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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사를 심하게 많이 다녔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남들보다 적게 한 편은 아닌 것 같다. 가깝게 내 친구들을 보면 동네 유지(...)인 집안도 많고,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도시에서 쭉 자란 애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이사란 동네를 옮기는 정도거나, 다 커서 학업이나 취업 관계로 자취를 하게 되면서 거처를 옮기는 정도로 인식된다. 즉, 가족 전체가 대규모로 (그것도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한 경험은 드물다는 말. 그에 비해 나는 어릴 때부터 이사를 꽤 자주 다닌 편이다. 그것도 멀리. 그 증거로 초등학교 입학은 대구, 졸업은 경기도, 중학교 입학은 경기도, 졸업은 경북, 고등학교 입학 및 졸업은 경북, 대학은 대구...-_-;;; 뭐 이런 식으로 왔다갔다 많이 했다.; 이것 뿐이면 괜찮지. 지방 단위의 큰 이사가 아니라 동네 단위의 비교적 간단한(...그러나 절대 만만치 않은) 이사까지 파고 들면 그 횟수는 더욱 증가한다.-_-; 아버지의 일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다녔다는 흔한 이유지만, 별로 유쾌하지는 않은 경험. (이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특히나 만화책 포함 각종 책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사가 정말 징그럽게 싫었다. 예전에도 포스팅한 적 있는데, 이삿짐에 책이 많으면 이사 비용 증가는 물론이요, 일도 훨씬 늘어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몸살과 부상이 잇따른다. (가령 책 박스 옮기다가 떨어뜨려봐, 책 손상은 물론이요 난 발가락에 금간 적도 있다.-_-;) 하여간 그래서 한번 이사할 때마다 대부분의 만화잡지는 처리를 해야 했었다.(짐이 많으면 트럭 큰 거 불러야 되니까 돈 많이 든다고 알아서 짐을 줄이라는 부모님의 엄명! 안 줄이면 맘대로 버리겠다고 협박; 그나마 처분할 만한 건 만화잡지 뿐이었음;) 보물섬 같은 어릴 때 보던 잡지들은 큰 애정이 없어서인가;; 고물상에 잘 팔아 넘겼는데, 좀 머리 굵어서 읽기 시작한(즉 내 돈 주고 산) 만화잡지는 차마 그대로 버리지는 못하고, 좋아하는 만화만 뜯어내서 짐을 꾸렸다. 이른바 분철이라는 것인데... 처음부터 분철하기로 결정하고 차곡차곡 모았다면 모를까, 이삿날에 임박해서 바쁘게 작업하느라 엉망진창으로 뜯긴 만화잡지 속 만화들이 상자에 줄줄이 쌓이던 게 기억난다. 그 때 난도질(...)당한 잡지들이 댕기, 윙크, 이슈, 화이트, 나인 등등인데 결국 다 분철 못하고 나머지 깨끗한 잡지들은 친구 언니네 피아노 교습소에 공짜로 넘겨주었다. (지금은 교습소 문을 닫았으니 내 만화는 고물상으로 넘어갔겠지.)


그렇게 일부일지라도 가까스로 살려낸 분철만화(정확히는 분철도 뭣도 아닌 그냥 잡지에서 작품별로 뜯어낸 만화;)였건만, 이사 후 학업이며 생활에 쫓긴 나머지 뜯어볼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얼마전에(라고는 해도 몇 달은 족히 됨;) 골방 정리하다가 겉에 '만화'라고 적힌 상자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며 뜯어봤는데, 아 글쎄 그 때 뜯어낸 만화들이 상자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게 아닌가. 크윽. 정말 눈물이 나올 만큼 행복한 순간. 정신적 타임머신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물리적으로는 구현해 낼 수 없지만, 사소한 물건(혹은 추억) 하나로 시간을 역행하여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좋아라 꺅꺅 소리를 지르며 종이가 바스러질 새라 조심조심 꺼내었다. 워낙 옛날 만화잡지라 몇몇 분철은 종이질이 요즘처럼 좋지 못해 누렇게 뜨고 바삭바삭(...)해져서 잘 못하면 부서질 것 같았다.;;;(오래된 갱지 생각하면 될 듯)


개중에는 단행본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기억에서 잊혀졌던 중·단편 만화도 있었다. 별책부록으로 받았던 [늘 푸른 이야기], [또 하나의 이야기], [다섯번째의 계절]등도 기억에 아련하고, 무엇보다 연재분을 뜯어놓은 것이라 당시의 작가 에필로그랄까, 코멘트를 엿볼 수 있어서 어찌나 좋은지. 무려 GIRLS의 이빈은 연재 끄트머리에 'R.ef 댄스 동영상 녹화해놓은 거 빌려 주실 분 없나요?' 라는 코멘트를 써놔서 날 꺄르르 웃게 만들었다. R.ef라니 도대체 몇 년전이여. >_< 꺄아하하. (이후 ONE 연재를 시작한 거 보면 그 때부터 자료조사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 중!) 아무튼 그 날은 몇 시간 동안 그 만화책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른 후, 오늘 불현듯 생각이 나서 그 때 꺼내어 둔 분철 만화를 다시금 훑어보았다. 아, 다시 봐도 좋구나. 요즘도 물론 순정 만화 잡지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소재는 다양해졌을지 몰라도 국내 작가수가 많이 감소되었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시장자체가 협소해져서 사실 순정만화 부흥기였던 90년대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게다가 내 나이가 나이니 만큼 요즘 애들 취향에서 멀어진데다, 또 내가 이젠 감수성 어린 10대가 아니라 그 시절만큼 공감도 하기 힘들어 꾸준히 사보지는 못하겠더라. 그러나 그와는 달리 한 때 열광했던 예전 만화들은 진부하기 짝이 없고,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깔깔대며 웃거나 감동 받는는 걸 보니 만화도 음악처럼 추억을 먹고 사는 매체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오랜만에 예전 만화 들춰보며 피식피식, 옛 기억에 잠겨본다. 좋다, 좋아.


만화잡지 분철

심혜진의 2부작 단편만화 '적련'이 맨 위에 놓여있다.



만화잡지 분철

만화잡지별 각종 부록만화들



덧,
1.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여기 있는 만화 하나씩 꺼내서 그걸로 글 써도 좋겠다. 리뷰든 추억이든 만화마다 얽힌 에피소드만 써도 웬만한 분량은 너끈하겠는 걸. 뭔가 정리나 기록의 의미도 되고. :-)

2. 그나저나 다섯번째의 계절 2권은 어디 간거지? 왜 안 보일까...? 예전에 컴퓨터 책상 받침대로 쓴 기억은 나는데...;;; 음...;;;;<- 아니, 이런 만행을!!!! 한승원쌤 보시면 놀래실라..;;;

3. 별책부록으로 저것들 말고도 신일숙의 '사랑의 아테네'도 있었는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ㅠㅠ 그 중에 2권은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읽다가 선생님 한테 걸려서 뺏기고, 복도에서 벌 서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는데....>_< 그 때 같이 벌서던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거 뭐 BGM으로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라도 틀어야 될 것 같네.^^;)

4. 혹시 그 시절 만화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이글루스 만화 밸리로 트랙백 보내봄. :-)
2009/03/30 23:17 2009/03/30 23:17

- 조금 정체상태. 봄울렁증인가 했는데,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쓸 데 없이 울지도 않고 기분이 우울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특별히 활동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심지어 웹서핑도 줄이고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하는 것만 계속 기계적으로 하는 중이랄까.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단순해지는 면도 없지 않은데, 딱히 나쁜 점은 없지만 이런 생활을 오래 할 건 못 된다는 생각도 든다.

악세사리 판매 아르바이트 할 때, 일주일에 한두 번씩 주의사항을 적어넣은 표를 프린트하면 그걸 크기에 맞게 자르는 일을 하곤 했는데, 그 일을 하는 동안은 뭔가 무념무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종이에 자를 대고 커터칼로 자르다보면 심지어 주변의 소음조차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아, 이게 바로 단순노동의 미학인가?' 했는데... 그게 오래 지속되다보면 정신까지 단순해지는 것 같아 그건 좀 별로였다. 때론 단순해질 필요도 있지만, 마냥 그러고 싶진 않다.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잖아. (그게 이런 때 어울리는 말인가 싶긴 하지만;)


- 얼마전에 독한 마음을 먹고 못된 소리를 퍼부었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미움을 50% 정도는 부풀려서 위악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다가, 결국은 상처투성이로 방에 쳐박혀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풀리지 않는다.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워서인지 감기가 나을 생각을 않고 점점 심해진다. 하필 이 때........ '못되게 구니까 벌 받는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막상 누가 이렇게 말하면 때릴지도 모른다.-_-; (내가 생각하는 거랑 남이 대놓고 그러는 거랑 다르다.;)


- 철학, 심리학, 역사, 진화론에 대해 요즘 지대한 관심을 쏟는 중. 보기만 해도 한숨 나오던 서양철학사 책을 밑줄 그어가며 읽고, 덕분에 세계사에 불타오르고, 쳐박아 두었던 프로이트 책이랑 굴드랑 다윈이랑 또 누구누구 책을 다시금 읽고 있다.(물론 처음 읽는 게 더 많다.쿄호.) 자가진단으로는 마음이 허해서인데, 정말 그런걸까. 단순히 호기심이라고 보기엔 요즘 내 독서행태는 좀 게걸스럽다. 이마저도 식으면 좀 넋나간 듯 보일 것 같다.


- 그나저나 이 와중에 CSI는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건가. 마약 같은 CSI. -ㅠ-

2009/03/29 21:36 2009/03/29 21:36
테스트하는 곳


나의 테스트 결과는...

고상한 여성 취향, 품위와 우아함의 영역

돌무더기는 더 이상 돌무더기가 아니었다. 그 남자가 곰곰이 생각했을 때, 돌무더기로 대성당을 짓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 생떽쥐베리

 

이곳은 길가의 미물을 보고도 낭만적인 상상에 잠길 수 있는, 혹은 그런 능력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우아한 감수성을 위한 영역입니다.

 

문화와 예술에 무관심한 실용주의 숭배자, 갑갑하게 질서정연한, 꽉 막힌 합리주의자들의 출입을 통제합니다.

 

다음은 이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들입니다.   

  • 계획적이고 정교한 것보다는 비논리적이더라도 자유로운 것을 좋아함. 정리되지 않은 느슨한 콘텐트에 관대한 편. 직관적인 취향으로 너무 꽉 짜인 논리정연 함에 갑갑함을 느낌.
     
  • 다소 주류 지향적이나 그 중에서 수준 높은 것을 취사 선택하는 편. 도에 벗어나지 않는, 상식적인 콘텐트 선호. 지나치게 파격적인 이미지와 언어에 거부감.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고 뻔하고 흔해 빠진 것은 식상해 함.
     
  • 작위적인 것, 가식적인 것을 불편해 함. 선택의 기준을 자기 만족에 두는 편이라, 가격, 인기, 외모 같은 외적 요인엔 별 관심이 없음.
     
  • 고급스러운 콘텐트에 관심이 있으며, 통속/세속적인 콘텐트를 싫어하는 편. 문화 예술에 대한 선천적인 안목, 진짜를 알아보는 직관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음.

일단 '고상', '우아함'에서 좀 웃었음; 푸합!
나랑 너무 동떨어진 단어랄까, 아 좀 낯간지럽다. 근데 뭐 나쁜 의미라거나 싫어하는 단어는 아니니까, 기쁘게 받아들이겠어. :-) 대충 내가 생각하는 나의 취향과 일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낯선 결과다. 특히 마지막 단락. 무어... 선천적인 안목이나 직관력은 모르겠지만, 난 통속/세속적인 콘텐트도 좋아하는데 말이지.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마냥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나머지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닮은 것도 같다. 꽉 짜인 틀보다 차라리 느슨한 게 좋다. 그렇다고 너무 파격적인 건 불편해하며, 또 흔한건 싫어하는. 말하자면 적당한 걸 좋아한다는 건데, 이걸 또 다르게 말하면 쌔고 쌘 취향? 호호. 사물에 의미 부여하고 감상이나 낭만에 빠지기 쉬운 스타일이라는 데에는 공감한다. 내가 좀 그래. 그래서 봄도 잘 타고 말이지. 그나저나 이번 봄은 봄을 타서 미치는 게 아니라 감기 땜에 미치겠다. 도서관 가는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그거 구경하려고 고개를 처들었더니 콧물이 목구멍으로 막 넘어가. ㅠㅠ 게다가 전에 없던 꽃가루 알레르기인지 아니면 단순히 감기때문에 민감해져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바람 불면 재채기 때문에 바깥에 오래있지도 못하겠음. 여러모로 안습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 취향테스트에 생뚱맞은 결론으로 마무리! 쿄홋



한번 더 해봤는데, 이런 결과가...;

2009/03/29 18:21 2009/03/29 18: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봄이 왔다.
어김없이
센티멘탈의 계절.


당분간은
.
.
.
2009/03/26 20:59 2009/03/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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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류의 책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전형적인 어학사전에서부터 백과사전이나 특수용어사전,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한 개념어 사전까지 사전과 비슷한 형식을 갖추고 있는 책들은 늘 내 관심을 끈다. 그래서 심심하면 그런 책들을 뒤적이곤 하는데, 이 재미가 굉장히 쏠쏠하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거기에 씌어진 내용을 읽노라면 사전을 상대로 '책장넘기기 게임'을 하는 느낌. >_<


어학 사전을 처음 가지게 된 건 초등학교 졸업식 때였다. 각 반에 서너 명이 우등상을 받았었는데 그 중에 나도 포함함되어 있었다.(지금과는 달리 나름 우등생이었나봄;) 그 때 상품이 금성에서 나오는 콘사이스 영어사전이었다. 지금은 초등학교에도 영어 과목이 있지만 나 때는 영어란 중학교에 들어가서나 배우는 것이어서, 그 때 받은 영어사전은 상품이기 이전에 뭐랄까, '난 이제 꼬맹이가 아냐! 영어 사전도 있는 걸!' 하고 어깨에 힘을 잔뜩 실어줄 수 있는 물건이었달까.^^; 지금 생각하면 그런 내가 우스꽝스럽지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선물 중에 하나다.


이번에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받은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그 때의 그런 -반갑고 든든한- 기분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지금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새로운 마음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받은 사전이라 어쩐지 더 의미있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최근 영어가 재미있다는 포스팅을 할 때 만해도 잠깐 그러다 말 줄 알았는데 이번엔 꽤 진지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영어에 재미를 붙이고 있고, 그래서인지 이 영한사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요즘은 종이사전보다는 검색과 휴대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웹사전이나 전자사전을 이용하는 추세이고, 내 경우에도 종이사전은 영영사전 밖에 이용하지 않던 터라 오랜만에 펼쳐 본 '종이로 된' '영한'사전은 신선하기 그지 없는 물건. 게다가 좋아하는 영영사전 중 하나인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이하 OALD)가 한국어와 만났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택배상자를 받아들고 싱글벙글 콧노래를 다 불렀을 정도.


일단 '옥스포드 영한사전'의 외관을 보자면, 전체적인 색감은 파란색이고 아래쪽에 주홍빛 그라데이션이 있어 단조롭지만 심심하지는 않은 외관이다. 크기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어학사전 크기와 비슷한데, OALD 원전보다는 조금 작다. 즉 외국에서 쓰는 일반적인 영영사전보다는 작고 포켓판보다는 큰 편. 원전의 축쇄판 크기와 같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OALD 원전도 국내에서는 7판 축쇄판을 제작, 판매되고 있다)

다음으로 내용.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원전의 장점을 거의 그대로 옮겨오면서도 영한사전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다. 단어를 설명하는 말은 원전의 서술형보다는 여타 영한사전들처럼 가능한 직관적인 단어로 옮겨왔는데,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서술형은 단어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데는 좋지만 지면을 많이 차지해서 경제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설명어 앞에 괄호를 쳐놓고 그 안에 어떤 상황에 쓰이는지 간략히 설명하는데, 예를 들어 naive란 단어의 뜻을 살펴보자. naive의 뜻은

'순진한, 천진난만한, 순박한, 경험이 없는, 고지식한' 등의 뜻을 갖고 있는데, 이를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어떤 식으로 설명하고 있느냐면,

adj. 1 (못마땅함) (경험·지식 부족 등으로) 순진해 빠진, (모자랄 정도로) 순진한
      2 (호감) (사람들이나 그들의 행동이) 순진무구한 [syn] ARTLESS
      3 (전문용어) (예술이) 천진난만한 스타일의

이런 식으로 미묘하게 다른 쓰임새를 짚어낸다.(예문도 있으나 생략;) 다른 사전들도 비슷하게는 설명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이 사전이 나랑 잘 맞아서 그런지 설명이 가장 명쾌하게 느껴진다. 이것 말고도 단어에 따라서 [주로 명사 앞에 씀]이나 [명사 앞에만 씀]이라든지, [진행형으로는 쓰이지 않음] 이라든지 혹은 [주로 수동태로] 같은 설명을 추가해서 단어가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예문과 함께 간결하게 설명한다.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원전의 예문을 거의 그대로 옮겨와 해석을 실어서 이해를 돕고, synonym이나 word family, phrasal verb나 Idiom도 보기 편하게 표시해놓아 단어가 어떻게 활용되는를 보여주며 단어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와 함께 중간에 32페이지에 걸친 컬러 부록과 필수 영단어에 열쇠 마크를 삽입해서 중요 단어를 빨리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 번째로 내용 구성 및 디자인.
옥스포드 영한사전에는 폰트, 색깔, 기호표시 등이 굉장히 눈에 잘 들어오게 안배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부분이 '옥스포드 영한사전'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한다.소소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일단 표제어는 파란색, 설명어는 검은색, 몇몇 기호와 텍스트박스는 붉은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게 굉장히 조화로워서 눈에 쏙쏙 들어온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검은색 설명어들도 이탤릭체, 볼드체 등의 효과와 서로 다른 폰트를 적당히 섞어 사용자가 최대한 편리하게 사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OALD 원전에 비해서도 훨씬 낫다. 원전은 검정, 파랑 두가지 색깔로 이루어져 있어 좀 단조로운데 반해 이 영한사전 눈이 지치지 않으면서 내용을 보는 게 즐거운, 컬러풀하지만 조잡하지는 않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보면서 제일 감동한 부분이다.

실은 이 사전을 받기 전까지 영한사전은 일체 쓰지 않고 영영사전만 활용했었다. 단어의 뜻을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영한사전보다 훨씬 오래 걸리지만 영단어를 영어 자체로 익히면 이미지가 각인되어 오히려 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적어도 나는) 그래서 이 사전을 갖게되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활용도가 낮으면 어쩌나 했는데, 친절한 설명과 디자인적 장점이 나의 그런 걱정을 메워주었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내용과 구성, 디자인이다.


내 영어 실력은 아마도 중급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영어삼매경이라 듣기실력이나 어휘능력은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말하기나 쓰기 능력은 아무래도 좀 힘들다. 입력은 원활히 되는 반면 출력에 애로사항이 있달까. 이 부분은 독학으로 메우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한지라 지도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데, 아무튼 그런 중급자의 입장에서도 이 사전은 분명히 메리트가 있고, 실질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Advanced Learner's Dictionary라는 이름답게 학습용으로 최적의 사전이 아닐까. 평소 옥스포드에서 나오는 사전을 좋아하지만 굳이 그 명성에 기대지 않더라도 이 사전은 매우 멋진 사전이고 그런 만큼 마음에 쏙 든다. 물론 영영사전이 시간은 걸려도 영어실력을 높이는 데는 훨씬 유용하겠지만, 아직 어휘가 많이 부족한지라 앞으로 얼마간은 이 사전으로 그 부분을 채워볼까 한다. 사실 영영이든 영한이든어느 만큼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닐까. 그렇다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영한사전도 나쁘지 않을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내 빈약한 어휘를 (비롯한 여러 부분을) 채워줄 파트너로 손색이 없다. 케이스에 끼워넣을 새도 없이 거의 매일 꺼내보느라 벌써 손때가 타기 시작했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글자 위에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공부하는 즐거움. 그런 즐거움을 가르쳐주는 종이 영한 사전이 필요하다면...... 옥스포드 영한사전, 추천한다. :-)


  New 옥스포드 영한사전 - 비닐  Oxford University Press 지음
· 풍부한 예문, 최대/최적의 영어 학습용 어휘 수록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는 전세계 3,500만 명 이상이 애용하는 베스트셀러 사전입니다.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내용을 정확하고도 알기 쉽게 풀이하였고, 풍부한 예문과 가장 많은 단어를 수록한 최적의 영어 학습용 사전임을 자랑합니다.

· 필수 영단어 목록으로 효과적인 영어 학습 가능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단어의 중요도와 활용도로 엄선한 Oxford 3000 단어목록을 수록하여 학습자가 핵심 단어들을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2009/03/25 23:48 2009/03/25 23:48
장국영 ‘백발마녀전’ 비공개 예고편 최초공개


백발마녀전

기사 보자마자 사진부터 저장.
백발마녀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저 장면.

정파와 마교의 싸움.
적으로 만난 탁일항(장국영)과 연예상(임청하).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채찍으로 옭아매며 대립하지만 상대에게 상처를 줄 마음이 조금도 없는 두 사람. 그런 와중에 탁일항의 사매가 연예상을 향해 독침을 쏘고, 방심하고 있던 연예상이 등에 독침을 맞고 쓰러진다. 저 장면은 탁일항이 쓰러지는 연예상을 안으며 놀라움과 원망의 눈길로 사매를 쳐다보는 장면. 스치듯 지나치던 탁일항과 연예상의 세 번째 만남이자, 이성적인 판단에 앞서 탁일항의 본능적 끌림이 일시에 표출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연예상이 쓰러질 때의 검고 푸른 화면 색감과 카메라 기법은 마치 잔상이 남는 듯한 효과를 주어 더 극적으로 보인다.


그나저나 기사를 보니 벌써 4월이 다가오는구나, 싶다.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장국영. 아르바이트 하다가 휴식시간에 그 소식을 접하고는 얼마나 놀라고 우울했었는지. 새삼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매년 팬들 사이에서는 조촐하게 그를 기억하는 행사가 있었던 걸로 안다. 올해는 6주년을 기리며 좀 더 크게 할 모양. '장국영 메모리얼 필름 페스티벌'이라니, 나도 가고 싶은데, 아니나 다를까 지방은 해당사항 없음.-_- (아오쫘증놔!!) 백발마녀전 비공개 예고편도 보고 싶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해피투게더 무삭제 버전도 상영 예정이라던데... 그게 보고 싶다. ㅠㅠ 무삭제 버전에 대한 갈망보다 스크린에서 장국영(게다가 양조위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잖아. 이 밖에도 백발마녀전, 영웅본색을 비롯해 4주간 여러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아- 그림의 떡이다. 우웽. (설마 동사서독도 상영해주는 건???? 헉!!! +_+) 어쨌거나 지금은 그저 그리운 백발마녀전이나 다시 봐야겠다.


백발마녀전

왼쪽 : 천하무적(백발마녀전2), 오른쪽 : 백발마녀전


사실 비디오를 더 애지중지했는데. 어느 상자에 넣어놨는지 못 찾겠다.;;;
비디오는 커버 전면이 빨간 색감으로 꽉 채워져 있어서 '관람불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히히.



언젠가 꼭 리뷰하고 싶었던 영화가 <백발마녀전>과 <천하무적>이다. 몇 번쯤은 글을 쓰려고 시도도 했었는데, 얼마나 할 말이 많은지 쓰다보면 중구난방, 중언부언...... 마음에 안 들어서 지워버린 게 몇 번 된다. 무어 그리 대단한 리뷰 쓰겠다고 지워버린 건지(;;)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긴데, 하여간 언젠가는 꼭!  리뷰하고 싶은 영화. :-) 근데 참 아이러니한 건, 난 좋아하는 영화일수록 리뷰를 안(못) 한다는 거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고 싶은 말이 머리속에서 엉킨채 출력이 안 된다고 해야할까. 책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영화는 좀 더 심하다. 그럴 땐 메모를 해놓기도 하는데, 또 우스운 건 메모하다가 막 지쳐요. 크하항. 아무튼간에 언젠가는 그 단편적인 메모라도 정리해 올려놓고 싶다.
2009/03/19 20:45 2009/03/19 20:45
빨간 머리 앤 파우치

집에 돌아오니,
예상치 못한 택배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_+
그렇지만 도무지 기억에 없는 발신인의 이름을 보며 갸우뚱. '-'
그나저나 이게 뭘까 궁금해 하며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어보았더니,
어여쁜 파우치와 함께 작은 쪽지가 툭 하고 무릎 위로 떨어졌다.

지이 님의 깜짝 선물! :-)

며칠 전에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셔서 별 생각 없이 알려주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었다. '그냥 막연하게 뭘 보내실 건가?' 하고 그냥 넘어갔던 기억. 그 후로 소식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오늘 이런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비가 와서 하루 종일 스산했고, 하필 시작된 마술(...)로 인해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는데, 이 빨강, 하양 파우치가 내 기분을 순식간에 풀어주었다. 아잉

엄마랑 동생한테 선물 받았다고 막 자랑하고, 이거 미싱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박은 거라고 강조했더니 '오오~'하는 놀라움의 반응들. 요즘 손바느질로 홈패션하는 사람들 드문데, 굉장하다고 칭찬 한마디씩! 뇨호호호. 나, 이런 거 선물받는 여자야! (왜 내가 도도한 거지?ㅋ)

자세히 보면 바깥쪽 천에 Red Hear Anne 이라고 씌어있다. 빨간 머리 앤이라니. >_< 내가 앤 좋아하는 걸 어느새 눈치채셨는지 그야말로 내 취향으로 천을 골라 만들어 주신 지이님, 그대는 센스쟁이, 우후후! (무릎팍 건도 버전으로 읽어주세욥!) 깔끔한 로맨틱 소녀풍이 모토라고 하셨는데, 네네~ 정말 그래요. 정말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 (내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실물은 훨씬 귀엽고 깔끔함!)

평소 가방에 넣어다닐 마땅한 파우치가 없어서 사야겠다 생각은 하면서도 매번 까먹어서 그냥 가방 안 주머니에 대충 구겨놓고 다니곤 했는데, 이제 깔끔한 이 앤 파우치에 정리해서 넣어다니면 편하겠다. 아무 날도 아닌데, 요런 어여쁜 선물을 보내주신 지이 님께 무한 감사. :-) 화이트데이 사탕 선물보다 더 기뻐요. 감사히 잘 쓸께요. ♡


빨간 머리 앤 파우치

안쪽은 이런 모습.
살짝 열린 파우치의 모양이 마치 하트 같다.
지이 님게 날리는 감사의 표시랄까. 우하항. ♥
2009/03/13 23:01 2009/03/1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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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동생이 예쁜 핑크돼지 책갈피를 사와서 나한테 자랑을 했다. '오오, 예쁘다!' 그런데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내꺼는?" 하고 물었고, 동생은 당황한 듯 "어, 언니껀 없어!" 하고 후다닥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쪼르르 따라 들어가 "내꺼는, 내꺼는, 내꺼는!!!" 하고 닦달을 했고, 동생은 "몰라, 몰라, 몰라!" 하고 귀를 막았다. 그래서 나는 "쳇! 나는 뭐 사면 니꺼까지 같이 사는데, 니는 안 사온다 이거지. 흥, 느아~쁜 놈!" 하고 짐짓 삐진 척 내 방으로 와서 킬킬거렸다. 그 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동생은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오늘 선물이라며 이걸 꺼내놓는 게 아닌가. 으항항. 업무 관계로 패션쇼에 갔는데, 마침 전시중이었다나? 내 생각이 나서 얼른 하나 사 왔단다. :-) 귀여운 녀석! 득템한 기념으로 얼른 사진 찍어 올려둔다. 요즘 읽고 있는 초록빛 <신록예찬>과 잘 어울린다.
2009/03/12 23:41 2009/03/1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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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when are you interested in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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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I met you.



우하하, 새라 표정!
처음 볼 때, 나도 저 표정.
한 5초 쯤 후에 살짝 두근.

지금 작업거는 겁니까?
그리썸 씨!
>_<


C.S.I LV s2 x e16


2009/03/11 20:18 2009/03/11 20:18
(원래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긴 하지만) 요즘 책 판매 및 구매와 관련해서 인터넷 서점을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새학기이고, 반값 이벤트가 많아서 그런지 배송문제와 시스템 오류 등등 자잘한 문제거리가 종종 발생해서 상담게시판을 이전보다 자주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답변을 답글이 아닌 전화로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를 들어 책을 구매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배송이 안 되어 상담게시판에 물어보니, 재고가 없어서 현재 입고요청 중일 때가 그렇다. 이럴 경우 A서점의 상담원들은 대개 전화로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며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를 한다. 예전에는 글로 답변을 했는데, 고객센터 방침이 바뀌었는지 요즘은 바로 전화가 온다. 얼핏 서비스가 더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유가 뭘까? 사실 이 경우, 전화가 더 효율적일 수 밖에 없는 게, 출고예정일인데도 상품 준비가 안 된 경우 재고부족이라는 상황을 빨리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고객에게 그 상황을 답글로만 알리기엔 서점의 서비스 마인드랄까, 운영 부족의 이미지가 남는다. 이 때 재빨리 전화를 걸어 공손하고 친절한 말투로 사과와 함께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사 소비자를 설득하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대부분의 고객들은 (화는 나지만)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게다가 전화는 글과 달리 뉘앙스가 훨씬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커뮤니케이션 효과가 훨씬 높다. 이로써 서점은 서점대로 이미지를 살리면서, 고객은 책을 빨리 못 받아 신경질이 나지만 그래도 전화까지 주며 사과하는 통에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화 상담(답변)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제목에서 쓴 바와 같이 전화 상담(답변)은 상담원의 말투나 뉘앙스에 따라 소비자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상황은 공손하고 친절한 말투가 소비자에게 그나마 어필된 경우이고, 이와 반대로 상담자는 나름대로 친절하게 한다고 하는데, 소비자가 듣기에는 전혀 친절하게 들리지 않을 때는 전화 받고나서 오히려 기분이 더 나빠져버린다. 그때부터는 책이 늦게 오는 것보다 상담원 때문에 짜증지수 UP! 오늘 이런 전화를 하나 받아서 영 기분이 별로다. 시스템 오류 때문인지 중고샵 관련 메일과 문자가 오지 않아 불편사항을 건의했는데, 글 올린지 1분 만에 전화온 상담원의 말투가 어땠냐면, 혹시 니 메일함 설정이 이상한 게 아니냐, 시스템 상 가끔 그럴 수 있는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 라는 식.-_- (아니 평소에는 잘 전달되다가 최근에 안 와서 시스템 오류가 아닌가, 그렇다면 고쳐달라 건의한 건데 웬 내 잘못?) 그분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 몰라도 내가 듣기엔 충분히 그랬다. 말투도 그저께 전화온 상담원은 솔톤에 사근사근 '죄송합니다, 고객님' 하면서 애교가 뚝뚝 묻어나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었는데, 이 상담원은 목소리 톤도 낮아서 좀 무서운데다가(ㅜㅜ;) 뭔가 미묘하게 사람을 가르치려는 말투랄까, 말투가 너무 딱딱 부러져서 듣는 사람 화나는......-_- 게다가 마지막에는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연락을 하라나? -_-; 물론 충분히 고객에게 부탁할 수 있는 요청 사항이었지만, 이미 말투에 기분이 상해있던 나는 '나보고 지금 바로 연락 안 하고 오류 사항 모아서 한꺼번에 건의 한다고 화내는 건가?' 하는 생각에 점점 더 기분이 나빠졌다.


예전에 H대형마트에서 알바할 때 하루 웬 종일 서비스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라 좀 헐렁할 줄 알았는데 하루종일 얼마나 빡세게(...) 교육을 시키던지, 그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목소리 톤과 말투였다. 반드시 솔톤을 유지, 적어도 파톤 이하로 떨어지게 하지말 것이며, 말은 정확히 하되, 따지거나 가르치는 듯한 인상을 주지 말라는 교육원의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는데, 이제야 그 의미가 와닿는다. 목소리 톤은 떨어지는데 그걸 커버하려 말투에 힘이 실리니까 오히려 따박따박, 훈계하는 인상이 되어버린다. 업무의 피곤함과 짜증이 소비자에게도 옮는 느낌. (컥) 오늘 받은 그 전화는, 역시 고객센터 일은 어렵다는 걸 간접적으로 느낌과 동시에,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하는 교훈을 주었다. (...) 혹시나 앞으로 내 쪽에서 뭔가 공적인 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할 때는 반드시 적정 수준의 톤과 사근사근한 말투는 꼭 유지해야겠다라고 다짐. 이것이 바로 타산지석인가. 후후. 사적인 통화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톤이 높아지고 사근사근해져서 뭐. 오호호호. - _- <- 웃기지뫄!
2009/03/11 19:23 2009/03/11 19:23
최후의 만찬 (전 2권)
하비에르 시에라 지음, 박지영 옮김
노마드북스
7점


이 책을 산지 몇 년이나 흘렀더라. 대강 계산해봐도 3년은 훌쩍 넘는다. 살 때는 무척 궁금해하며 샀는데, 막상 사 놓고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못한 책 중에 하나다. 그렇게 한번 시기를 놓쳐버리고 나자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흥미를 잃게 되었고, 어느새 이 책은 내 책장 가장 깊숙한 곳에 봉인된 듯 처박히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그러나 인연이 영 없지는 않았는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책은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 이 책을 꺼내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책장 정리를 하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이 책 제목이,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나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 나는 오랜시간 내 책장 속에서 잠들어 있던 [최후의 만찬]을 깨워 숨을 불어넣었다.

제목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 듯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인 '최후의 만찬'을 소재로 한 역사 팩션(faction)소설로, 상상력을 약간만 더 보탠다면 종교 관련 소설임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가 배출한 최고의 천재 화가라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그의 작품 '최후의 만찬'은 수 세기 동안 다각도로 해석되어 왔고, 일반 역사에서부터 미술사, 종교사, 정치사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끊이지 않는 화제의 인물이며 작품이었다. 소설은 그 레오나르도가 존재했고, '최후의 만찬'이 탄생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내가 좋아하는 과거로의 여행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및 그의 작품들을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과 수도회 등 가톨릭 사회를 배경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최후의 만찬]은 태생적으로 [다빈치 코드]와 [장미의 이름]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출판사는 아예 이 부분을 홍보 문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후발주자가 선발을 앞지르기란 쉬운 일은 아니기에, 까딱 잘못하다간 '과장성 홍보 문구'라고 비아냥을 듣기 십상.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꽤 만족했기에, 적어도 이 책을 샀던 것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사실 이 책은 [다빈치 코드]의 도발성이나 오락성에 비하자면 너무나 얌전하고, [장미의 이름]이 가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소설 속에 이용된 장치가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좋았던 건, 첫 번째로 번역을 꼽겠다. 책을 읽으면서 번역가가 누군지 살펴보는 경우는 대개 두 경우다. 번역이 엉망이거나 혹은 마음에 들거나. 이 책은 후자인 경우인데, 번역의 정확성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그야 원서도 없고, 원서가 있다해도 난 스페인어를 모름;), 최소한 번역의 유려함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건 바꿔말하면, 책을 읽기가 아주 쉬웠다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번역투도 거의 없었고, 문장 자체가 이해가 안 가 몇 번이나 다시 읽는 일도 없었다. 긴 문장도 잘 간추려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다듬어 놓은 걸 보아 문장력이 꽤나 좋은 번역가가 아닐까 생각했다.(혹은 편집자의 능력?) 세련되거나 예쁜 문장은 아니지만 간결하고, 깔끔하다고 해야하나. 사실 이 소설은 시대적·종교적 고유명사가 난무해서 자칫 지루해지거나 장황해지기 십상인데, 그런 것들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을 정도이니 정말 번역이 좋았다고 할 밖에.

물론 그에 따른 각주들이 엄청나기는 하다. 특히 그 시대의 인물들에 대한 각주가 세심하고 친절하게 적혀져 있었는데, 편집이 깔끔해서 소설을 읽는 데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아, 편집하니까 말인데... 책 자체에 대한 편집도 내가 퍽 좋아하는 타입. 반양장 제본에 앞 쪽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이 올컬러로 인쇄되어 있고, 그 밑에는 언제, 누가 그렸는지, 원작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현재 어디에 소장되고 있는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그 옆에는 그 그림이 책 몇 쪽에 등장하는지도 알려줌) 또 내용 안에는 간간히 그림의 한 부분을 확대해서 실어주거나, 내용 이해가 쉽도록 모사본을 싣기도 한다. 내용이나 앞서 얘기한 각주 편집도 깔끔하다. 아쉬운 건 분권인데, 줄 간격이 꽤 큰데도 합쳐서 600페이지가 안 넘어가는 책은 사실 분권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돈 낭비, 종이 낭비...-_-; 하지만 뭐, 지금도 그렇지만 이 책이 국내에 출판될 땐 워낙 분권 행위가 횡행(...)했던지라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안 넘어가면 어쩔겨?)

두 번째로 좋았던 것은 소재가 가진 고유의 힘과 그에 더해진 '어떤 것'이다. 내용을 떠나서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들, 인물들, 배경들이 난 왜 그렇게 좋던지. 비슷한 소재의 [다 빈치 코드]는 '오오, 재미있네, 흥미로운 걸'에서 끝난 반면, 이상하게도 이 책은 '더 알고 싶다'로 이어지더란 말씀. 그건 아마 이 책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가 아닐까 싶은데, 왜냐하면 다 빈치가 직접 등장하는 소설이다보니 소설 속 캐릭터에 투영된 괴짜스러움이나, 예술적 행위, 생각이 뭔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대중에게 흔히 알려진 다 빈치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낯설면서도 정이 가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끼면서도 다가가고 싶은 그런 모습이 '실제 다 빈치는 어땠을까?'하는 상상에 부채질을 했다. 생각해보니 난 지금까지 다 빈치의 작품에만 관심이 있었다. 모나리자라든가, 최후의 만찬을 위시한 굵직굵직한 작품들과 그 작품이 보여주려는 게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그것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정작 그림을 창조한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히 궁금증이 일지 않았다니... 물론 작품으로부터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람에 대해 유추하고 알아가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그걸 이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깨달았다. 무언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뿌리부터 살펴봐야 하는 것인데... 이런이런.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그러고나니, 소설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책 속에 숨겨져 있는 상징적 의미와 추리적 장치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자 이야기 전체의 그림이 달라졌다. 와우. 더불어 그 시대를 온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요즘 화르르 불타오르는 세계사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한동안 중세에 빠져 있었는데, 이제 조금 더 진행되어 르네상스로 관심이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야기의 재미에 푹 젖어들게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그것이야말로 좋은 소설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고와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소설 역시 매우 좋아한다. 그런 소설은 때로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책들보다 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최후의 만찬]이 내게는 그랬다. 이것이 소설 자체에 대한 별점은 높지 않지만 하트를 붙인 이유다. 마음에 든다.




+ 어째 리뷰가 중간에 뚝 잘린 느낌인걸; 아마 내용 언급을 거의 안 해서 그런 듯. 아무튼 쓰고보니 소설의 내용은 별로였다는 뉘앙스가 풍기는데, 그렇지는 않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다만 소설 자체가 스릴이 있기보다는 묘하게 차분한 느낌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있기는 좀 무리겠다, 싶은 생각이.^^; 홍보 문구에 쓰인 '고도의 지적 게임'이란 말은 기대감에 비해 조금은 빈약하고 그래서 낯간지럽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족시켜준다. 절정 부분이 좀 밋밋하지 않나 하는 생각과, 조연급 등장 인물들을 좀 더 활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정도.

++ 읽으면서 [다빈치 코드]와 [13번째 사도의 편지]를 자주 떠올렸다.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은 마치 13번째 사도의 편지와 이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사해문서라든지, 나그함마디 문서가 가톨릭, 아니 서구 사회에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느낌. 그리고 다시금 관심이 숑숑.

+++ 처음에는 <최후의 만찬>이 제목이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밀의 만찬>이란 제목으로 개정돼 나왔다. 원제가 LA CENA SECRETA 니까, <비밀의 만찬>이 원제에 더 가깝긴 하다. 책속에서도 본질적으로는 '비밀의 만찬'이란 말이 더 중요한 의미이자 상징으로 이용되니까... 다시 말하면, '최후의 만찬'은 '비밀의 만찬'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또 다른 작품이자 장치로 쓰인다. :-)


++++ 하비에르 시에라는 이 책을 두고 80%가 실화이고, 허구는 20% 밖에 없다고 했다는데...음... 분란 일어나기 딱 좋을 소지의 말이랄까. 음모론적인 냄새가 강하게 풍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왠지 더 진짜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하여간 종교계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듯. ^^;

+++++ 읽다가 오타를 하나 발견했는데, 몇 권 몇 쪽인지 안 적어놔서 까먹었다.
"글쎄."를 "글세."라고 해놔서 '꼭 경상도 발음 같다'라고 생각하며 웃었는데... 히히.




:: 밑줄긋기 ::

"이 사람아, 그거 말고 뭐가 있겠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힘은 바로 상징이라구, 상징!...(이하생략)" 2권, 158p.

아마도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대사가 아닐까.
2009/03/02 00:36 2009/03/02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