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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이 나에게 처분할 만화책을 챙기면서 오만가지 잡상이 들었다고 했다. 청춘의 흔적들과 이렇게 작별을 해야하는가부터 시작해서, 만화책에 대한 애정이 고작 이 정도였나, 보내는 김에 복디까지 보내버릴까(?)...... 뭐 이런 복잡다단한 심경에 사로잡혔다고 하길래, 나는 위로는 해주진 못할 망정 복디도 같이 보내도 된다고 마구 부추겼다.-ㅂ- 훗. 복디라면 사양 않고 덥썩 받아줄 수 있어. 그랬더니 오늘 글쎄 복디 사진을 두 장이나 보내왔다. MMS문자로다가 쓩쓩! 화질은 별로였지만 우리 복디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는 데다 완전 베스트 포즈를 잡아놔서  나는 문자를 받자마자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 아아아악 ♡♡♡ 사랑해요 복디!!!!! 첫 번째 사진은 엄마를 돕겠답시고 자기보다 더 큰 청소기를 들려고 예쁜 짓 하는 착한 복디어린이다. 그 와중에 눈은 분명 아빠를 향하고 있는 듯.ㅋㅋㅋ 사진찍는 엄마쪽을 보지 않았어!!! 캭캭 (<- 근거없음) 깜찍한 하늘색 잠바를 입고 앉아 늘씬한 다리 한쪽을 쫘악~ 펴고 있는 복디 어린이의 베스트 포즈. 두 번째 사진은 방금 전에 온 건데...(는 아니고 이제 확인했을 뿐;) 아악, 무려 제목이 "말짜에게 복디를 보낸다" 였다. (말짜는 나의 숙명인가....-_-;;;) 아무튼 사진 보고서는 기절 하는 줄 알았음. 아아아아아악. 이뻐. 사랑스러워. 최고야. 끝내줘요. ㅠ_ㅠ_ㅠ_ㅠ_ㅠ_ㅠ_ㅠ 만화책이 든 택배상자에 쏙 들어가있는 복디를 위에서 찍은 사진인데....복디 표정이 느무 깜찍해서 막 잡아먹고 싶었어요.(...) 깨방정을 떨면서 내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 없음. 훗 -ㅂ- (자냐?) 뭐 답장 따위 상관 없고(어이?) 일단 컴에 올릴라고 했더니....이런 이런! 아무리 해도 문자보관함에 있는 사진을 컴으로 옮기는 방법을 모르겠는 거다. 설마 안 되는 거? 그래서 검색을 했는데 '연아의 햅틱'은 MMS 문자로 받은 사진은 컴으로 못 옮긴다는 매우 슬픈 지식인 답변 발견.ㅠ_ㅠ 우앙~~~~~

잠깐 딴 소리 좀 하자면, 연아의 햅틱은 내가 썼던 폰 중에 가격 대비 가장 맘에 안 드는 폰 되겠음.-_- 연아에 혹해서 샀지만, 사서 일주일 만에 후회하기 시작해서 '언제 2년 지나나~' 그 생각만 한다-_-(24개월 노예 약정에 매달 35,000원 기본! 엉엉~) 다시는 이딴 식으로 폰 안 사야지! -_- 맘에 안 드는 점 다 적어놨다가 언제 한번은 쫙쫙 씹어줄 작정이었는데, 오늘 그 목록에 하나 더 올라갔네. 우욱! 열받아.

아무튼 그런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문자보관함에 있는 복디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지정하고(그건 또 되네-_-) 카메라로 폰 자체를 찍었음. 우하하하하하~ 나는 집요한 뇨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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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7 23:47 2010/03/07 23:47
백귀야행 / 이마 이치코 / 시공사

며칠 전에 동생 부탁으로 유럽여행에 관한 가이드북을 한 권 사면서 덤으로 얹어서 백귀야행 17권도 샀다.  내가 그동안 무심한 사이에 백귀야행은 18권까지 나와있었지만, 최근의 백귀야행에 흥미를 잃은 탓인지 크게 땡기진 않아서 그냥 17권만 샀다.(집에는 16권까지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읽을랬더니 16권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백귀야행이 기본적으로 1회 완결 옴니버스식 만화긴 하지만, 가끔 이전 에피소드가 다음 이야기에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앞 내용을 알아두는 게 좋다. 그래서 16권을 꺼내서 다시 읽었다. 그런데......-_- 16권도 읽은 기억이 없어! 뭐지? 그래서 15권도 꺼내왔다. 헐...15권도 기억이 희미해.-_- 과연 내가 무관심하긴 했구나. 이렇게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야. 결국 1권부터 다 꺼내와서 어디부터 기억이 나나 살폈더니, 14권까지는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결국 15권부터 정독했다는 이야기. 사실 10권 넘어가면서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긴 것 같고, 뭔가 매너리즘이 느껴진달까, 의무감에 그리는 것 같아 흥미를 좀 많이 잃었었다. 옴니버스 식이라도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진전이 너무 없어서(예를 들어 리쓰와 즈카사와의 관계?) 고인 물 같았다. 그래서 15권부터는 사기는 하는데 제대로 안 읽고 던져둔 것 같다.

아무튼 오랜만에 백귀야행 읽으니까 아이공~ 재미있어라. 전체적으로 크게 진전 안 되고 있는 건 여전한데, 간만에 느끼는 이마 이치코의 향취가 정겹다고나 할까. 은근히 정신없는 그림체랑 말풍선도 좋고, 오지로와 오구로의 주인님을 위한 애정어린 행각도 귀엽지만 짜증나긴 마찬가지고(ㅋㅋㅋㅋㅋ), 갈수록 띨빵해지는(?) 아오아라시도 무진장 마음에 든다. 으하하하. 특히 17권의 두 번째 에피소드 <미혹의 벚꽃>은 단연 수작입니다. 멋지게 즈카사를 구하려고 했던 리쓰의 시도가 허무하게 끝난 거랑 요괴 주제에 다른 요괴한테 멍청하게 속아서 자기가 지켜야 할 리쓰를 구하지 못하고 울부짖는 아오아라시의 절규(...)는 압권이었다. 아 진짜 나 그 부분 읽다가 빵 터져서 배에 근육 잡히도록 웃었네. 아버지의 모습을 한 아오아라시의 헐랭한 모습이 제일 좋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18권도 같이 살 걸 그랬다. 읽고 싶어 죽갔네. .....................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해봤더니, 18권에 엄청난 전개가 기다리고 있더라능. 나 말고도 내용 진전 없다고 불퉁거리는 독자들이 많았나?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진도를 빼는 거지? 누군가는 당장 19권에 완결나도 손색 없을 거라고까지 해서 긴장했다. ㅠ_ㅠ 아니 뭐 최근에 좀 질려서 그렇지 나는 백귀야행 계속 했으면 좋겠는데... 이제 15년째인데 이왕 10년 넘은 김에 20년도 채워 봐요~ 네? 갑자기 이렇게 갑자기 쑥쑥 나가주시면 슬퍼요오. ㅠ_ㅠ 흑

아무튼 감상을 세마디로 정리해보자면,
17권 재미있었다. 내일 18권 사러 가야겠다. 빨랑 19권 나오면 좋겠다. <끝>


+ 문득 시공사판 <백귀야행>의 외래어 표기법 적용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律(りつ)리츠는 '리쓰'로 표기했는데, 司(つかさ)츠카사는 '쓰카사'가 아니고 왜 '즈카사'라고 표기했는가? (하다 못해 '쯔카사'나 '츠카사'라고 표기했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보겠는데, 왜 '즈'카사라고 탁음을 붙였느냐 말이지;;;;이건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 그리고 蝸牛( かぎゅう)카규는 '가규'라고 표기했는데, 開(かい)카이는 왜 '가이'가 아니고 그대로 '카이'인지? 이것 말고도 찾아보면 더 많을 것 같지만, 아무튼 이거 표기법에 너무 일관성이 없는 거 아냐? -_-+ 뭐,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밀고나가는 일관성은 있는 건가?.;;;
2010/03/06 20:33 2010/03/06 20:33

실사그림

닮았다고 우겨본다

2010/03/02 22:30 2010/03/02 22:30
스케치북을 사왔으니 활용을 해야지. 매일매일 무엇이든 한장은 채우기로 결심하고 어젯밤에 자기 전에 엎드려서 그린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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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비루하여라! 저기 위에 있는 순정만화 소녀는 보는 것 만도 부끄러워.-_-; 역시 난 안 되나요? 특히 입부분 완전 망해서 다 가려버렸음. 머리카락 표현 최악.(저건 머리카락이 아니라 지푸라기?) 아무나 이미라 스타일을 그릴 수 있는 건 아님미다. 반성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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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자. 아니 저 꼬맹이는 누구? 누구? 그렇습니다. 사실은 모델이 있는 건데...... 말하면 우주인이 날 때릴지도 몰라요. 그래요. 저건 복띠예요~ orz 누워 있으니 딱히 그릴 것도 없고 해서 휴대폰에 있는 복띠 사진을 불러와서 보고(!) 그렸는데, 결과는 저 따위임. 귀여운 복띠는 사라지고 웬 심술쟁이 포스 어린이가 탄생했다. 나름 큰 눈과 오동통 입술을 강조하였지만 코 위치 조절을 잘못하여 인중 열라 좁아져버림.-_- 아직 돌도 안 된 아기한테 저 더벅머리는 뭐임?  더 노력해야겠다. 아니 많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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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내 손 모양 그림. 둘째 손가락과 셋째 손가락에 종이 끼우고 있는 모습. 엄지 손가락에 살을 더 붙여야 하는데, 오히려 손톱만 뚱뚱해졌음. 퐈하! -_- 중간에 손모양 풀어버려서 그림자는 상상으로 집어넣음. 실제로 그림자가 저렇게 생기는지 잘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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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내 손. 계속 보니까 징그럽다. 저 위에 있는 캐릭터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그렸음. 왼쪽 그림은 스노우캣 짝퉁인가요? 오른쪽 여우아저씨 표정 좋음.(but, 다리만 보면 포유류가 아니라 무슨 곤충인줄 알겠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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꺌꺌꺌. 이거 그려놓고 나 혼자 배꼽빠지게 웃었심. 오른쪽 안경여자가 누구게요? 네네네~ 접니다~ 완전 대박 똑같음. (ㅋㅋㅋㅋ) 집구석에선 저런 꼬라지. 왼 손에 종이, 오른 손에 펜들고 혼자 즐거워 하고 있음. 왼쪽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곤충도 아닌 저거는.... 내동생 상상도! 깔깔. 동생은 저런 표정을 사랑합니다. 큭큭.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지만 그저 그리는 거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다. 잘 그려야된다는 압박감 느끼지 말고, 그냥 무엇이든 그리는 게 중요하다는 '대니 그레고리' 아저씨의 말은 진리야. 오늘 자기 전에는 무슨 그릴까. 히히.
2010/03/02 22:25 2010/03/02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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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그림일기를 그리려고 하니 소재 찾기부터 문제. 그냥 일기야 블로그에 잡담 늘어놓듯이 주욱 늘어놓으면 되지만, 그림일기는 (아직은)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을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소재부터 정해놓고 쓰게 된다. (그레고리 아저씨가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초보자라 어쩔 수 없다;) 뭘 그릴까 둘러보다가 얼마 전에 정리한 내 방을 그려보기로 했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었던 방 전체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천장에서 본 모습인데, 다 그리고 나니까 책상 서랍이 너무 크게 그려져서 어째 조화가 안 맞는다.(무의식적으로 포커스를 서랍에 맞추었나?) 색깔 다 칠하고 나니 아이고 촌스러워라. 실제와 비슷하게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갖고 있는 색연필 색상이 모자라다보니 이렇게 마무리되고 말았다.(그래도 깔끔하다고 나름 만족) 내 이불은 저렇게 화려하지 않아요. 가장 사실 적인 것은 책상과 커튼. (책상의 경우 실제로는 좀 더 지저분하지만 대략 저런 모습) 책상 오른쪽에 보이는 복합기로 스캔을 했는데, 팩스 겸용이라 문서용 스캔 밖에 안 돼서 부득이하게 스케치북을 찢었다. 아까비~ (그냥 카메라로 찍을 걸)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침대 위에 널부러져 있는 책들. 푸하하. 나름 디테일하다며 뿌듯해 하고 있다. 벽에 붙여진 포스터 중 창문 옆에 껀 아무로, 노란색 옷은 보아지만 내가 말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겠지. 후후. 스캔 다 하고 나서 문쪽에 경첩을 안 그려넣은 걸 알았다. 하지만 다시 그리진 않겠어요. 색칠해버렸으니까! 이렇게 첫 번째 그림일기 끝.




1. 펜이 빨리 닳는다. 스테들러 비싼데.-_ㅠ
2. 글자 크기를 키우는 게 좋겠다.
3.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 복합기 스캐너 성능 정말 저질!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스캔되는 거야.(문서용은 다 이래?) 8년 전에 쓰던 앱손이 백배는 좋았다.
2010/03/02 22:25 2010/03/02 22:25
우연히 대니 그레고리의 <창작 면허 프로젝트>란 책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로 앞부분 몇 장, 다른 사람 블로그에서 사진 몇 컷만 봤을 뿐인데, 가슴이 두근두근할 정도로 마음에 들어서 '사고싶다, 사고싶다, 사고싶다'를 외치면서 끙끙 앓았다. 웬만하면 사겠는데 지금 '개거지'신세라서 자중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지르질 못하겠더라. 그러다 지난 일요일날 뛰쳐나갔다. 어디로? 서점으로!(더 이상 참을 수 없어요~)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책 찾아 들고 구석에 놓인 간이의자에 앉아 한 시간 가량 훑어보았다. 어찌나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따뜻한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말았다.


<창작 면허 프로젝트>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하며 나아가서 삶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식의 기법 전수가 아니라 '이렇게 그리면 좋고, 저렇게 그리면 더 좋다' 식의 조언에 가깝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림을 못 그려도 상관없다, 무엇이든 그리는 자체가 중요하고, 조금씩이라도 꾸준히만 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그림 실력과 더불어) 좀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 준 것이다. 아아 감동이어라.

나는 미술 쪽으로 참 소질이 없다. 그럼에도 의욕만은 늘 왕성해서 학창시절 미술시간이 되면 야심차게 덤벼들기를 겁내지 않았다. 뭐 결과적으로 좌절+의기소침하는 일이 많아서 고민만 커졌지만.; 특히 그리기 계통.... 그러니까 '인물화'나 '정물화', '풍경화' 같은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평균에 도달하지 못했다.(그나마 색깔 안 칠해도 되는 소묘는 개중에 좀 나았다;) 중 2때였다. '친구 얼굴 그리기'가 그날 미술 과제였는데, 나는 내 짝꿍의 얼굴을 그려서 보여주기가 민망해서 과제를 안 내려고도 했다. 오죽 못 그렸어야지.-_-;;;(그렇지만 그 친구는 아직도 내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가지고 있다며, 그 그림은 내가 그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있어서 좋다고 말해준다. 좋은 친구다. ㅜ_ㅜ) 어쨌거나 중요한 건 내 그림 실력이 상당히 저질이었단 말씀. 그래서인지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 못해 후광이 비치는 것 같고,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데 괜히 부끄러워서 나도 언젠가는 제대로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던 것 같다. 근데 사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둘 다 있으면 마땅히 배울 데가 없다든가, 셋 다 될 때는 의욕이 없고....후...그랬다. 인생이 그런 거지.

그런데 이 책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던 상황을 타파시켜줌과 동시에 당장 그리고 싶게 만들어버리니 내가 한 눈에 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단 그려봐. 못 그렸다고 절대 찢어버리지 말고, 다시 그리고, 또 그려봐... 직선 잘 못 그리면 어떠냐 정 안 되면 자가 있는데 무슨 걱정? 그리고 싶은대로 그려. 아무도 뭐라 안 한다. 일단 그려봐~" 라고 달콤하게 속삭여 준다. 점점 샘솟는 의욕. 그렇다면 이 책이 의욕만 잔뜩 돋워놓고 발을 쏙 빼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자 그러면 그리기 위해선 뭘 해야 하느냐, 일단 사물을 잘 봐야 해. 자알~ 오래 쳐다보고 다시 그리면 아마 처음 그렸던 그림이 어디가 어색한지 알 수 있을거야."라고 조언 해주기도 잊지 않는다. 자신이 쓰는 펜은 이런이런 펜이니 참고하라고 하라고 그림 그려주고, 자신이 그린 여러가지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감상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그러면서 책 제목답게 프로젝트를 실행하라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그림일기. 와우! 대박이야~

초등학생이나 그린다고 생각했던 그림일기를 그려보라는 조언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내겐 너무나 신선해서 마치 입에 레모나를 털어넣고 포카리 스웨트로 목을 축이는 기분이랄까...라라라라라라라라~널 좋아~한다고~♬(자동재생 CM송) 상쾌해요. 그림과 일기를 접목하면 생활 속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거고, 내가 블로그에 이것저것 써내려가면서 느끼는 사소한 해방감을 그림일기로도 느낄 수 있다면 자가 치유의 효과도 확실히 있을 것 같다. 더 볼 것도 없다. 이 책은 사야 돼! 지난 주에 책 판 돈이 있으니까 살 수 있어!! (훗, 책 팔아서 책 사는 아름다운 인생~) 어쨌거나 결국은 책을 사기로 결정하고, 책 내용을 당장 실천하기 위해 핫트랙스로 내려가서 B5 크기의 스케치북이랑 마음에 드는 펜 몇 가지를 사들고 룰루랄라 집에 돌아왔다. 앞으로 매일매일(며칠 쯤은 건너뛸지도 몰라;) 그림 일기 프로젝트 시작이다!!



+
근데 참 비싸게 나왔다. 한 3~4년 전이었다면 15,000~16,000원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종이값이 올랐다, 환율이 올랐다 어쩌구 하는 지금은 20,000원(할인가 18,000원)이다. 그렇지만 해외원서도 할인하면 18,000원대로 살 수 있는 걸 감안하면 아무래도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종이질은 국내본이 더 좋지 않을까? (원서는 페이퍼백이라고 했음.) '원서빨'이라는 게 있어서 종이질은 가뿐하게 넘어주는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원서 실물 구경 좀 해봤으면 좋겠네.  ▶ 아무래도 원서가 궁금해서 구글신을 찾아갔다. 종이질이 무척 좋아보였다.(페이퍼백하면 떠오르는 똥종이가 아니었어!) 그림이며 글자의 인쇄 상태도 훌륭했다. 이럴수가! 원서도 사고 싶어!!!!!!!!!!!!!!! 'ㅁ'

++
10/03/02 My Room


  창작 면허 프로젝트 - 드로잉 기초부터 그림일기까지, 삶을 다독이는 자기 치유의 그림 그리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

광고회사 중역으로 온통 일에 파묻혀 살다가 그림 그리기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 삶의 필요성과 창작의 실질적인 지침을 들려준다. 저자는 그림 그리기를 운전 면허 따기에 비유하여, 의지가 있고 연습만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훨씬 더 행복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2010/03/02 21:30 2010/03/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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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보다 이 표정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했다.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무언가를 해내고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연아는 자신이 '행복한 스케이터라'고 말했고, 몸소 보여주었고, 그걸 본 나는 그저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스포츠를 넘어, 예술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한 부분까지 닿게 하는 연아의 꿈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가 좋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모든 선수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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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5:34 2010/02/26 15:34
책 읽다가 모르는 게 나와서 검색으로 알아낼 요량으로 잠깐 인터넷 접속했다가 벼락 맞은 기분이다.

기사를 따로 링크하진 않겠다. 보면 욕나와서! 나는 저 보도기사를 보고 누가 악의적으로 가상기사 만들어 올린 줄 알았다. 저 공지가 얼마나 야비하고 더럽고 치졸하냐면, 나를 비롯해 그동안 루머에 대해 한치도 몰랐던 일반인들까지 그게 뭔지 궁금하게 만들었고, 그게 사실이든 말 같지도 않은 저열한 것이든 이미 '카더라'통신 타고 멀리멀리 퍼지는 게 눈에 보인다는 거다. 벌써부터 죄없는 다른 아이들 이름이 오르락 내리는 거 보면서 끔찍함을 느낀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난 그런 거 안 믿는다, 말도 안 된다 하면서도 "이런 소문이 있더라~"라는 건 매우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 마냥 퍼뜨린다는 거다. '나는 안 믿지만 증권가 찌라시가 사실은 얼추 맞는 말이더라...' 하면서.

굳이 이름을 꺼내진 않겠지만 2008년 10월의 사건이 떠올라 무서워 죽겠다. 그때 그녀를 죽인 건 루머를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 루머를 말하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소문이 있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면서 그녀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사람들. 그때 나는 그게 더 무서웠다. 대놓고 욕하진 않아도 그렇게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영혼이 한 자락씩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나라면…….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번 일은 보호해야 할 소속사쪽에서 사생활 어쩌구 하면서 핵심내용은 말하지도 않은 채  루머가 있다사실 더 큰 사건이 있다, 동료들도 놀랐다, 지난 번과는 비교도 안 된다라는 무슨 쇼프로 예고편 같은 대형떡밥을 던져놓았다.(비록 계약을 해지했다고 해도 지난 몇 년간 한솥밥 먹으면서 고생한 거 생각하면 마지막에 이럴 순 없는거다) 팬들은 몰라도 일반인들에게는 '소속사 공지'라는 사실만으로 공신력있게 들릴 것이고, 그게 설령 사실이든 아니든, 공지를 공개한 시점에서 이미 사람 하나 생매장 시키는 건 일도 아니게 되어버린 것이다. 참 무섭다 JYPE. 공지 올린 날짜까지 머리 빠개지도록 굴린 티가 나는 게.. 기분 참 개떡같고 입맛이 쓰다. 더불어 M본부 사장 선임도 26일날 한다던데... 진짜 이건 아니다. 뭐 이러냐 정말... 지옥같구나 세상이....-_-


+ 아 근데 진짜 무슨 생각으로 저런 공지를 내걸었지? 진짜 애를 아예 국내 입국조차 못 시키겠다는 악에 받친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공지를 남기냐고. 도무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말마따나 나 하기엔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남주자니 배아파서 너덜너덜하게 만든 뒤 내다버리겠다는 심보야 뭐야? 아아아아아악, 욕나와!!!!!!
2010/02/26 00:27 2010/02/26 00:27
유리 망치
7점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영림카디널

〈크림슨의 미궁〉을 읽고 다시금 기시 유스케에 대한 호감이 폭발하여 집에 있는 책장을 뒤져서 그의 작품을 찾아냈다. 사놓은 지 제법 오래된 책인데, 막상 읽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오랜 세월 방치돼 있던 책. 쪽수는 500쪽 조금 안 될 정도로 특별히 양이 많지는 않지만 종이질 때문인지 엄청 두꺼워 보여서 지레 질렸던 것 같기도 하다.(그보다 더 두꺼운 책도 잘만 읽으면서;;;) 또 기시 유스케의 번역본이 대개 '창해'에서 나온 걸 감안하면 '영림카디널'에서 나온 이 책이 좀 생소하게 느껴진 탓도 있다.(덕분에 기시 유스케의 번역본 중 이것만 판형이 다르다;) 그냥 뭐 책도 다 때가 있어야 읽히는 법이려니 하고 지금은 읽었으니까 만고 땡이다.

어느 한적한 휴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베일리프'라는 회사 빌딩 최상층에서 사장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사장실은 이중강화유리에, 복도에는 적외선 센서와 고성능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더욱이 사장실이 있는 12층은 비밀번호 없이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지 않으며 마스터 키 없이는 계단 출입도 통제되고 있다. 심지어 바깥에는 세 명의 비서가 대기 중이었고, 옥상이나 천장, 배기구로도 사람이 드나들 수는 없는 구조다. 그 누구의 출입도 없었지만 사장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띠지의 화려한 홍보문구에 따르면 그야말로 '극초정밀 밀실살인'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옆 방에서 자고 있던 전무 '히사나가 도쿠지'. 히사나가는 결백을 주장하고 그의 변호인단 중 한 사람인 '아오토 준코'가 방범 컨설턴트인 '에노모토 케이'에게 밀실 트릭에 대해 자문과 조사를 의뢰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체적인 내용은 1부와 2부, 에필로그로 나누어진다. 1부는 해결사들의 입장에서 조사와 추리를 거듭하며 가설을 실험, 범인에게 다가가는 형식이고, 2부는 범인의 시선에서 상황을 보여주며 트릭을 설명한다. 그래서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면 갑자기 전혀 다른 소설을 보는 듯한 착각도 드는데, 제법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는 범인 검거 후의 결과와 남은 일들을 마무리하는 컨셉인데, 생각해보면 내가 읽은 기시 유스케의 작품들은 늘 에필로그 형식으로  끝났던 것 같다. 이런 형식은 맺음이 분명하고 깔끔해서 좋다.

기시 유스케는 다작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작품 한번 쓸 때마다 굉장히 공을 들인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재주만 믿고 설렁설렁 써내는 게 아니라, 관련 분야를 제대로 조사하고 의미있는 장치로 활용하기 위해 진지하게 공부한다는 느낌? 그래서 소설 하나 읽고 나면 굉장히 알차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보험사에서 일한 자신의 경력을 십분 활용한 〈검은 집〉도 그렇고, 게임을 소재로 한 <크림슨의 미궁>도 단순한 지식의 활용이 아닌 꼼꼼히 조사하고 분석한 티가 나서 독자로서도 괜히 뿌듯하달까. 이 책도 예외가 아니다. 첨단 간병사업이라든가 방범체계에 대한 기술지식까지 내용 전개에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치는 전문 지식들이 수두룩하다.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은 그림과 표로 첨부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니 친절하기까지. 그래봐야 나로서는 용어부터 생소한 것이 많아 허둥지둥 내용따라가기도 벅찼지만.(물론 이해에는 무리없음)

〈유리망치〉는 밀실살인을 소재로 한 추리소설로도 좋지만 캐릭터 소설로도 꽤 괜찮다.(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음) 능력있고 예쁜(?) 변호사 '아오토 준코'의 도도하고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는 그리 신선하진 않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매력일 수 있다.(조절을 잘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그녀와 콤비를 이루는 '에노모토 케이'가 눈에 띄는데, 나쁜 남자 스타일이 분명한 그의 위험한 향기에는 묘한 끌림이 있다. (책 속 준코나 책 읽는 나나)트릭의 비밀도 궁금해 했지만, 이 남자의 내력도 만만치 않게 궁금해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쿠쿠) 방범샵을 운영하면서 컨설턴트로도 일하지만 탐정 소질이 있고, 과거를 알 수 없는 의외의 인맥과 자신의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보여주는 색다른 카리스마, 주인공으로서는 드물게 옳지 못한 일에도 발을 담그고 있지만 가치관은 뚜렷하며, 세속적 욕망을 감추려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생각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라 이건 뭐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까지... 기존의 주인공 캐릭터를 탈피한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외형적으로 특별히 잘난 놈은 아니지만 자신감 넘치는 눈빛이 좋고, 중간중간 (특히 마지막에) '준코'를 당겼다 놨다 은근히 작업을 거는 부분은 "이 자식! '밀당'에 능한 놈이군!"이라는 확신까지 주었다. 아아, 추리소설인데 로맨스의 향기를 맡아버린 나! orz (그게 뭐 어때서? '엑스파일'에도 로맨스는 있다!)

책을 다 읽고 작가가 이 좋은 캐릭터들을 요 작품 하나로 끝내진 않았으리라는 근거없지만 왠지 확신이 드는 생각을 가지고 검색에 돌입. 그리하여 2008년에 이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단편집을 하나 냈다는 것을 알아냈다. 쿠하하하하. 아마존 평은 썩 좋지 않지만 두 사람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일단 기대. 아직 국내 출시는 안됐지만 조만간 될 거라는 기대감 속에 흐뭇하게 책을 덮었다.(원서 살랬더니 문고본이 아직 출시 안 돼서 포기; 하드커버는 비싸용~) 읽으면서 영상화하기 딱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기시 유스케는 작품 수에 비해 영상화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것도 괜찮겠다는 생각. 변호사 역할에는 '키 크고 도도하고 능력있지만, 패기 없고 별 볼일 없는 남자만 사귄 탓에 반대 급부로 위험한 남자에게 끌리는 역할'이 어울리는 배우가 맡아야 되는데 언뜻 떠오르는 게 코유키. 흐흐.(난 워낙 이 언니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남자는 '키는 좀 작아도 눈빛 좋고 카리스마 넘치고 날렵하고 위험한 남자의 이미지'여야 하는데...음... 누가 있을라나? 키득.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걸. 아무튼 이 책도 추리소설 좋아하는 분께는 그럭저럭 추천대상. (언제나 그렇듯 너무 큰 기대는 오히려 작품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
"젊은이란 어느 시대에도 어쩔 수 없는 모순  덩어리지요.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으리만큼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도 몹시 상처받기 쉬워, 어른이라면 견딜 수 있을 어렵잖은 일로 바스러져 버리기도 하죠. ……마치 유리로 만든 흉기처럼" 460p.

"……유리로 만든 망치가 진짜로 위험한 흉기가 되는 것은 부서진 후입니다." 461p.


++
맞춤법 오류 발견
42p. 12째 줄 : 새뱃돈 → 세뱃돈
2010/02/24 21:40 2010/02/24 21:40


폐쇄자(앞, 뒤) / 유시진 / 서울문화사

이거 몇 년 전에도 쓴 거 같은데...; 세상에! 아직까지 이 만화의 끝을 못 봤다.-_- <나인> 연재 시절에 잡지 사면서 보다가 중간에 끊어서 결국 완결을 못 봤다. 단행본 나올 즈음엔 연애하고 노느라 바빠서 만화는 안중에도 없었음. 그래서 그 시기에 나온 단행본은 가지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매우 슬픈 전설이 있다. 아무튼 이 책은 독자들 사이에서도 평이 무척 좋아서 대여점용 아니면 중고시장에 풀리지도 않는 매우 레어템.(베이지톤삼색체크 만하겠냐만!orz) 하긴 유시진은 팬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만화가에 속해서 사실 소장용이 중고시장에 풀릴 일이 좀 없긴 하다. 내 경우 초반에만 해도 유시진을 아주 좋아한 편도 아니었고, 연재 만화는 전부 내가 사던 잡지로 보던 터라 특별히 단행본을 사지 않았는데, 시간 지날수록 좋아진 케이스여서 요즘도 가끔 땅을 치고 후회하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거나 애정이 떨어지는 만화&만화가가 있는가 하면 이처럼 별로 라고 생각했던 만화 혹은 만화가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유시진은 확실히 후자다. 좀 아이러니 한 건 내 친구중에 초창기부터 유시진을 엄청 좋아하던 애가 있었는데(정말 광적이었음), 그 애는 유시진이 만화에 투영하는 '자아'가 이제 슬슬 지겹다고 했다. 흐음, 물론 난 아직 유시진이 좋고,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아이가 뭘 말하려는지는 알 것도 같다. 아무튼 끝을 못 봐서 무지하게 보고싶은 만화.

이걸 봐야 <목걸이 장인>에 나오는 만화를 다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흑)




세상에서 제일 미워!(1~13) / 히다카 반리 / 학산문화사

이건 봤지만, 또 보고 싶은 만화. 대학 때 은근히 재미있게 봤던 만화다. 내용이며 주인공 이름이며 하나도 기억 안나고 단지 남자주인공이 미용사였단 것만 기억난다.-_-; 더불어 여주인공의 친구 이름이 '센코'라는 것도.(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예전에 마츠모토 토모의 '키스'팬페이지 운영자님의 닉네임이 센코여서 잊을 수 없음) 오랜시간 절판이어서 못 구했는데, 오늘 검색하다 보니 언제 복간되어 나왔네? 가격은 좀 올랐지만. 사보고싶다. 손이 근질근질하다. 마침 적립금도 있고 한데 (한꺼번에 사긴 좀 그러니까) 한 권씩 한 권씩 곶감 빼먹듯 사봐? 그러고보니 번외편은 안 본 것도 같고...음...;




마스카 (1~12) / 김영희 / 서울문화사

<윙크> 사던 시절에 나름대로 챙겨보던 만화지만 지금은 큰 줄거리조차 기억 안남. 카이넨이 멋있었단 사실만 기억난다. (하지만 1권 표지는 카이넨 말고 그 친구인 듯. 렐의 스승이었나? 이름 또 까먹음-_-) 암튼 얼마전에 지이님 포스팅을 보다가 문득 생각났는데, 중간에 늘어지고 여주인공이 내 맘에 안 든다 해도 일단 얘기가 나오면 왠지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심리. 하지만 현재 절판이고, 우리집 주변에는 대여점이 없어서 당분간 이 만화 보기는 요원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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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3 19:58 2010/02/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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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슨의 미궁크림슨의 미궁
8점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정 옮김
창해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는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서 납치를 당하고, 눈을 떴을 때는 낯설고 작은 방안에 감금되어 있었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호텔방 같지만, 타의에 의해 그 방에 갇힌 사내에게는 그저 감옥일 뿐이다. 그 후 외부와의 연락은 철저히 차단당한 채, 그리고 자신을 납치한 게 누군지도 모른채 자살도 용납되지 않는 그곳에서 그는 15년동안 복수만을 꿈꾸며 체력을 단련해 나간다.

<크림슨의 미궁>의 도입부분은 언뜻 <올드보이>를 연상케 한다. 눈을 떠보니 기괴한 장소에 놓여져 있고, 설상가상 지난 밤의 일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그러나 깊게 고민해보기도 전에 당장 마실 물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 오대수가 좁은 공간에 갇힌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질리지만 재깍재깍 제공되는 만두를 먹으며 복수를 꿈꾼다면, 후지키 요시히코는 제한적이긴 해도 그보다는 넓은 공간에서 직접 먹거리를 조달해가며 각종 위험으로부터 생존을 도모해야한다.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후지키는 자신 외에 그곳에 납치 당한 사람이 여덟 명이나 더 있음을 알게되고, 각자에게 주어진 휴대용 게임기를 통해 미션을 수행, 종국에는 서바이벌 게임을 치루어야 하는 사실을 깨닫는다.(게임기에 의하면 그들은 '화성의 미궁'으로 초대된 것이다) 모두가 기억을 더듬어 조합해보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어느 이벤트 행사에 응모했다는 것 뿐. 과연 그것이 시작이었을까? 주최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게임을 할 줄만 알았지 게임속에서 조종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오로지 살기 위해서 게임 속 인물이 되어야 하는 그들. 게다가 게임은 제로섬이다. 먹지 않으면 먹힌다. 상황은 이제 <배틀로얄>이 되었다.

<검은 집> 이후로 기시 유스케는 무서운 작가가 되어버렸다.(오감 자극 소설 - 기시 유스케, [검은 집] 참조) 그는 심장이 옥죄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독자를 공포속으로 밀어부치는 데 능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이 작가의 책은 밤에 읽지 않도록 하는데, 어제는 무슨 배짱으로 새벽에 집어들었던 건지. 중반 넘어가면서 부터는 읽는 내내 이불 덮어쓰고 '무서워 죽겠네~'를 연발했다. <검은 집>과는 사뭇 다른 공포지만, 식은 땀 나게 만드는 기술은 이 작품에서도 유효하달까. (다 읽고 자다가 꿈도 꿨다.ㅜ_ㅜ) 99년작이니 딱 10년 전 작품으로 시대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묘하게 고전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물론 당시에는 나름대로 신선했겠지만;) 그게 공포심을 더 키운 게 아닌가 싶었다. 밤에는 옛날이야기가 더 무서운 법이지.

어릴 때 해리슨 포드 주연의 <도망자>를 보면서 굉장히 무서워했었다. 잘못도 없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이라는 건 억울하면서도 끔찍하게 공포스러운 것이다. 이 책은 딱 그런 유의 공포를 선사한다. 하물며 뒤쫓아 오는 사람이 사람 잡아먹는 식시귀인 다음에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인정에 호소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원초적인 공포가 아닌가 말이다. 인격이 배제된 식시귀가 한 때는 동일 조건에 있었던 동료였고, 그 변화가 누군가에 의해 철저히 계획된 것이라는 걸 생각하니 더욱 무서워지는 것이다. '살아남고 싶다면 배신하라'는 말초적인 문구는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매우 건조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인간도 엄밀히 말하면 동물이어서 그런 상황에서는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을 수밖에 없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걸까.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 중에 '인생극장'이란 게 있다. 이휘재가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든 프로그램인데 컨셉은 이렇다. 상황극이 펼쳐지고 어느 순간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인생이란 늘 선택의 연속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선택은 주인공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는 예능답게 두 가지 선택의 결말을 다 보여줌으로서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대리만족을 경험케 하는 것이다. <크림슨의 미궁>에서도 이 선택의 갈림길이 시시때때로 나온다. 주인공이니까 결론적으로 옳은 길을 선택해갈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상당수 그렇게 진행되어 다른 선택지가 별로 궁금하지 않지만, 사실은 그것마저도 신(여기서는 게임 주최자)의 뜻에 의한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마음이 무거워지고 만다. 게임의 엔딩은 세가지. 배드엔드, 해피엔드, 그리고 트루엔드. 과연 책에서 보여주지 않은 엔딩은 도대체 어떤 결말이었던 걸까?

다 읽고나서 나는 '호접지몽'을 떠올렸다.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고, 깨고나서는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후지키의 마지막을 보며 과연 후지키가 게임 속에서 빠져나온 건지, 아니면 아직 게임 속에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것이 실체고 허상인지 모를 혼돈. 이것이 작가가 원한 결말일까?  혹시 인간은 신 혹은 신적 존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그 허무함을 안겨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좀 염세적인가?;; 그래도 그 안에서 열심히 발버둥치다보면 결말을 조금 바꾸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니까 이것도 희망이라면 희망일지도. 꼼꼼한 자료조사와 그걸 펼쳐보이는 능력, 복선의 활용, 공포를 맛깔스럽게 버무리는 솜씨까지... 간만에 기시 유스케의 매력을 왕창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 즐겁다. 추리(공포)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추천하겠다. 다음에는 얼마전에 번역·출간된 그의 데뷔작(13번째 인격)을 읽어봐야겠다.



+
1. 오타 발견 - 410p. 4째 줄 : 아퀴가 맞았다. → 아귀가 맞았다.
2. 소설의 배경이 된 오스트레일리아 벙글벙글 국립공원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상상했던 것과 너무나 똑같아서 무서웠다. 기시 유스케의 묘사 능력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아니면 내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나?(긁적)
2010/02/22 23:22 2010/02/22 23:22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10점
한혜연 지음
서울문화사(만화)

무척 가지고 싶었던 만화라 그냥 제목만 봐도 사랑스러운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한국순정만화 최고전성기가 아니었던가 싶은 90년대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선보였던 단편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서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하여 여성의 복잡하고 헤아리기 쉽지 않은 심리를 아주 담백하고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 총 5개의 단편으로 묶여있다.


Episode 1.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표제작이다. 고등학교 시절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해서 좀처럼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반에서 겉돌던 A, B, C, D가 수학여행에서 떨거지가 되어 같은 조로 묶이면서 우연히 마음 터놓고 친구가 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는 베프야!'라고 말로 약속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그녀들은 고등학교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보내면서 5년 뒤 다시 모이기로 약속한다. 나올 때는 꼭 애인을 데리고 나온다는 조건을 달고서. 그리고 5년 뒤. 정말로 그녀들은 그 카페에서 만나고, 지난 시간들을 서로에게 공유한다. 5년은 짧고도 긴 시간. 10대 때와 비슷하게 성장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예상 밖의 변화를 보인 친구도 존재했다. 그건 단지 외모의 변화만은 아니다.

이 에피소드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 옛날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어린 마음에 애인을 데리고 나오기로 약속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자신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한 인간이 사랑하는 인간을 봄으로서 그 사람의 내면과 취향과 모든 것을 그대로 알 수 있으니까. 그건 수학여행의 그 밤에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 놓는 것보다 더 큰 비밀들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 나레이션은 이 단편의 의미를 단번에 응축시킨다.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없어 긴가민가한 지금, 친구와 애인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D. 마지막 나레이션처럼 '먼 옛날 '사랑하라'고 말했던 사람이 태어난 크리스마스'에 D는 그 말을 따르기로 다짐한다. 5년 뒤 서른 살의 크리스마스에 다시 모이기로 한 친구들. 그 사이에 그녀들에게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또 어떤 사람이 옆에 있을지 궁금해진다. 같은 사람? 다른 사람? 그렇대도 혹은 그렇지 않대도 그녀들의 크리스마스가 계속 되는 한 지켜보고 싶어진다. 마치 내 얘기인듯, 친구의 얘기인 듯.


Episode 2.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한 주희.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오직 한 명, 초대하지 않은 서영이만이 벨을 누른다. 짧아진 주희의 머리카락과 서영이의 이야기.

아아 기억난다.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 소녀여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 소녀여서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들이 좋다. 10대소녀들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공중에서 부유한다. 때로는 튕겨내고 때로는 흡수하면서 서로를 인식한다. 사랑과 우정과 동경과 미움이 동시에 부딪히는 그 시절. 유치하고 위태롭지만 그래서 더 솔직할 수 있었던 10대의 이야기. 순간의 감정을 포용할 수 있을 만한 어른이 아니어서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그마한 계기로도 마음을 열어보일 수 있는 그 나이의 감수성이 좋다. 한뼘씩 자라는 게 눈에 보이잖아.


Episode 3. 크리스마스 사막
모범생 종희, 날라리 쫑희. 하지만 소문 속에서 모범생 종희는 임신부가 되었고, 아이들은 날라리 쫑희라면 믿겠지만 종희는 그럴리가 없다고 반신반의 하며 소문을 나른다.

사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라는 속담에 부합하는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면, 또한 그것이 완전한 타인의 이야기라면, 우리는 카더라 통신을 들먹이며 '세상에~세상에~' 떠들어댈 것이다. 하지만 이 만화는 타인이 아닌 '나와 친구의 시선'으로 다가가며 이해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읽다보면 종희가 답답하고 세상일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움보다는 용서가 더 빨리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크리스마스니까.


Episode 4. 가짜 크리스마스
재수생 소영이(아이디:폴로)은 대학생영화비평동호회에서 활동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의 감투가 필요하다. 짧은 칭찬의 달콤한 맛이 그리워 거짓말은 지속되고, 그런 와중에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에게 동호회 사람들은 한껏 호감을 내보이지만 소영이는 그 여자의 거짓말을 눈치 채고 정체를 의심스러워 한다.

나는 한혜연의 이런 점이 좋다. 더러 있을 법한 일을 차분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작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으면서도 한껏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이런 에피소드 말이다. 실제와 만화의 간극을 메우면서도 떨어뜨려놓고 생각의 여지를 준다. 참 좋아. 정말로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궁금케 만들고 있잖아.


Episode 5. 크리스마스에 말하라
윤진이와 도희는 유럽배낭여행을 계획하고 방학동안 붕어빵 장사를 하기로 한다. 그런 윤진이에게는 붕어빵 하면 생각나는 한 친구가 있고, 그 친구는 윤진이의 10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0대들의 주공간은 학교다. 학교는 열린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숨막히게 폐쇄적이어서 차오르는 감정의 배출구가 없다. 하루 24시간 중 2/3를 보내는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친구는 동료이자 가족이고 연인이며 정신적 지주가 된다. 그 나이대의 학교는 하나의 세계이고, 그 세계는 좁지만 그들에게는 전부이다.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와 친하면 질투를 한다든가, 내가 잠시 엎드려 조는 사이에 다른 친구와 매점에 가버리면 까닭없이 외로워지고 심하면 눈물까지 나오는 게 그 세계에 사는 소녀들의 감성. 하물며 죽고 못살 것 같은 그 친구와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해야만 한다면...? 글쎄 모르긴 몰라도 세계가 곧 파괴돼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이해는 할 수 있어.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같이 수면제를 먹자 해놓고 그 아이는 왜 의식을 잃어가는 윤진이를 두고 총총히 가버렸는지. "도와줄까?"라고 아무렇지 않게 나타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괴로워했을지. 단지 무서웠기 때문일까?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뒤 윤진이의 이야기도. (+도희 나쁜것!)



<그녀들의 크리스마스>를 정의하는 키워드를 꼽아보라면 10대, 여자, 크리스마스를 꼽겠다. 이야기하는 현재의 시간이 20대라 해도 기억이 10대에 머물고, 모든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분기점으로 시작되고 이어진다. 특히 10대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소녀(혹은 여자)여서 더욱. 10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시절의 감성이 때로는 무서울 때가 있다. '한번쯤 돌아가고 싶다'와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율배반의 감정이 시시때때로 상충하기도 한다. 결국 이쪽이든 저쪽이든 10대는 영원불멸인지도.
2010/02/21 23:28 2010/02/21 23:28
어제 K양과 친구 우주인네 집에 놀러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그야말로 득템했다.(심봤다~) 우주인이 결혼하고 애낳고 일하면서 이것저것 만화책을 보관할 여유도 장소도 없다며 나에게 '너 가질래?'라고 물어본지 한 1년은 된 것 같은데, 물리적으로 좀 먼거리에 살고 있는지라 어떤 만화책을 취하고 어떤 걸 버려야 할 지 리스트 작성을 못했던 관계로 계속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놀러간 김에 받아온 것이다.(실은 빨리 읽고 싶은 것 몇 권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택배로 부쳐주기로 했다) 우주인의 취향과 나의 취향은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이 분명해서 생각보다 소장만화목록에서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만화책들을 보며 눈이 번쩍 뜨였는데, 특히 그토록 가지고 싶어하던(그러나 은근히 레어템이라 쉽게 구할 수 없었던) 한혜연의 단편집들을 보고 정말 침을 흘렸다능. 이중으로 보관된 책장에서 매의 눈으로 안쪽에 숨겨진 걸 찾아내 그자리에서 또 만화삼매경에 빠졌더랬다.(만화책 좋아요~) 암튼 우주인에게는 리스트 작성 필요없이 넘기고 싶은 거 다 넘기라고 하고는 한혜연 만화 두 권(+슬램덩크 동인지♡)은 직접 갖고 왔는데 아아, 역시나 재밌습니다. 앞으로 우주인에게 보답하는 의미로다가 그녀가 넘겨줄 만화를 한 권 한 권 마스터하면서 리뷰 쓰는 게 당분간 계획이 될 듯 하군요. 우하하. (사실 이러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지만;;;;)

점심 때 만나서 쌈밥 먹고 -내가 좋아하는 고봉밥(거기다 K가 밥 많다고 넘겨줘서 더 얹어먹고(야이돼지야!)-, 녹차 마시고, 우주인네 집(정확히는 친정집)으로 가서 애 재워 놓고 노는 게 목표였지만, 우리 복띠복띠가 이모들 놀러왔다고 신이 나서(?) 잠을 안 자주는 관계로 그냥 복띠랑 놀면서 뒹굴었음. 캬캬캬. 여기서 복띠는 '복덩이'의 사투리 쯤? 우리는 리듬까지 붙여서 복띠복띠라 부른다. 복띠복띠의 테마송도 있다. 티아라의 노래, 일명 뽀삐뽀삐는 그대로 우리 복띠의 노래다. 복띠복띠복띠복띠복띠복띠복띠 앙~ ♬

우주인은 바람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앙증맞은 체구의 소유자로 임신중에 53kg까지 쪘다고 자랑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밥 좀 많이 먹으면 언제든지 달성가능한 몸무게-, 지금은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와 다시 팔랑팔랑 꽃잎 같아졌다. -_ㅠ 우주인의 집 앞에서 차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우주인은 빨간 비니를 쓴 복띠를 안고 나타났는데, 애가 애를 안았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 품속에서 애기가 꿈틀대면 떨어뜨릴 것 같아서 불안해서 떠는 반면 우주인은 척하고 안정감 있게 안고 애기를 보듬는 걸 보고 그래도 역시 애엄마는 애엄마구나, 라고 또 생각했다. 근데 복띠에게 뽀뽀를 구걸하는 우주인은 다시 애기인가효? 엄마인가효? >_<

복띠는 30분 낯가림 끝에 이제 이모한테도 답싹 안기는 착한아이. 근데 왜 안 자는 거니?ㅜ_ㅜ 복띠의 장난감을 이모들은 신기해하면서 만지고 놀았고, 복띠는 이모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우? 우! 우~"거렸다. (이모들은 능력이 없어서 해독불가능) 색연필로 꽃도 그리고(나), 색칠공부도 하고(복띠), 이유식도 먹고~ 캬캬. (복띠는 손이 작고 아직 힘이 없어서 우유병을 혼자 못 들고 계속 떨어뜨려서 귀여워 죽을 뻔 했다. 아흐흐흐~ 이모는 S. 깔깔) 비록 오래 못 놀고 금방 헤어졌지만, 보고싶을 때 보려고 복띠 사진도 찍어왔지롱~ 보면 볼수록 이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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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1 21:52 2010/02/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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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이지 않는 여자 (曲げられない女)
NTV 수요드라마
2010년 1월 13일 (수) 22:00 첫방송 ~ (현재 방영중)
연출 : 나구모 세이이치
각본 : 유카와 카즈히코
출연 : 칸노 미호, 타니하라 쇼스케, 츠키모토 타카시, 나가사쿠 히로미 외


오기와라 사키, 32세(우리나라 나이로 33세), 독신여성.
인간관계에 극도로 서투르고 무뚝뚝하며 애교와는 백만년 거리.
남자친구 역시 없을 거라 단정하기 쉽지만 의외로 10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어서 주변인을 놀라게 함.
 꽤 큰 법률사무소에서 어시스턴트로 일을 하고 있지만, 9년째 사법시험에 떨어지고 현재 10년째 수험생활 중.(그렇게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데에는 아버지와 얽힌 아픈 추억이 있다. 그 일은 사키의 성격과 인생에 중요한 역할이자 의미를 지닌다.)
척 봐도 제법 비싸보이는 고급맨션에 살고 있으나 알고보니 그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임대료 반값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음.
꽤나 결벽증세가 있어서 냉장고에는 야채나 채소 같은 것도 락앤락통에 종류별로 차곡차곡 넣어 보관, 집은 무진장 깨끗하고, 정해진 규칙은 목에 칼을 들이대도 지키는 완고함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먹기 위해 해마다 와인을 사는데 그게 9병 째. (그러나 합격하지 못했으므로 9년째 전시중)
불의를 참지 못하고, 분위기가 험하든 말든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한다.
삶에 대한 철학이랄까 소신이 너무나 뚜렷해서 세상과 타협하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사고로 돌아가시고, 현재 투병 중인 어머니가 있지만 3회 만에 유명을 달리 한다.



주인공 오기와라 사키의 프로필을 정리해보면 대충 위와 같다.
굉장한 외곬 스타일이지만 사실 일드 좀 본 사람이라면 이런 캐릭터에는 익숙하다. 상황조건은 다르지만 <파견의 품격>의 오오마에 하루코가 그랬고, <너는 펫>의 이와야 스미레가 그랬으며, 장르를 넓혀가면 이런 캐릭터는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왔다.(남성 캐릭터 중에도 이런 스타일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캐릭터는 이제 좋게 말해 친근하고, 나쁘게 말하면 식상한 캐릭터가 되었다. 첫 회를 봤을 때 이 흔한 캐릭터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걱정이 되었는데, 티나게 상투적이면서도 묘하게 재미있어서 한 회 한 회 기다리게 된다.

이야기는 오기와라 사키가 어린 시절 같은 반 친구였던 하스미(오사베) 리코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오기와라는 마트에 갔다가 치즈 판매 코너에서 치즈 냄새를 맡으며 황홀경에 빠져있다. 하지만 치즈를 살 수는 없다. 시험에 붙기 전까지는 먹지 않기로 맹세했으므로. 그런 오기와라 앞에서 약올리듯이 치즈를 카트로 옮기는 여자가 있었으니 그 여인이 바로 리코다. 리코는 한 눈에 사키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며 반가워 하지만 사키는 달가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위 좋은 리코는 그런 사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현재 매우 행복한 주부라는 것을 지나치게 어필하면서 사키의 집까지 따라 간다. 그렇게 사키와 리코의 인연이 시작되고, 연하 애인이자 현재 자신의 상사인 마사토, 얼떨결에(혹은 의도적으로?) 이들과 얽히게 된 미츠히코(일명 코짱)이 합세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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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9 22:29 2010/02/19 22:29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6점
김주하 / 랜덤하우스 코리아

지난 연말 시상식은 하나도 안 챙겨봤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조각영상들 덕분에 분위기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중 MBC 연기대상 호명 때 고현정이 보여준 비담과의 유쾌한 하이파이브 만큼 눈길을 끄는 영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라디오 부문 시상자로 나선 김주하였다. 깔끔한 블랙 정장을 입고 무대 위로 걸어나와 마이크 앞에 서서 낮고 분명한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김주하입니다"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순간 나와 방청객들은 환호와 놀라움을 표시했다. 익히 들어 알고 있으면서도 묵직하게 퍼지는 저음은 새삼 대중을 끌어들였고, 분위기를 한껏 달구면서도 묘하게 진정시켰다. 방청객의 반응에 환한 웃음으로 답한 그녀는 화려하게 치장한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꿀리지 않을 만큼 돋보였다. 물론 그 미모도 한몫했겠지만 목소리(그러니까 발성과 톤)의 힘이란 참 대단하구나를 느꼈다. 괜히 앵커가 아니구나.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사두었지만 에피소드 몇 개만 골라읽고는 던져놓아서 다른 책들과 함께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던 책이다. 갑자기 읽게 된 데에는 지난 연말시상식의 영향도 10분의 1정도는 있겠지만, 얼마전에 방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발굴(?)된 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을 층층이 쌓아두는 게 아니라 책장에 착착 끼워놓으면 보기에도 좋지만, 읽기에도 좋다는 걸 깨달았달까.-ㅂ- 정리가 없었다면, 그리고 새 책장을 사지 않았다면 이 책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다른 책들 사이에서 잠자고 있지 않았을까. (물론 계기가 있다면 언제든 꺼내 읽겠지만, 너무 안 쪽에 쌓여있어서 읽으려면 굉장히 귀찮았을 것이다.)

총 2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상당 부분이  기자 시절 뉴스를 만드는 과정에 치중한다. '이 뉴스는 이렇게 만들어졌고, 저 뉴스는 저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방송은 이렇게 나갔습니다.'를 보여주는 형식이다. 그래서 앞쪽은 한 꼭지의 뉴스를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느낌을, 그리고 뒤에는 방송용 스크립트가 나온다. 이 책의 부제가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인 것을 생각하면 그에 제법 충실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하겠다. 하지만 독자로서의 내 기대에는 조금 어긋난 감이 없지 않은데, 사실 나는 김주하의 좀 더 깊은 내면의 얘기를 기대했었다. 그렇다고 폭로성 사생활을 끄집어냈다면 이 쪽에서 사양이겠지만, 뭐랄까 그녀의 전체 삶을 좀 더 크고 철학적으로 다루었으면 했는데, 책이 전반적으로 입사 후의 커리어에 맞춰져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물론 그 입사 후의 그녀의 활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제보를 쫓아 위험하고 급박학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고, 감정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늘 냉철함을 유지해야 하며, 단 60여 초의 화면을 위해 어느 때는 목숨까지 내놓고 덤벼들어야 하는 상황은 굉장한 흥분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상세 내용의 차이일 뿐, 사실 이 계통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것이어서 큰 차별성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알같은 재미로 읽는 이에게 흡족함을 안겨 주는 에피소드가 존재했으니 그것은 바로 손석희 관련 에피소드다. 소제목마저 흥미진진한 '나를 키운 건 8할이 손석희라는 악몽이었다'가 아닌가. 사실 나는 이 에피소드가 책의 판매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현재 한국에서 손석희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손석희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굉장하다. 정계에서도 끊임없이 손석희를 영입하려고 안달인 것을 이러저리 들려오는 풍문으로 접한다.(물론 석희옹께서는 딱 부러지게 거절하시고 계시지만.)  그러니 김주하와 손석희가 만났을 때 벌어질 일들이 얼마나 궁금하겠냐고. 그래서 책 사자마자 읽은 것도 바로 이 에피소드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겠지만, 손석희는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철저하게 프로페셔널한 사람이어서 조금의 틈도 허용치 않는 완벽주의자의 성향을 띤다. 그런 그에게 원고 쓰는 법을 배우고, 프롬프터 없이 멘트를 정리하는 훈련을 하며 그를 따라가려 애썼으니 지금이야 그녀 자신도 프로라는 소리를 듣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칭찬은 한마디도 없이 내리 욕만 했다는 글에 보는 내가 다 안쓰러웠다. 얼마나 엄했으면 강심장이라고 소문난 김주하가 뉴스 도중에 울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그녀에게 '싹수가 보이니까 매정하게 구는 거다'라고 말하며 고기를 사주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시큰해지는 건, 일 잘하는 사수에게 마침내 인정 받았을때의 환희가 나에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연말 시상식의 기억으로 돌아가보자. 김주하는 수상자 발표에 앞서 "12년 전 이 분께 원고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에피소드가 기억나서 나는 또 한번 시큰했다. 그 한마디에 선배이자 스승이었던 손석희에 대한 모든 감사와 존경이 다 담긴 것 같아서. 그녀 스스로도 자신을 키운 8할을 손석희라고 했으니 만큼 그 시상은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을까. 독자로서는 마치 성장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뿌듯하고 감동적이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 김주하
음, 얘기가 길어졌는데, 이 외에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시마네 현 관련 독도 에피소드와 월드컵, 그리고 김주하를 두고 여신이라는 표현까지 쓰게 만든 아테네 올림픽 에피소드가 있다. 특히 아테네 올림픽 때 김주하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는데(연예인 못지 않은 팬덤에 무서웠던 적도;;;), 다소 딱딱하고 점잖은 정장을 주로 입는 보도인이 올림픽 시즌에 맞춰 그 나라와 어울리는 복장으로 현장감을 전한 것은 신선하면서도 충격이었다. 그와 관련해서 그 의상을 어떻게 입게 됐는지, 그 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테네 올림픽 당시 한달간 현장에 있었던 이야기를 읽어보니 당시의 방송이 새롭께 느껴졌다. 이 밖에 방송계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관련한 생각들, 황우석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PD수첩과 MBC에 관한 이야기도 다시 한번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마지막으로 가장 뭉클했던 건 맨 마지막 에피소드인데, 자신의 어려운 처지가 알려져서 도움 받는 것보다 자신과 자신 집안의 자존심을 지키는 게 중요했던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마음이 아팠다.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쳐서도 안 되지만 반면에 누군가를 쉽게 동정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참 어렵다. 지속적이지 않은 관심은 오히려 무관심만 못 하다는 고아원 아이들의 이야기도 잊혀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결국 꾸준함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을 통해 유추한다면 김주하는 굉장한 일벌레인 듯하다.(거야 뭐 이쪽 계통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 보이지만) 끈기도 대단하고 열정도 넘친다. 그렇지만 불 같은 성격이라기보다 굳이 비유하자면 쇠가 아닐까 하는데, 달구어진 쇠를 담금질 할 수록 강해지는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받았다. 그렇다고 책을 읽고 김주하에 대해 속속들이 알았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다만, 피상적으로나마 그녀가 하고 있는 일, 업계 상황, 방송에 드러나지 않는 이들의 애환,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는 데 의의를 둔다. 머릿말에서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원래대로 책을 마흔 이후에 냈다면 내용면에서도 생각면에서도 좀 더 깊이 있고 알차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현 정부 들어서 각종 논란에 자주 휘말려서 꽤나 지쳤을 테고, 어떤 면에서는 실망한 부분도 있지만, 꾸준히 자신의 일에 정진해서 마흔이 넘고 쉰이 되어도 보도인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


덧, 보기엔 부잣집 딸내미 같은 이미지에 뭔가 백도 빵빵할 것 같은데 사실은 정반대였다는 것과, 어떻게든 방송국에 입사하고 싶어서 다니던 대학 그만두고  좀 더 입사율이 높은 대학에 다시 시험쳐 들어간 것을 보면 사람은 역시 절박한 목표가 있어야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다.
2010/02/18 19:20 2010/02/18 19:20

연휴 동안 알라딘 중고샵 통해서 책 주문이 2건이나 들어왔다.(웬일이여?) 빨리 배송해주려고 일부러 편의점 위탁 택배 신청하고 오후에 도서관 가는 길에 부랴부랴 포장해서 편의점에 들렀다. 하나는 일반 사이즈 책이라 가볍지만 하나는 수험서여서 상당히 무거웠다.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편의점은 내 빠른 걸음으로 10분 걸리는(그 중 5분은 오르막인) 거리에 있다. 백화점용 대형 쇼핑백에 택배 상자 집어넣고 낑낑대며 걸어가서 마침내 편의점 도착. '어? 알바학생 바뀌었네?'라고 생각하며 택배 수화 기기에 승인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처리중……

(^_^) 빨리 돼라~ 
(+_+) 왜 이렇게 느리지?  
( -_-+) 안 되는 거 아냐?
(ㅠㅠ) 안 돼~~~

전산장애로 인해 수취 거부.
일반 택배로 신청하세요.

란다.

야아아아아아아!!!!!!!! 내가 이 무거운 거를 들고 10분이나 걸어왔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왜? 왜? 왜? 그럴 리 없어. 다시 해볼 꺼야. 다시 승인번호를 눌렀다. 처리중……

역시 안 된다. 제기랄. 난 지지 않겠어. 다시 할 꺼야아아아아아.

승인 번호를 누른다. 처리중……

이 과정을 10번 반복한 뒤, 난 포기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순진해보이는 알바학생에게 '이거 어디 전화해서 물어볼 데 없어요?'하며 거의 울듯이 물어봤지만, 알바학생은 안됐다는 눈으로 없다고 했다. 으앙아아아아아앙. 할 수 없이 나중에 다시 올게요.라고 꺼질 듯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편의점을 나왔다. 워낙 무거워서 그거 들고 도서관에 갈 수는 없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어찌나 힘들고 무겁던지. 오자마자 고객센터에 전화해봤지만 상담시간이 지났을 뿐이고. 컴퓨터 켜서 알라딘 고객센터 들어가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두다다다다 글을 올려댔다. 그러나 답변은 내일이나 달릴 뿐이고.

다시 벌떡 일어서서 집을 나섰다. 오늘까지 반납할 책이 있는 데다 오전에 내가 신청한 책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은 관계로 그거 빌려 읽고 기분 전환하려고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어째 간당간당하네? 7시가 자료실 폐실 시간인데 내가 집을 나선 시간이 6시 35분. 내가 자주 가는 D도서관은 우리 집을 기준으로 걸으면 30분, 차 타면 10~25분 걸리는 매우 애매한 위치에 있다. 남은 시간 25분! 재수 좋으면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책을 반납·대출할 수 있겠고, 재수 없으면 눈 앞에서 자물쇠 걸어잠그는 걸 볼 수 있는 어중간한 시간이다. 택배 보내려다 못 보내고 헛걸음하고 온 걸 생각하면 왠지 오늘은 재수 없는 날 같아서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왠지 도박심리가 발동해서 가보기로 했다. (설마 그렇게 재수가 없을라구...)

그러나 눈 앞에서 횡단보도 불이 빨간색으로 바뀌더니 내가 타려는 버스가 유유히 떠나버렸다. 이거이거 또 헛걸음 하는 거 아냐? 일단 다시 3분 기다려 횡단보도를 건넌 후 오는 버스 아무거나 탔다. 네 정거장 가서 환승하려는 생각으로. 근데 그 네 정거장 동안 신호 기다리는 데만 5분 허비. 환승 장소에 도착하니 6시 52분. 으어어어어. 그때 마침 내가 타려는 버스가 전전 정류소를 출발했다는 안내 표시가 떴다. 오예! 아직 괜찮아, 갈 수 있어! 갈 수 있어! 그러나.......ㅠㅠ 전 정류소를 출발했다는 차는 5분 뒤에 도착하더라. 즈엔장! 버스 타자마자 57분 교통정보가 들려오는데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건지. 불행 중 다행인지(...) 기사아저씨가 엄청 급한 성격의 소유자! 초고속으로 출발하더니 2분 30초 만에 목적지에 내려주는 것이다.

버스 뒷문 열리자마자 총알 같이 튀어나가서 도서관 건물로 뛰어들어갔다. 2층 종합실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걸 보니 희망은 있다. 나는 무슨 수능 시험날 지각한 애처럼 머릿발 휘날리며 미친듯이 튀어들어갔다. 근데 어? 사람이 없네? "아무도 안 계세요오오~?" 했더니 서가 안 쪽에서 사서 아저씨 한 분이 나오시더니 "아이고 늦으셨네?" 하신다. 아유 인상도 좋으시지. 사서 아저씨는 신청도서를 얼른 찾아주더니 바코드를 쿡쿡 찍어주셨다. 감솨합니다.

다시 1층 문학실로 뛰어내려왔다. 아아앗, 문 닫기 일보직전이다. 헐레벌떡 뛰어들어가 "지금 반납해도 돼요?"라고 했더니 문학실 사서님이 "얼른 주세요!" 하신다. 가방에서 책을 꺼내 내려놓았는데 헉, 내가 반납해야 할 책이 아니네? 반밖에 못 읽었는데... 그러나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바코드 찍었음. 다시 달라고 하기도 뭐하고 다음에 다시 빌려읽자는 생각에 그냥 나왔다. 나올 때 보니 사서의 표정이 뭔가 갸우뚱 하다. 왜 저러지?

비록 반납해야 할 책을 제대로 반납하지 못해 연체에 걸리겠지만 어쨌든 빌리려던 책을 빌렸으니 연체 며칠 쯤은 괜찮다고 위로했다. 그러고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서 집으로 가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렸다. 그런데 말이다. 뭔가... 찜찜하다. 뭐지? 뭘까? 이건 마치...... <나 홀로 집에>에서 캐빈네 엄마가 캐빈이 집 다락방에 자고 있는 것도 모르고 비행기에 올랐을 때 혼자서 찜찜하고 불안해하던 그런 기분이었다. 뭔가 찜찜하고 불길한 기분....

그리고 10분 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반납한 책은 D도서관 책이 아니라 S도서관 책이었다는 것을! OTL

그래서 사서의 표정이 그랬구나? ㅠㅠ 바코드 찍어도 내 대출기록이 안 뜨니까!!!!!!!
국내 도서관 분류 번호는 한국십진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같은 제목의 책인 경우 도서관마다 분류 번호가 비슷하다. 그렇다고 바코드까지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혼동하기 쉽다는 거다. 아무튼 사서는 '어? 대출기록이 없는데 반납을 하네? 빌려갈 때 누락됐었나?'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바코드 위나 책 겉면에 각 도서관의 이름이 붙어져 있거나 도장이 찍혀 있어서 구별하기 어렵지 않지만 건성으로 보면 그런 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퇴근 시간이 지나려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사 귀찮았을 것이다. 아마 사서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책을 그냥 서가에 꽂았을 것이다. 우아아아아앙. 그걸 깨닫자마자 도서관으로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않는 전화. 아오...내일 자료실 개방시간 맞춰서 도서관에 출근하게 생겼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대출해가면 끝장이니까. (제발 타도서관 도서라는 걸 깨닫고 따로 보관해두기만을 바랄 뿐)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떡볶이 가게로 갔다. 그런데 뭐냐 이거? 장사 끝내고 청소하는 아줌마....-_ㅠ 아아아악. 머피의 법칙, 오늘 진짜 날 잡았네. 택배 수취 거부 당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무슨 똥고집으로 여기까지 온 건지. 차라리 안 왔으면 책 하루 연체되더라도 잘못 반납하는 일 따위 없고, 버스비도 아끼고, 이렇게 쌩고생 안 했을 텐데. 이게 뭔 짓이냐아아. ㅠㅠ 엉엉 울고 싶어라.

터덜터덜 걸어와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탔다. 어라, 환승이 되네. 그 돈이라도 아꼈으니 다행인가? ㅠㅠ 자리에 멍하니 앉아서 내일 일정을 계획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목적지에 다와서 차가 좀처럼 앞으로 안 나간다. 무슨 사고라도 났나? 창문에 착 달라붙어서 앞 상황을 보니 에고고... 충돌사고가 있었나보다. 아반떼 차량 앞범퍼가 푹 찌그러져서 견인차 쇠사슬에 매달려 있었다.(그래도 사람은 크게 안 다친 듯) 안 그래도 좁은 4차선 도로에서 이렇게 차량 많은 시간에 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밀리지.;;;;; 오늘 정말 고루고루 하는구나.

집에 와서 동생이랑 엄마 붙잡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난 왜 이렇게 띨빵한지 몰라~ 블라블라블라~~~"

쯧쯧거리는 두 사람.
오늘부터 난 '띨빵다소'다. ㅠ_ㅠ

2010/02/16 21:29 2010/02/16 21:29

방정리 했으니까 인증사진을 올려야......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내 방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록으로 남겨둔다. 지난 게시물 The Room이나 The Room 2과 비교해서 보면 방이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비교다운 비교를 하기위해서는 같은 각도에서 방 전체모습을 다 찍어서 늘어놓고 비교, 대조해야 완벽하겠지만, 처음에 방 사진을 찍을 때는 그럴 의도도 없었거니와 방 전체를 다 찍기엔 지난 날 내 방의 모습이 '억'소리 나오게 드럽고 지저분하고 엽기적이었던 관계로 그건 도저히 무리. (내 얼굴에 침뱉는 짓이잖아? -_-;) 부분 사진 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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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책상이 장롱 옆에 있었다. 그걸 창문 쪽으로 옮기고 책장을 한 개 더 짜넣었다. 장롱 바로 옆에 있는 저 책장이 거의 100자에 2미터 짜리인데,  저 책장에도 이중으로 책을 끼워넣어야 겨우 책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저 많은 책들이 바닥에 그냥 쌓아져 있었으니 '책으로 벽 쌓는다'는 말이 나올 만도 했다. 나는 방 주인이라 괜찮을 수 있었지만 사실 타인이 보기에 심하게 보기 싫었을 것이다. 책장 맨 위에는 원래 인형들을 올려놓았는데 책 정리 공간이 부족한 관계로 인형들은 퇴출되고 요즘은 덜 보는 책들 위주로 올려놓았다. 가령 '퇴마록'이나 '신비소설 무' 같은 책들. 장롱 위에는 전집 박스 세트를 올려두었는데, 이건 자주 안 본다기보다 박스 포장돼있으니까 올려놓기 유용해서 올려둔 것 뿐이다. 앤, 셜록홈즈, 불의 검, 비천무, 손자병법 순이다. 저거 손쉽게 꺼내보려고 원목으로 된 사다리 겸 의자도 샀다. 내 방 의자는 바퀴 달린 회전의자라 잘못 올라가면 미끄러져서 척추다치기 십상이므로. 아, 그리고 예전에 장롱 안과 서랍에도 책이 들어있다고 했는데, 여전히 반 정도는 유효하다. 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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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과 침대 사이에 공간박스를 채워넣었다. 여기엔 주로 학습서랑 수험서가 배치되어 있다. 영어 관련 책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리하다보니 반수 이상이 지나치게 깨끗해서 공부는 안하고 책만 들입다 사재기한 것 같아서 부끄럽다. 그 옆으로는 CD장. 그치만 아직도 책상서랍에는 200여 개의 CD가 웅크리고 있다. -_ㅠ 그리고 오른 쪽 사진은 장롱 앞에 놓아둔 3단짜리 공간박스인데(덕분에 장롱 한쪽 문은 여전히 반밖에 못 연다), 여기는 DVD들을 정리했다. 제목 보이게 제대로 넣으면 다 안 들어가서 눕혀서 넣었다.-_-; 덕분에 아웃케이스가 없는 아래쪽 저가 DVD들은 보고 싶은 거 찾으려면 다 뒤져야 하는 매우 귀찮은 수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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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창문 아래 쪽(지금 책상 자리)에 있던 책장은 거실로 나갔다. 여기는 영어 원서랑 일본어 원서, 잡지들이 주로 배치. 맨 위에는 역시 놓기 좋은 박스세트 전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삼국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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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있던 탁자 위에는 간이 책꽂이 만들어서 잡지들을 꽂아두었다. 일본 잡지 다빈치랑, 씨네21, 필름2.0, 시사인, 폐간된 드라마틱 등등이 꽂혀있다. 순서는 무시. 저기 앞에 연필꽂이 중 가장 왼 쪽에 있는 건 5학년 때 이천 도자기 공장 견학갔을 때 직접 그려서 구운 것이다. 예술적 재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초딩스러운 그림이다. 풉-ㅂ- 맨 오른쪽에 있는 건 무려 H.O.T. 캐릭터 컵 되시겠다. 우후후. 3집때가 아닌가 싶다. 아마 '빛' 활동할 때 나왔던 컵인 듯. 집에 저거 말고도 캐릭터 상품은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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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손을 댈 수 없는 위엄을 자랑하는 골방 책장.-_- 처음 이 책장을 짜맞출 때는 나름대로 깨끗하게 정리했었는데, 고작 4년 만에 저 지경. 책장 무너질까봐 좀 걱정된다. 천장 쪽까지 합쳐서 위로 세 칸은 만화 전용. 그 밑에 두 칸은 일반도서, 맨 아랫칸은 잡지다. 사실 이것말고도 전축 위에 전시된 전집이라든가 큰방에 안 쓰는 테레비 다이(...) 위에 널부러져있는 잡지, 분철만화 등등이 나도 좀 정리해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내 방 하나 정리하는 것도 버거워서 그것들은 무시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방 정리하면서 느낀 건 '굿바이 이사'랄까. 이사 가려면 이 책들을 처분하든지, 아니면 돈 많이 벌어서 이사업체에 웃돈 더 주는 걸 안 아깝게 여기든지, 아니면 이 집에 뼈를 묻어야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0/02/16 15:21 2010/02/16 15:21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는 음력 설을 쇠야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음은 이미 지난 1월에 2010년이 되었고, 그와는 별개로 무슨 액땜을 그리도 하는지 1월 되자마자 내게는 일신의 변화가 휘몰아쳤다. 암흑 같았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해보면 나에게 더 이상 밑바닥은 없을 것 같았지만 나는 또 한번 실패와 좌절(거기에 따라붙는 갖가지 괴로움)을 맛봤고, 그것도 새해 시작하자마자 그랬어서 우울과 서러움은 더욱 컸다. 거기에 빠지지 않으려고 좋은 것만 생각해봤는데, 오히려 감정의 격차만 커져서 나중에는 극단적으로 변해버렸다. 그걸 감당 못해서 가족에게 그 짜증과 화를 다 풀어내는 바람에 자괴감이 극에 달해 어쩔 줄을 모르다가 한날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때라면 글로 풀어내거나, 친구 불러 술을 마시거나 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글로 쓰고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한다는 자체가 괴롭고 뭔가 남에게 마이너스 에너지만 잔뜩 퍼뜨리는 것 같아서 싫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하는 것도 '그래서 뭐? 말해봤자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 하는 회의적이고도 비뚤어진 심정이 되었다. 내 공간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마음을 온전히 풀어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 되다보니 점점 더 속으로 곪아가는 느낌. 정말 뒤지게 외롭더라.

그런데 막상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군. 검색해봐도 이 동네는 해당사항 없고(젠장), 돈은 또 왜 이렇게 비싸? 그 와중에도 현실적인 문제에는 눈이 번쩍 떠지는 거라. 그래서 뭐 검색만 줄창 하다가 때려쳤다. 아직은 나 혼자서도 버틸 수 있을지도 몰라라며. -_- 그래서 뭘 했는고 하면 대청소다. 그냥 먼지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아예 구조 자체를 바꿔버리자고 생각했다. 통일신라 말에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사람들 사이에 급속히 파고든 것 중에 하나가 도참사상과 풍수지리설이라고 하잖아? 일이 안 풀리는 것은 어쩌면 내 방의 기운이 안 좋아서일지도 몰라, 라는 매우 근거 없으면서도 어쩐지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워서 방구조를 죄다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뭐 네모난 방이 세모나 동그랗게 변한 것은 아니고-_-  가구 위치를 좀 대대적으로 바꿨다.  풍수적으로 가구의 위치는 어디가 좋은지 조사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그래봐야 놓을 수 있는 위치가 한정적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최대한 성의있게,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면서 열심히 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책장, 책상 위치 옮기고 새 책장 짜넣고  구석구석 켜켜이 쌓여 있던 책들과 CD, DVD들을 정리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 방 꼬라지가 오죽했어야지. 가구 위치 몇 개 바꿨다고 내 방은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화되었다. 정리하면서 내 방이 이렇게 넓었나 혼자 수십번 놀랐다고나 할까. -_-;;;;; 오바 좀 심하게 하면 운동장처럼 넓어보였다. 가구 옮기는 일 외에 아무도 돕지 말라고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서인지 무려 보름이나 걸려 제대로 정리했지만 어쨌거나 다 정리한 내 방은 이전에 비해 100배는 깨끗하고 넓어졌다.

만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뭔가 잊고 싶은 일이 있거나 괴로울 때 대청소를 하거나 이불 빨래를 하는 걸 종종 본다.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이겠지. 단순한 노동을 함으로써 어두운 생각을 비워내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에 대한 결과물은 흡족하진 않아도 제법 만족스럽다. 다 끝나고 나니 어쩐지 공허함도 느껴지지만, 그 텅빈 공허함과 깨끗함 속에서 새로 시작할 용기도 조금쯤은 얻었다. 그래 뭐, 다시 시작하면 되지. 좌절할 게 뭐야.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는 될 수 없겠지만 뭐 어떠냐. 징하게 울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눈치 볼 필요 없이 다시 내 길을 가자,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자. 포기하지 말자. 지지 말자. 이러다 다시 기 죽고 풀 죽어도, 흐물흐물 늘어졌다가 다시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일어나면 되지. 힘내자. 나 자신에게는 지지 말자. 어디 세상아 덤벼봐라, 상대해주지.

이렇게 힘을 얻어서 다시 으쌰으쌰!아자아자!하기로 했다.
사람은 역시 대청소가 필요하다. 정리란 건 참 좋은 것이여.


+
그래서 스킨도 바꿨음. 1단 스킨이 참 좋긴 한데 뭔가 휑해서 의욕이 안 붙는달까.(변명은...-_-)  그래서 그냥 2단으로 다시 복귀한다. 레이아웃과 이미지는 예전 그대로고 최대한 색상 배제하고 깨끗하게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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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14:12 2010/02/16 14:12

- 요즘 보고 있는 책 : 문화 편력기 / 요네하라 마리, (고종석)의 여자들 / 고종석
- 요즘 자주 듣고 있는 음악 :  각종 사운드 트랙, 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컬렉션
- 요즘 가장 기대되는 앨범 : 보아 일본 7집 <Identity>
-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 별을 따다줘(Korea), 曲げられない女꺾이지 않는 여자(Japan)
- 요즘 보고 싶은 영화 : 500일의 썸머, 의형제
- 요즘 하고 있는 사소한 프로젝트 : 보유 도서, CD, DVD 목록 정리(엑셀 작업)
- 요즘 지름 지수 : (모종의 이유로 인하여) 파산이 멀지 않음
- 요즘 고민 : 앞으로 어떻게 살까?

2010/02/03 12:24 2010/02/03 12:24
모 사이트에서 게시물 덧글을 읽는 도중 야밤에 엄마 쫓아오게 만들 정도로 빵 터지는 덧글을 발견하고 방바닥을 굴렀다.
살짝 화장실이 가고 싶던 찰나에 생각지도 못한 데서 빵 터져서 까닥하면 요도괄약근에 힘 풀릴 뻔...-_-;;;



대충 이런 내용이다.

(앞 내용 생략)

A : 에구 다들 열폭이시네요~^^ (시비?)
B : 아니 A님. 여기서 왜 열폭이 나와요? 열폭이라면 '열등감 폭발' 아닌가요? 이게 무슨 '열폭'인가요? (좀 화났음)
A : ↑ 아 열폭이 열등감 폭발인가요? 전 열라 폭발인줄...;; 헤헤 (빵~)

(뒤에 ㅋㅋㅋ 덧글 이어짐)


맨 마지막 '헤헤'가 붙어서 해맑아보이기까지 하다. 큭큭큭. 어떡해~
아아, 이것은 흡사 그 옛날 '왕따'가 '왕 따봉'의 줄임말인 줄 알고 친구 앞에서 엄지까지 척 들어보였다던 모 선배와 같지 않은가. 아 정말 웃겨서 눈물나는 오해구나.  흐흐흐흐흐흐흐흐히히. 이런 오해라면 언제든지...!! 킥킥.


음...이거 나만 웃긴가? ;;;;;;
2010/02/03 01:42 2010/02/03 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