로 했다. 나중에 내 정신상태가 해이해질 때 연초에 적어둔 글을 보면 브라우저 창의 F5번을 누른 것처럼 새로고침할 수 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니까.

나의 2009년의 최대 목표는,
1. 에너자이저, 백만돌이백만순이가 되는 것이다. 체력적으로든 뭐든.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사실 2009년의 목표이기 이전에 궁극적으로 내가 되고 싶은 인간상인데, 적어도 누군가가 나를 보면서 힘이 빠지거나 피로감을 느끼지는 않게 하고 싶다고 해야하나. 사람이 늘 즐거울 순 없지만 자진해서 침잠하지도 않겠다는 내 다짐이다. 바닥까지 떨어져도 탁-하고 박차고 오를 용기와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으쌰으쌰! 좋았어, 올해의 구호는 이거다. 으쌰으쌰!

2. 120권의 책 읽기.
늘 연초가 되면 그 해에 읽을 책의 목표량을 정한다. 재작년에는 200권이었는데 100권 조금 넘겼고, 작년에는 150권이었는데 80권 정도 넘겼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250권 정도로 목표를 크게 잡아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좀 버거울 것 같아서 한 달에 10권 정도로 책정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장르 구분 없으며 '권수=작품수'다. 즉, 작품 하나당 한 권 취급(분권되어 있는 책이더라도 한 권으로 취급). 올해는 이제까지와 달리, 정식으로 리뷰를 안 쓰더라도 무슨 책을 읽었는지 꼬박꼬박 정리해둘 생각이며, 연말이 되면 올해 읽은 책 베스트와 워스트도 꼽아볼 계획.

3. 다이어리 끝까지 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에 선물 받은 루나파크 다이어리가 꽤 마음에 들어 올해도 루나파크로 구입했는데, 크기가 길쭉해지고 가격이 무려 3,200원이나 올라서 조금 실망. 작년 루나파크의 인기요인은 일러스트도 일러스트지만 아담한 크기와 만원 이내의 가격에 있었는데 말이지. 게다가 작년에는 겉에 반투명 커버가 있어 본체 손상 없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도 없어져서 아쉽다. 급등한 환율 탓에 종이값이 비싸져서 그렇다는데; 차라리 사은품으로 주는 여권 포켓 말고 다이어리 커버를 주지. 여권 포켓이 더 비싸더라도 다이어리 커버쪽이 내겐 더 실용적인데. 물론 여권 포켓은 예쁘지만... (난 그것마저도 동생한테 뺏겼음 ㅠ_ㅠ) 무어,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난 그냥 임의로 커버 씌웠다.; (첫 번째 사진은 비교용. 오른쪽 두 번째 사진 보면 커버 안쪽으로 반투명 테이프를 붙인 게 눈에 띈다; 그 안쪽에 작년에 쓰다 남은 스티커랑 올해 받은 새 스티커들을 넣음)

아무튼 올해의 세 번재 다짐은 '다이어리 끝까지 쓰기'이다. 늘 3월까지는 나름대로 꼼꼼하게 쓰는데, 그 이후로는 점점 뜸해져서 6월쯤 되면 빈 칸 작렬, 10월쯤 되면 새 다이어리로 갈아탈 생각에 더욱 더 소홀, 12월은 내 생일이랑 친구들 생일을 적어넣은 것 빼고는 모조리 빈칸이 되고 마는 나의 다이어리. 그러나 올해는 꼭! 이 다이어리를 12월 마지막까지 채우고 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일매일 체크하는 걸 잊지 않도록 다이어리 앞에 Yearly Plan에도 적어두었다. 물론 그것도 다이어리를 펼치지 않으면 잊겠지만; 정 안 되면 매일 지정된 시간에 알람을 울리게 해둘까 생각도 하고 있다. 올해는 반드시, 꼭, 12월의 마지막까지 빽빽하게 쓰고 말리라. 예쁘게 쓰는 건......, 잠시 미뤄두겠음. 일단 1월 한달동안 최대한 깔끔하게 쓰는 걸로다가 목표 달성을 해 볼 생각. (나중에 인증사진 올려봐야지)

4. 한국어와 외국어 실력 향상의 해.
언어가 좋다. 전 생애에 걸쳐 모국어인 한국어 바르게 이해하기에서부터 영어, 일본어, 중국어, 기회가 된다면 스페인어랑 프랑스어, 독일어까지 정복하고 싶다는 거창한 소망이 있다. 더 나아간다면 라틴어 공부도 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그만큼 언어가 좋지만, 생각만큼 실력이 따라주지는 않는다. 게으른 탓이다. 올해는 게으름 탈피. 우리말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해보기로 했다.(한+ 국어사전을 내 친구처럼!) 그리고 일단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일본어 실력 죽이지 않기(더 죽일 것도 없다-_ㅠ)와 영어 실력 늘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실은 JLPT성적 보고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휘청했다. 부끄럽다. 이대로는 위험해. 다시 시작하자. 영어는......, 저 높은 곳에 계신 분께서 영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질리도록 영어, 영어를 외쳐대서 안 그래도 울렁증 있는데 더욱 치가 떨리지만, 영어라는 언어 자체는 참 매력있다. 그리고 지금 내겐 영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도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연말쯤엔 뿌듯하게 포스팅할 수 있기를, 그래서 그때쯤엔 초급 중국어에도 도전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5. 피부관리, 체력증진.
요즘 거울 볼 때마다 흠칫 놀란다. 아니 작년과 왜 이리 차이가 나는 거야? 겨울이란 계절적 영향도 있겠지만 피부는 푸석푸석, 탈모가 진행(...)되는 머리에, 뾰루지 -라고 쓰고 성인여드름이라 읽는다- 는 얼굴에서 떠나질 않고.-_ㅠ 동생은 날 볼 때마다 썩/은/얼/굴이라 놀릴 뿐이고. 나는 반박할 수 없을 뿐이고. 뭐 이러냐. 우헝. 한창 폭격맞은 것 같은 상태일 때는 "나는 멍게입니다"라고 제목을 쓰고 포스팅도 할 뻔 했으나, 쓰다 보니 진짜 멍게얼굴이 되는 것 같아 지워버렸다. 얼마전에는 친구의 결혼식이었는데, 얼굴이 도저히 결혼식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이건 뭐 팩을 해도 안 되고, 안티 여드름 치료제를 발라도 안 되고. 그래서 시선을 좀 분산시켜보고자 파마를 했는데......, 항상 내 머리를 만져주는 미용사가 화들짝 놀라기를, 아니 머리가 왜 이렇게 비었어요? -┌ 그래 나 스트레스성 탈모 진행중이다. 덕분에 십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처들여-_- 머릿결에 손상이 없다는 파마를 했다. 아아, 2009년엔 나도 이제 슬슬 피부에도 신경 좀 쓰고 헤어 -라고 쓰고 탈모라고 이해를- 에도 더 신경 써야겠다.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코앞이잖아!), 벌써 시들순 없어! ! !

얼마전이었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조금 뛰었는데...... 허헐, 5분을 못 뛰겠는 거다.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이는데, 이건 뭐 내가 갑자기 60대 노인이 된 것 같은 기분. 만년 지각생답게; '오래 달리기'라면 자신있었는데...... 한 때는 반에서 1등은 따 놓은 당상이었는데. 어쩌다 내가 5분 달리는 것도 제대로 못 뛰어서 헉헉거리게 되었는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운동부족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운동부족이라고 말만 했지 나름 알아주는 체력이고, 체력이야 말로 나의 최대 무기였는데. 이럴 순 없다. 운동하자. 운동. 일단 하던대로 요가는 계속 하면서 지구력, 근력을 좀 키워야겠다. 헬스 끊을까.......



으음, 일단 요 다섯가지가 올해 나의 목표이자 다짐.
소소하고 당연하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그건 나만 알고 있으련다. 이렇게 쭈욱 적고보니 이제서야 좀 새해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새해는 계획과 함께. 아 참, 빠뜨린 게 있는데 2009년에는 작년보다'는' 열심히 포스팅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더불어 다소공간에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 많이 받으세요. :-)

2009/01/05 01:09 2009/01/05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