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관 포청천 (왼쪽부터 공손책, 포청천, 전조)
한 때, 한번 맛들이면 거의 아편 수준의 중독을 유발한다는 '무협'에 빠져, 꽤 여러날 불멸의 밤을 보내곤 했었다. 굳이 그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판관 포청천'일 텐데, 그 땐 아직 멋모르는 아이였으므로 잠을 못 이룰 정도는 아니었고, 다만 붉은 도포 자락 휘날리며 악당들에 대적하는 '전조'에 미쳐있었을 뿐이었다.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의천도룡기(86)'가 방영될 때는 진짜 잠을 못 이루었다. 양조위가 너무 좋아서...ㅠㅠ) '판관 포청천'은 KBS에서 방영해주면서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그 후 '칠협오의'라는 -'판관 포청천'에서 조금 더 확장된- 드라마가 SBS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여기서 칠협은 전조를 비롯한 7명의 협객을 말하는데, 난 여태까지 칠협을 포청천, 전조, 공손책, 왕조, 마한, 장룡, 조호인 줄 알고 있었건만, 오늘 검색하다보니 칠협이 남협 전조를 비롯한 북협 구양춘, 소협 애호, 쌍협 정조란, 정조혜, 은협 심중원, 흑요호 지화를 가리킨다네? (헐... 도대체 뭘 본거냐, 난! 그치만 어차피 그래봐야 칠협 중엔 전조 밖에 안 나온다뭐...; ) 어쨌든 오의는 확실히 알고 있다.-_-; 오의는 함공도에 사는 다섯명의 의형제로 노방, 한창, 서경, 장평, 그리고 사사건건 전조와 부딪히는 금모서 백옥당을 말한다.

칠협오의 (백옥당, 전조)
그래봐야 소용없다, 당신들은 무협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커플(?) 캬캬.
흔히 '오의'를 '쥐 서(鼠)'자를 써서 '오서五鼠'라고도 하는데, 특히 백옥당은 자신을 영물인 금모서(金毛鼠)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는 황제가 내린 어묘(御猫)라는 별호를 가진 전조와 대립되는 것으로, 평소 라이벌인 두 사람 사이를 가장 확실하게 설명하는 별칭이기도 하다. 백옥당은 전조를 두고 냄새나는 고양이, 못생긴 고양이, 일신의 안녕을 위해 황제 앞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라 놀리지만, 그런 그도 막상 (전조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졌을지언정) 전조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는 없다. 이유는 백옥당의 백전백승을 유일하게 저지한 인물이 전조이기 때문. 마치 쥐는 고양이를 이길 수 없다는 생태계의 룰처럼 그저 둘의 천적 관계가 이어질 뿐이다.
처음 '판관 포청천'에 이어 '칠협오의'가 방영됐을 때, 인물 설정은 동일하나 배우가 죄다 바뀌는 바람에 포청천을 즐겨 봤던 사람들 사이에서 약간의 논란이 일었는데, 이를테면 '칠협오의'의 포청천은 '판관 포청천'의 카리스마를 따라갈 수 없다라든지, '칠협오의'의 공손선생은 전혀 공손해 보이지 않는다든지(...) -농담이고- 공손선생 치고 너무 젊다(유약해보인다)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는 방송에서 비슷한 컨셉트의 프로그램이 시간차를 두고 방영될 때, 선발주자와 후발주자를 사이에 두고 늘 따라붙는 사소한 논란으로, 그 중의 최고는 역시 '판관 포청천'의 전조가 낫다, '칠협오의'의 전조가 낫다 등의 대결구도가 되겠다. 여기서 왕조, 마한, 장룡, 조호 등의 사대호법은 '판관 포청천'때나 '칠협오의' 때나 여전히 얼굴을 구분하기 힘들었으므로 전혀 논란의 대상이 아니었음.; 아무튼 당시의 나는 하가경의 전조도 물론 좋아했지만, 초은준의 전조에 조금 더 열광한 케이스로, 여기에는 SBS에서 전조의 더빙을 맡은 성우 분의 영향이 적지 않음을 밝힌다. 내게 있어서는 성우가 누군지 찾아봤던 최초의 케이스.(당시 '칠협오의'의 전조 더빙을 맡은 성우 = 홍성헌 씨) 그 목소리를 얼만큼 좋아했었냐면, 초은준 더빙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 뒤로 채널 돌리다가 그 목소리만 나오면 "꺄아- 전조다아" 하고 흥분했을 정도. 그 후로 일부러 애니메이션과 더빙 영화들을 보며 '전조 목소리 찾기 놀이'(...)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홍성헌 씨는 전조의 매력을 120%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성우라고 생각한다.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런데 알고 보면 '판관 포청천'과 '칠협오의'를 두고 누가 더 낫네, 누가 더 못났네 아웅다웅할 필요도 없는 게, 두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포인트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판관 포청천'과 '칠협오의'는 인물 설정에서는 그리 차이나지 않지만 드라마 자체의 색깔은 아주 다르다 얘기. 예컨대 '판관 포청천'의 경우는 정통 무협 드라마라기보다 법정 드라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혼란한 북송시대에 청렴결백한 포청천이란 캐릭터가 그를 호위하는 무사들(전조 및 사대호법)과 실질적인 두뇌라 할 수 있는 공손책을 앞세워 탐관오리와 악한를 처단하고 민생을 살핀다는 지극히 권선징악적이고 인과응보적인 내용이 위주. 즉 세태를 반성하게끔 하는 도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에 비해 '칠협오의'는 전체 구조에서는 '판관 포청천'과 크게 다를 바 없으나 협의라든지 강호의 도리, 남녀의 정情에 조금 더 근접하여 좀 더 무협 드라마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칠협오의'의 경우 포청천보다는 전조 개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았고, 전조가 개봉부에 붙어있기보다는 강호를 유랑하는 장면이 꽤 자주 나오며 오서와 더불어 무예랄까, 대결씬을 자주 선보인다. 또 극 속의 결투 장면 같은 경우도 '판관 포청천'에 비해 액션이 훨씬 풍부하고 스케일이 큼을 알 수 있다. 이는 '칠협오의'가 개봉부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세계를 무대로 극적인 전개를 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 그런 이유로 '칠협오의'가 '판관 포청천'에 비해 젊은 층에서 특화된 인기를 얻고, 그로 인해 마니아층이 탄탄해졌던 게 아닐까. 물론 후발주자인 탓에 '포청천의 아류'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게 받았지만.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그러졌고, 막상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칠협오의'를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들...-_-;) 아무려나...
'판관 포청천'이든 '칠협오의'든 중요한 건, 극 속의 인물들이 난세에 그들 나름대로 정의를 실현하고 사람을 바로 세우려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정의 실현으로 향하는 길과 방법이 다르기에 때로는 반목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을 합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이다. 그러니 약한 사람 등쳐먹고, 착한 사람 무시하며, 사리사욕으로 배를 채우려는 사람들은 조심하라. 어느날 갑자기 귓가에 포대인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올지 모를 일이니,
개작두를 대령하라!
덧, 어쩌다 갑자기 이게 생각났는지는 알 수 없고...; 오래 전부터 내 무협(주로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랄까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놓고 싶긴 했다. 근데 이 무협이란 게 워낙 스케일이 크고 서사가 방대해서 섣불리 손대기가 쉽지 않은 장르. 매번 쓰려고 폼 잡다가도 이 얘기 저 얘기 머리 속에서 섞여 도저히 풀어낼 수가 없더니, 오늘은 어째 시작이 좋아서 한번 써봤다. 그래봐야 또 중간에 막혀서 요정도로 끝내지만. (그래서 급마무리;-_ㅠ) 다음번엔 인물론이랄까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써보려고 생각중. 아마도 '칠협오의'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될 것이다. ('포청천'보다 '칠협오의'에 쪼~끔 더 애정이 많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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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전조~~~
(사실 난 포청천도 칠협오의도 보지 않았지만...어쩐지 전조는 알고있는;;;)
후후, 그 당시에 전조 모르면 왕따됐었다. 드라마 안 봐도 알고 있어야 하는게 진리였던 시대랄까. 쿡쿡. 난 포청천 주제곡 아직도 외운다. 카이 펑 요우 거 빠오 칭 티엔 티에 미엔 우 쓰 삐엔 쫑 지엔~~~ ♪
안녕하세요.
TV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2010 포청천 칠협오의]라는 걸 하고 있어서
검색을 하다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의 [판관 포청천]은 뚱뚱했고, [칠협오의]의 포청천은 비쩍말랐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번 [포청천 2010]은 칠협오의라는 부재에도 물구하고 뚱뚱한 포청천이 나오네요.
예전 그 캐스팅 그대로 새로 찍은 모양입니다. 공선생과 전조도 그때 그 배우들이네요. 이히히 ^^
다만, 전조는 너무 늙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포청천과 공선생은 15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라 깜짝 놀랐어요.ㅎㅎ
전 [판관포청천]과 [칠협오의] 둘 다 봤지만 개인적으로 첫번째 포청천의 전조가 더 좋았아요. 더 쎄(?)다고 느꼈기 때문인 듯. 아무래도 [칠협오의]는 무협액션이 더 많아 전조가 위기에 빠지는 장면도 있었지만, [판관포청천]에서는 전조는 무적이였거든요. 히히
아무튼 자세한 포스팅 덕에 예전 기억을 많이 되살리고 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
최근에 포청천 새로 찍었다는 정보를 어디서 들었는데, 벌써 방영을 했군요. 그때 그 배우로 찍는다는 정보를 듣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그랬는데... 일단 옛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뭔가 아련하면서도 그리운 기분이 들고 그래요. 하지만 역시 세월엔 장사가 없어서 그 시절의 풋풋함은 덜하겠지요. -_ㅠ
하가경의 전조를 좋아하시는군요. :-) 맞아요. 뭔가 여리여리 하면서도 강단있고, 무술도 잘하고, 똘똘한 이미지가 전조에 딱이었죠. 저도 참 많이 좋아했었지요. 개인적 취향이 [칠협오의]의 전조라서 그렇지....^^;;;;;
오래된 포스팅에 덧글 달아주신 덕분에 저도 간만에 포청천과 칠협오의를 떠올려 봅니다.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