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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한국에서는 음력 설을 쇠야 진정한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음은 이미 지난 1월에 2010년이 되었고, 그와는 별개로 무슨 액땜을 그리도 하는지 1월 되자마자 내게는 일신의 변화가 휘몰아쳤다. 암흑 같았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해보면 나에게 더 이상 밑바닥은 없을 것 같았지만 나는 또 한번 실패와 좌절(거기에 따라붙는 갖가지 괴로움)을 맛봤고, 그것도 새해 시작하자마자 그랬어서 우울과 서러움은 더욱 컸다. 거기에 빠지지 않으려고 좋은 것만 생각해봤는데, 오히려 감정의 격차만 커져서 나중에는 극단적으로 변해버렸다. 그걸 감당 못해서 가족에게 그 짜증과 화를 다 풀어내는 바람에 자괴감이 극에 달해 어쩔 줄을 모르다가 한날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때라면 글로 풀어내거나, 친구 불러 술을 마시거나 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글로 쓰고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한다는 자체가 괴롭고 뭔가 남에게 마이너스 에너지만 잔뜩 퍼뜨리는 것 같아서 싫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여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하는 것도 '그래서 뭐? 말해봤자 해결되는 것도 아니잖아?' 하는 회의적이고도 비뚤어진 심정이 되었다. 내 공간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마음을 온전히 풀어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 되다보니 점점 더 속으로 곪아가는 느낌. 정말 뒤지게 외롭더라.

그런데 막상 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군. 검색해봐도 이 동네는 해당사항 없고(젠장), 돈은 또 왜 이렇게 비싸? 그 와중에도 현실적인 문제에는 눈이 번쩍 떠지는 거라. 그래서 뭐 검색만 줄창 하다가 때려쳤다. 아직은 나 혼자서도 버틸 수 있을지도 몰라라며. -_- 그래서 뭘 했는고 하면 대청소다. 그냥 먼지만 제거하는 게 아니라 아예 구조 자체를 바꿔버리자고 생각했다. 통일신라 말에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사람들 사이에 급속히 파고든 것 중에 하나가 도참사상과 풍수지리설이라고 하잖아? 일이 안 풀리는 것은 어쩌면 내 방의 기운이 안 좋아서일지도 몰라, 라는 매우 근거 없으면서도 어쩐지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워서 방구조를 죄다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뭐 네모난 방이 세모나 동그랗게 변한 것은 아니고-_-  가구 위치를 좀 대대적으로 바꿨다.  풍수적으로 가구의 위치는 어디가 좋은지 조사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그래봐야 놓을 수 있는 위치가 한정적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최대한 성의있게, 좋은 일만 생기길 바라면서 열심히 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책장, 책상 위치 옮기고 새 책장 짜넣고  구석구석 켜켜이 쌓여 있던 책들과 CD, DVD들을 정리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 방 꼬라지가 오죽했어야지. 가구 위치 몇 개 바꿨다고 내 방은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화되었다. 정리하면서 내 방이 이렇게 넓었나 혼자 수십번 놀랐다고나 할까. -_-;;;;; 오바 좀 심하게 하면 운동장처럼 넓어보였다. 가구 옮기는 일 외에 아무도 돕지 말라고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서인지 무려 보름이나 걸려 제대로 정리했지만 어쨌거나 다 정리한 내 방은 이전에 비해 100배는 깨끗하고 넓어졌다.

만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뭔가 잊고 싶은 일이 있거나 괴로울 때 대청소를 하거나 이불 빨래를 하는 걸 종종 본다.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노력이겠지. 단순한 노동을 함으로써 어두운 생각을 비워내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에 대한 결과물은 흡족하진 않아도 제법 만족스럽다. 다 끝나고 나니 어쩐지 공허함도 느껴지지만, 그 텅빈 공허함과 깨끗함 속에서 새로 시작할 용기도 조금쯤은 얻었다. 그래 뭐, 다시 시작하면 되지. 좌절할 게 뭐야.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는 될 수 없겠지만 뭐 어떠냐. 징하게 울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눈치 볼 필요 없이 다시 내 길을 가자,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자. 포기하지 말자. 지지 말자. 이러다 다시 기 죽고 풀 죽어도, 흐물흐물 늘어졌다가 다시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일어나면 되지. 힘내자. 나 자신에게는 지지 말자. 어디 세상아 덤벼봐라, 상대해주지.

이렇게 힘을 얻어서 다시 으쌰으쌰!아자아자!하기로 했다.
사람은 역시 대청소가 필요하다. 정리란 건 참 좋은 것이여.


+
그래서 스킨도 바꿨음. 1단 스킨이 참 좋긴 한데 뭔가 휑해서 의욕이 안 붙는달까.(변명은...-_-)  그래서 그냥 2단으로 다시 복귀한다. 레이아웃과 이미지는 예전 그대로고 최대한 색상 배제하고 깨끗하게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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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14:12 2010/02/16 14:12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이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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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나라에 국상이 두 번이라......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는 것 같다.
몇 개의 든든한 버팀목 중 가장 큰 것 하나가 부러진 뒤
나머지 버팀목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진 듯 하다.
이제 남은 버팀목이 있긴 한 걸까.


지금은 그저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만 되새길 뿐이다.



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고이 삼켜둔다.
2009/08/18 22:28 2009/08/18 22:28
매일매일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절대로 영원히 잊지는 않을거야.
2009/07/10 23:52 2009/07/10 23:52
아, 요즘 리뷰만 쓰면 왜 이렇게 길어지는 거지? 난 진짜 짤막하게 단상 정도로만 쓸 생각이었는데, 뭐 쓰다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에라 모르겠다 흘러가는대로 놔두면 A4 몇 장 분량은 거뜬해. 대학 때 이랬으면 교양세미나 시간에 독후감 늦어서 교수님께 사정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다. (교수실 밑으로 독후감 밀어넣던 기억이 수두룩. -_-) 더 나아가서 우리 학부에서 해마다 열리는 독후감 대회에서 장려상이라도 받지 않았을까. -_-; (정작 대학 땐 한번도 제출해본 적 없음. 동기가 상 받아서 한턱 쏜다고 하면 낼름 얻어먹기만 했음.) 그러니까 결국 자의와 타의에 따른 결과요 현상일 텐데……. 요는 이거(리뷰쓰는 일)에 시간을 꽤 많이 할애한다는 거다. 짧으면 10분이면 끝날 거를, 길어지면 별 볼일 없는 글임에도 문단 사이의 연결성까지 체크해야 해서(은근히 강박증) 한 시간은 잡아먹는다. 최근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생각 정리하고 써내려고 노력중인데, 일단 공개글에 대한 일종의 완벽주의가 있어서 잘 안 된다. 그래 봐야 대단한 명문이 나오는 것도 아니면서. 조사나 접속부사를 뭘로 써야 하나까지 고민하고 있다보면 아- 난 본격 논술세대도 아닌데 왜 이런지(논술 초창기여서 거의 비중이 없었음). 김훈이 <칼의 노래> 쓰면서 첫문장을 '버려진 섬마다 꽃 피었다'와 '꽃 피었다'를 두고 고민했다는 게 확 와닿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신나게 읽고 (리뷰)쓴다. 이게 활자중독인가 싶을 정도로 안 읽으면 불안해 지기까지 한데 또 읽으면 즐거워서 행복해지니 원. 장정일이 <독서일기>에서 말단공무원이 되어 일 열심히 하고 칼퇴근 해서 나머지 시간을 독서로 소일하며 보내고 싶었다는 말은 내 소망이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세상은 만만하지 않아!) 하여간 열심히 퍼담으면 나중엔 한방울이 넘쳐 궁극적으로 내 작품 써낼 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달을 먹다>에서 작가가 말하는 표면장력 얘기는 비단 작가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닐 거야. 그렇다, 궁극의 목표는 사실 내 작품이다. 이런 생각은 어릴 때부터 하던 거였지만 최근엔 가슴이 쿵쿵 뛸 정도로 강해져서 가끔 꿈도 꾼다. 주변에 아마추어긴 하지만 멋진 창작글을 내놓는 사람이 수두룩 해서 주눅이 더 많이 들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땐 나름 만화 스토리 같은거(무려 판타지역사물이었음<-신일숙 영향) 써서 돌려보고 그랬는데. 최근엔 습작이 안 되니까 필사라도 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을 다 했다. 크흣. 근데 난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정작 아이디어가 후져서 당최 쓸 수가 없다. 어릴 때부터 생각해 오던 내용은 드라마나 책으로 너무나 흔하게 다뤄지는 것들이라서 싫고(거의 내 자전적 실화인데, 얼마나 우중충한지 눈물이 절로 난다-_-), 로맨스는 쓰다가 닭살 우두두, 뛰쳐나가 하이킥 할 것 같아서 못 쓰겠고(ㅋㅋㅋ), 관심있는 역사물은 지식부족, 환상문학은 상상력 부족, 무협물도 써보고 싶은데 설정해놓고 보면 이건 뭐 이상향들 총집합 시킨 팬픽이고, 뭐 그렇다. 부끄러움과 지식(상상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생전 내 작품 안 나오지 싶기도 하고. 동화 <책 먹는 여우>에서 여우 아저씨는 감옥에 들어갔다가 읽을 게 없어서 자기가 책 썼다는데, 나도 읽을 게 없으면 내 작품 써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감옥 가긴 싫다.-_-) 차라리 통신체 유행하던 시절엔 그거에 힘입어 첫사랑 이야기도 연재하고 그랬는데, 푸하하. 지금 보니 아- 이거야 말로 자다가 하이킥이다. 어쨌든 지금은 그저 퍼담을 때라 생각하고, 아직은 씨앗만 열심히 모으고 있다. 좀 특이한 씨앗 하나 습득하면 잘 발아시켜서 꽃 한번 피워보고 싶은데, 거 언제 내 손에 들어올런지. (평범한 거라도 일단 새싹부터 틔우는 게……) 일단은 즐겁게 읽고 감상 쓰면서 열심히 머리 굴려보련다.
2009/06/07 16:00 2009/06/07 16:00
- 다시 대학에 가서 과를 정한다면?
1지망. 문예창작학과
2지망. 문헌정보학과

- 그 전에 고등학교에서 문/이과를 다시 정한다면?
무조건 이과 간다.

- 대학원에 가게 된다면?
언론학을 전공하고 싶다.


뭐냐? 이 일관성 없는 소망들은? -_-
2009/06/06 14:42 2009/06/06 14:42
며칠 째 계속 새벽 4시가 좀 넘으면 잠이 깬다. 역시 깨자마자 하는 일은 관련 뉴스를 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다만 책 정도나 읽을 뿐인데, 그것마저도 죄스러우니 이걸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 검찰, 언론, 정부에 따지기 전에 나부터가 그분의 죽음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하다. 치열하게 살다 간 그 앞에서 부끄럽고, 비겁하게 살고있는 현재의 내가 초라하다. 원죄처럼 앞으로도 두고두고 이럴까봐 나는 무섭다. 그리고 다시 그 비겁함에 몸서리쳐진다.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이 번뇌는 계속되겠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영웅이 될 거라는 세간의 말에 동의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총을 맞고 죽은 후 사람들의 뇌리에 "그래도 우리나라 살린 분이다!'라는 인식을(어떤 이들에게는 그것만) 뚜렷하게 남긴 것처럼. 하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독재도 하지 않았고, 가장 탈권위적이었으며, 심지어 서민과 가장 가까운 대통령이었으니 영웅 아니라 신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친 신격화는 경계해야하고 재임 시절의 과오 역시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나는 그런 것에 앞서 그저 그렇게 쓸쓸히 돌아가신 그분을 보듬어드리고 싶다. 그러고싶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터져나오는 사건정황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음모론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 애초에 추락한 사람을 업고 뛰었다는 경호원의 말이 도무지 신뢰가 안 갔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해선 안 되는 걸 교육도 받은 경호원이 그랬다고 하니까 신뢰가 안 갈 수 밖에. 당황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뭉뚱그려진 그런 사소한 증언이 사람들 사이에 불신을 낳았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해서도 안 되겠지만, 안 그래도 눈엣가시인 검·경찰이 곱게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다. 초동수사 허술하게 끝내고 이제 와서 당황한 기색 보이면 지켜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일 것 같나. 그렇기 때문에 분단위로 사건을 재구성해 관련기사 뱉어내는 언론을 마냥 '소설 쓴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은 또 조/선/일/보 로고 파일명에 대한 음모론도 인기검색어로 떠올랐던데, 실수겠지만(그렇게 믿고 싶다) 자꾸만 소름이 돋는다. 이러지말자. 응?

다 허망하다. 감정과잉이어도 좋다. 지금으로선 그저 그분이 보고 싶을 뿐이다. 목소리 생생히 울리는 돌발영상 보면서 오늘도 눈물 뚝뚝이다. 보고 싶어요. 보고싶습니다. 2009/05/27



헐, 한나절 뉴스기사며 게시판 안 봤더니, 지금 들어와보니 난리네. 사람들이 음모론(정확히는 타살)에 대해 너무 확신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 의심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온갖 설들을 퍼다나르면서 그쪽으로 굳히고 있다니...(개중에는 제법 진지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글도 있긴 하더라. 그런 글은 말그대로 의혹 제기지 무작정 우기는 게 아니라 흥미롭긴 했다. 일정 부분 의심스러운 것이기도 하고.) 아마 경호원이  증언을 번복함으로써 상황이 더 그렇게 꼬인 거 같긴 한데, 이런 식이면 실체는 남지 않고 설들만 남아 결국 진실이 가려질 뿐이다. 정조 독살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다던 이글루스 글에 대공감!!! -_-; 계속 인터넷 붙잡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의혹 불리지 말고 차라리 좀 멀찍이 떨어져 보는 게 어떨까 싶다. 2009/05/28
2009/05/27 06:56 2009/05/27 06:56
우르르 쏟아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명하게 귀를 뚫고 들어오는 한 마디.

"...자살했대!"

만성이 되어가는 건지, 예전처럼 놀랍지 않은 저 단어를 듣고 '또, 누가 자살한거야? 아니 왜 이렇게 자살하는 사람이 많아?' 하고 혼자 삐죽거렸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또야?'하는 불경한 마음을 품었다는 것에 흠칫 놀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또 다시 귀에 들어오는 한 마디는 빠른 걸음으로 인파를 헤치며 나오던 나를 그 자리에 우뚝 서게 만들었다.

"노무현 말이야!!"

잘못 들었는 줄 알았다. 이게 무슨 말이지. 누가 죽었다는 거야? 누가 자살했다고? 정신없이 그 말을 내뱉은 사람을 찾았다. 전화기를 귀에 댄 어떤 남자였다. 눈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그 남자는 전화 속 인물에게 하는 말인지, 내게 하는 말인지 모를 표정으로 다시 한번 또렷하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자살했다고!"


멍했다. 발걸음은 기계적이고, 눈에는 촛점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했다. 사실인지 물어봐야겠어. 하지만 동생의 전화 받는 목소리에서 이미 알았다. 정말이구나.

어쩜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최진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만큼 아니 그것보다 충격적이다. 최진실은...... 그래, 최진실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중 한명이었고, 워낙 흉흉한 소문에 시달렸던 고인인지라 나까지 말 보태기 싫어서 하고 싶은 말들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안 하고 넘어갔다. 적어도 글로는.

그런데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어쩜 이럴 수가 있냐고 아무나 붙잡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속보에 무릎이 휘청거렸다. 내리자마자 집으로 뛰어가서 뉴스를 틀었다. 마침 인간 노무현의 삶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 이 영상...... 대통령 당선 때 봤던 건데...... 그땐 참 가슴 뭉클했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의미로 또 다시 눈물 흘리게 만드는구나.

욕지기가 튀어나온다. 결국 사람 하나 죽이는구나, 그런 생각 밖에 안 든다. 겨우 TV에서나 얼굴 보던 일반 시민인 나조차도 이런데, 혼자 남은 권양숙 여사는 어떡하나 싶다. 실신? 수십번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을 테지. 너무 꼿꼿하면 부러지는 법이라고 했던가. 어떤 것에 대한 신념이 투철한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 자신을 포기한다. 급격히 무너져 그는 결국 부러져버렸다. 그리고 떨어졌다. 낙화처럼 바위에서 훨훨.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 노무현을 좋아했다. 인간적으로 좋은, 본 받고 싶은 면이 있는 그런 어른이었다. 그래서 퇴임 연설에서 "기분 좋다~"하고 후련하다는 듯 내뱉은 그의 말을 들으며 이젠 좀 편안해지셨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랐다. 그랬는데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 쓸쓸하고 허망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어쩜 이렇게 파란만장한지 모르겠다. 그냥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었다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즐기기나 하지, 이건 자이로드롭잖아. 강렬하지만 허무하다고. 마치 역사서에 나오는 비운의 인물 같아. 하긴 이젠 정말 역사가 되어버렸네. 그 역사를 두려워 할 줄 아는 유일한 대통령이었는데, 이렇게 생애를 마감해서 유감이다. 실망도 많이 했고, 배신감도 적잖게 들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져 쉬이 욕할 수 없던 그분,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빈다. 그리고 참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삼가 고인의 명복의 빕니다.




덧,
어떤 식으로든 정국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분의 죽음이 자살이든 아니든 결국은 모두가 일조를 한 셈이니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선례를 만들어버린 현 정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똑똑히 두고 볼 것이다. 2009/05/23



새벽에 잠이 깨서 또 그분과 관련된 글들과 사진들 보며 훌쩍훌쩍 울다보니 아침이 되었다.
일을 이렇게 만든 누군가에 대한 원망보다는 그저 자꾸만 미안하고, 슬프고, 그런데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이 뭔지를 모르겠어서 가슴이 답답했다. 시골에서 그저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면서 그렇게 소일하는 걸 원하셨는데, 그것조차 못해 고통스러웠다는 마지막 말씀이 자꾸 밟혀서 속이 상한다. 2009/05/24



나에게 이렇게 영향을 많이 끼치는 분인 줄 몰랐다. 식욕도 없고 몸까지 안 좋아져서 어젠 약속도 취소하고 잠만 잤다. 새벽에 눈을 떴는데, 처음 드는 생각이 그분 생각이었다. 어제 오늘 책을 두 권이나 읽었는데, 푹 빠져서 읽으면서도 순간순간 눈물이 차 올랐다. 백성이 무엇이고, 다스림이 무엇인지 얘기하는 책이라서 더 그랬을까. 울컥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나올라치면 그걸 핑계로 엉엉 울면서 책을 읽었다. 어쩌지? 이 상실감을 어쩌지? 사람들이 담배 피고 싶어하는 기분을 알 것 같다. 나도 피고 싶어. 문득 푸른새벽의 노래가 미치도록 듣고 싶어 재생시켰는데, 랜덤으로 돌아가는 첫 번째 곡이 푸른자살이다. 심장을 찌른다. 2009/05/25
2009/05/23 14:11 2009/05/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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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어김없이
센티멘탈의 계절.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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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6 20:59 2009/03/26 20:59

알라딘에서 기형도 시를 읽는 밤에 초대합니다. 라는 이벤트를 한다. 알라딘에서 주최를 하는 건지, 아니면 참여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단다.(지금보니 '문학과 지성사' 주최인 듯) 아무튼 기형도 시인 20주기를 맞아 기획한 이벤트라는데... 벌써 20주기라니, 세월 참 빠르구나 싶다. 내가 그를 안 것은 고작 10년이 조금 안 되는 정도인데 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 이벤트는 시를 낭송하고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아아, 나도 가고 싶다. -_ㅠ (게다가 성석제도 온다잖은가) 어떻게 시간이 좀 맞을까 하여 이벤트 날짜를 봤더니, 무려 평일 저녁. 지방민은 꿈도 꿀 수 없다네. 그저 부러움에 입술만 깨물고 있다. 잘근잘근.


어린 시절에 시집을 들고다니며 낭만을 즐기는 문학소녀와는 백만광년 떨어져 있었지만, 시를 읊는 소리를 듣는 것은 꽤 좋아했다. 아는 언니 중에 무척 감상적이고 예술적 기질이 넘치는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의 목소리가 좋아서 그런가... 가끔 언니가 시 읊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기형도 시인은 언니가 읊어주는 시를 통해 알게 됐다. '입 속의 검은 잎'이었다. 언니는 기형도 시인을 아주 좋아했다. 그의 시 자체는 물론 아무 의미 없을 단어를 시어(詩語)로 만드는 솜씨와 철학, 그리고 죽고나서 이름을 날린 아이러니함까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정말 시인처럼 살다갔다는 말과 함께 그의 죽음을 통해 예술가는 그런거구나, 를 느꼈다고 했다. 난 잘 이해를 못했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 때의 언니는 기형도 시인을 참 많이 좋아했다. 언니가 들려주는 기형도 시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시대가 담긴 그의 시에는 온갖 감정들이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고 했다.(정말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때 그 말이 참 낯간지럽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을 하는 언니가 좋아서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 후로 시간이 조금 흘렀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어느날 저녁, 지금은 없어진 강남역 시티문고에서 기형도 전집을 발견했다. 왠지 언니의 음성이 귀에 들려오는 듯 했다. 사야할 것 같아서 샀다. 그리고는 애지중지. 함부로 굴리면 언니한테 혼날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책은 책상 가까운 곳에 꽂혀있다. '기형도 시를 읽는 밤'에 못 가는 게 아쉬워 오랜만에 꺼내 읽어본다. 아아, 좋구나.



음...
'입 속의 검은 잎'도 좋아하지만,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는 역시 '빈집'이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로 시작하는 그 시가 얼마나 좋았던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입속에 또르르 굴러가는 그 운율과 단어들의 조합이 멋지고 슬퍼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라고 일기장에 적어두던 때도 있었다. 기형도는 사랑을 잃고 시를 썼지만, 나는 그저 일기나부랭이만 끄적끄적하며 훌쩍훌쩍. 삭막한 지금의 내 감정으론 '그런 때도 있었나' 싶지만, 아무튼 그 땐 그랬다. 그 말을 오늘 간만에 나직이 뱉어내니 참 좋다. 잃을 사랑이 없어, 지금은 와닿지 않지만 또 언젠가 와닿을까봐 조금은 두려운 말.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2009/02/24 22:17 2009/02/24 22:17
TAG ,
결국 한 번도 내 것이었던 적이 없는 것에 대하여, 질투하고 미련을 두었다. 혼자서 화를 내고 울어도 보고 자기반성도 해 보았다. 그것이 소용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은 미뤄둔다. 조그마한 호의에도 기분이 좋아서 날뛰는 나는, 조그마한 무관심에도 상처받고 만다. 어쩌면 아직도 어린 아이. 버려야지, 비워야지, 가벼워져야지.
2009/02/13 21:45 2009/02/13 21:45
전혀 새해란 자각이 없는 2009년이 시작되었다. 벽두부터 서울의 국/회라는 데서는 스페셜액션플레이가 스펙타클하게 진행중이고, 길거리에는 자유를 부르짓는 목소리들이 허공을 맴돌고, 또 어느 곳에서는 백수(白壽)를 코 앞에 둔 할아버지가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어보고자 폐지를 주우려 철교 위에 올라갔다가 119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눈물나는 현실. 울컥. 멀쩡한 땅 파서 물길 만들 생각일랑 접고, 그 돈으로 제대로 된 계획 세워 복지에나 투자하지. 하긴 60세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여기서 더 줄이겠다는 얼토당토 안 한 개정안을 들고 나오는 분들에게 이런 말 해봐야……-_-+

어찌됐든 그래도 새해는 새해다.
숫자 하나 바뀌었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는 게 있을까마는, 그래도 희망이라는 게 있으니까. 지치지 말아야지... 하며, 다짐을 불태운다. 실은 다짐이나 목표 같은 거 적어둘 생각은 없었는데, 지이 님의 정리와 다짐을 보다보니 글은 힘이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맞아, 글은 힘이 있어. 혹여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다짐과 목표를 적어두던 때의 기분 만큼은 늘 진심이니까, 그걸 잊지 말자는 뜻에서 나도 글로 남겨두기로 했다. 나중에 내 정신상태가 해이해질 때 연초에 적어둔 글을 보면 브라우저 창의 F5번을 누른 것처럼 새로고침할 수 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니까.

나의 2009년의 최대 목표는,
1. 에너자이저, 백만돌이백만순이가 되는 것이다. 체력적으로든 뭐든.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사실 2009년의 목표이기 이전에 궁극적으로 내가 되고 싶은 인간상인데, 적어도 누군가가 나를 보면서 힘이 빠지거나 피로감을 느끼지는 않게 하고 싶다고 해야하나. 사람이 늘 즐거울 순 없지만 자진해서 침잠하지도 않겠다는 내 다짐이다. 바닥까지 떨어져도 탁-하고 박차고 오를 용기와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으쌰으쌰! 좋았어, 올해의 구호는 이거다. 으쌰으쌰!

2. 120권의 책 읽기.
늘 연초가 되면 그 해에 읽을 책의 목표량을 정한다. 재작년에는 200권이었는데 100권 조금 넘겼고, 작년에는 150권이었는데 80권 정도 넘겼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250권 정도로 목표를 크게 잡아볼까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좀 버거울 것 같아서 한 달에 10권 정도로 책정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장르 구분 없으며 '권수=작품수'다. 즉, 작품 하나당 한 권 취급(분권되어 있는 책이더라도 한 권으로 취급). 올해는 이제까지와 달리, 정식으로 리뷰를 안 쓰더라도 무슨 책을 읽었는지 꼬박꼬박 정리해둘 생각이며, 연말이 되면 올해 읽은 책 베스트와 워스트도 꼽아볼 계획.

3. 다이어리 끝까지 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에 선물 받은 루나파크 다이어리가 꽤 마음에 들어 올해도 루나파크로 구입했는데, 크기가 길쭉해지고 가격이 무려 3,200원이나 올라서 조금 실망. 작년 루나파크의 인기요인은 일러스트도 일러스트지만 아담한 크기와 만원 이내의 가격에 있었는데 말이지. 게다가 작년에는 겉에 반투명 커버가 있어 본체 손상 없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도 없어져서 아쉽다. 급등한 환율 탓에 종이값이 비싸져서 그렇다는데; 차라리 사은품으로 주는 여권 포켓 말고 다이어리 커버를 주지. 여권 포켓이 더 비싸더라도 다이어리 커버쪽이 내겐 더 실용적인데. 물론 여권 포켓은 예쁘지만... (난 그것마저도 동생한테 뺏겼음 ㅠ_ㅠ) 무어,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고, 난 그냥 임의로 커버 씌웠다.; (첫 번째 사진은 비교용. 오른쪽 두 번째 사진 보면 커버 안쪽으로 반투명 테이프를 붙인 게 눈에 띈다; 그 안쪽에 작년에 쓰다 남은 스티커랑 올해 받은 새 스티커들을 넣음)

아무튼 올해의 세 번재 다짐은 '다이어리 끝까지 쓰기'이다. 늘 3월까지는 나름대로 꼼꼼하게 쓰는데, 그 이후로는 점점 뜸해져서 6월쯤 되면 빈 칸 작렬, 10월쯤 되면 새 다이어리로 갈아탈 생각에 더욱 더 소홀, 12월은 내 생일이랑 친구들 생일을 적어넣은 것 빼고는 모조리 빈칸이 되고 마는 나의 다이어리. 그러나 올해는 꼭! 이 다이어리를 12월 마지막까지 채우고 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일매일 체크하는 걸 잊지 않도록 다이어리 앞에 Yearly Plan에도 적어두었다. 물론 그것도 다이어리를 펼치지 않으면 잊겠지만; 정 안 되면 매일 지정된 시간에 알람을 울리게 해둘까 생각도 하고 있다. 올해는 반드시, 꼭, 12월의 마지막까지 빽빽하게 쓰고 말리라. 예쁘게 쓰는 건......, 잠시 미뤄두겠음. 일단 1월 한달동안 최대한 깔끔하게 쓰는 걸로다가 목표 달성을 해 볼 생각. (나중에 인증사진 올려봐야지)

4. 한국어와 외국어 실력 향상의 해.
언어가 좋다. 전 생애에 걸쳐 모국어인 한국어 바르게 이해하기에서부터 영어, 일본어, 중국어, 기회가 된다면 스페인어랑 프랑스어, 독일어까지 정복하고 싶다는 거창한 소망이 있다. 더 나아간다면 라틴어 공부도 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그만큼 언어가 좋지만, 생각만큼 실력이 따라주지는 않는다. 게으른 탓이다. 올해는 게으름 탈피. 우리말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해보기로 했다.(한+ 국어사전을 내 친구처럼!) 그리고 일단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일본어 실력 죽이지 않기(더 죽일 것도 없다-_ㅠ)와 영어 실력 늘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실은 JLPT성적 보고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휘청했다. 부끄럽다. 이대로는 위험해. 다시 시작하자. 영어는......, 저 높은 곳에 계신 분께서 영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질리도록 영어, 영어를 외쳐대서 안 그래도 울렁증 있는데 더욱 치가 떨리지만, 영어라는 언어 자체는 참 매력있다. 그리고 지금 내겐 영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도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연말쯤엔 뿌듯하게 포스팅할 수 있기를, 그래서 그때쯤엔 초급 중국어에도 도전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5. 피부관리, 체력증진.
요즘 거울 볼 때마다 흠칫 놀란다. 아니 작년과 왜 이리 차이가 나는 거야? 겨울이란 계절적 영향도 있겠지만 피부는 푸석푸석, 탈모가 진행(...)되는 머리에, 뾰루지 -라고 쓰고 성인여드름이라 읽는다- 는 얼굴에서 떠나질 않고.-_ㅠ 동생은 날 볼 때마다 썩/은/얼/굴이라 놀릴 뿐이고. 나는 반박할 수 없을 뿐이고. 뭐 이러냐. 우헝. 한창 폭격맞은 것 같은 상태일 때는 "나는 멍게입니다"라고 제목을 쓰고 포스팅도 할 뻔 했으나, 쓰다 보니 진짜 멍게얼굴이 되는 것 같아 지워버렸다. 얼마전에는 친구의 결혼식이었는데, 얼굴이 도저히 결혼식에 갈 상황이 아니었다. 이건 뭐 팩을 해도 안 되고, 안티 여드름 치료제를 발라도 안 되고. 그래서 시선을 좀 분산시켜보고자 파마를 했는데......, 항상 내 머리를 만져주는 미용사가 화들짝 놀라기를, 아니 머리가 왜 이렇게 비었어요? -┌ 그래 나 스트레스성 탈모 진행중이다. 덕분에 십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처들여-_- 머릿결에 손상이 없다는 파마를 했다. 아아, 2009년엔 나도 이제 슬슬 피부에도 신경 좀 쓰고 헤어 -라고 쓰고 탈모라고 이해를- 에도 더 신경 써야겠다.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코앞이잖아!), 벌써 시들순 없어! ! !

얼마전이었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조금 뛰었는데...... 허헐, 5분을 못 뛰겠는 거다.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이는데, 이건 뭐 내가 갑자기 60대 노인이 된 것 같은 기분. 만년 지각생답게; '오래 달리기'라면 자신있었는데...... 한 때는 반에서 1등은 따 놓은 당상이었는데. 어쩌다 내가 5분 달리는 것도 제대로 못 뛰어서 헉헉거리게 되었는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운동부족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운동부족이라고 말만 했지 나름 알아주는 체력이고, 체력이야 말로 나의 최대 무기였는데. 이럴 순 없다. 운동하자. 운동. 일단 하던대로 요가는 계속 하면서 지구력, 근력을 좀 키워야겠다. 헬스 끊을까.......



으음, 일단 요 다섯가지가 올해 나의 목표이자 다짐.
소소하고 당연하게 지켜야 할 것들이 몇 가지 더 있지만, 그건 나만 알고 있으련다. 이렇게 쭈욱 적고보니 이제서야 좀 새해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새해는 계획과 함께. 아 참, 빠뜨린 게 있는데 2009년에는 작년보다'는' 열심히 포스팅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더불어 다소공간에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새해 많이 받으세요. :-)

2009/01/05 01:09 2009/01/05 01:09
참여 : 표현의 자유 보호 캠페인: “표현의 자유가 눈내리는 동네” - capcold님


“표현의 자유가 눈내리는 동네”

캠페인을 제안합니다. 눈이 쌓이듯 표현이 쌓여가는, 우리들의 공간이 표현의 자유가 눈내리는 동네가 되었으면 하는 기원을 담는 것입니다. 자그마한 눈송이들이 쌓여서 산사태가 일어나듯,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작은 참여들이 모여서 언젠가는 무언가 큰 것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략)

!@#… 아, 물론 언론노조는 밥그릇 보장을 위해서 싸우고, 야당은 야당으로 힘을 과시하기 위해 싸우고, capcold같은 얼치기들은 그저 폼잡기 위해 편승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뭐, 상관 없습니다. 어딘가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공통분모 만큼만 지지하고 뜻을 같이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며 발언의 위축효과를 방지하고, 그 안에서 합리적 틀을 찾아나가며 담론도 그리고 결국 세상도 발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야말로 원론적인 전제만 공유한다면 충분합니다. 전문적 저널리즘이라면 방송의 공공성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나가서 항의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그것을 위해서, 온라인에서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면 또한 그것을 위해서 각자 동참할 이유가 되어줍니다. 물론 사이버모욕죄는 반대하지만 신방겸업은 찬성하는 좀 더 정밀한 입장들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종합 선물세트로 모든 것을 일괄 통과시키려고 하는 세력에는 최소한 반대해야 그 정밀한 입장도 충족할 수 있겠죠. 뭐 그러니까 이런 제안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여튼 여기까지 굳이 읽으셨다니, 이 사안에 관심이 좀 있으신 듯 하군요. 5분만 더 할애할 여력이 된다면, 지금 당장 스킨을 만집시다. 이거 하나 달아놓는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러분 자신들은 살짝 더 개념인의 방향으로 한 걸음쯤 다가설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 내용을 10군데에 뿌리면 더 훌륭한 사람. 메타사이트에 올리고 추천 눌러줘도 훌륭한 사람. 하지만 역시, 실제로 재미삼아서라도 눈내리는 배너를 달아보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


네엡! 조금 늦은 듯 하지만 이제라도 동참합니다!!!


캠페인 포스트를 본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사 참여하게 되었네요. 스킨에 간단히 스크립트만 추가하면 되는 거라 뭘 수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는데 말입니다.(복사, 붙여넣기에 10초면 끝!) 아무튼 저도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될 언론법 개정 저지를 지지합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을 넉넉잡아 80세로 볼 때, 약 1/3이 조금 넘는 세월을 살았는데, 요즘처럼 막막하긴 처음입니다. 물론 지난 세월이 마냥 살기 좋았던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늘 힘들다, 힘들다 앓는 소리 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저는 아직 철없는 아이였을테니 그저 삶의 무게가 와닿지 않았을 뿐이겠죠. 하지만 저보다 많이 산 어른들 역시 지금처럼 힘든 때가 없었다고 울먹이십니다. 어른이 되면 뉴스가 가장 재미있다더니, 그런 것은 다 거짓말이에요. 전 뉴스 보는 시간이 가장 고통스러워요. 착하게 살고 싶은데, 입에서는 욕지기가 튀어나오고, 인상이 찌푸려지니까요. 무어... 그게 내 일이 아닌 가상이라 생각한다면 뉴스 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지만요. 얼마나 다이나믹하고, 또 얼마나 우스운지......-_- 액션배우와 개그맨을 위협할 정도의 활극/쇼를 보여주시는 윗 분들이지 않습니까? -_- 그렇지만 저는 그런 뉴스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 입맛대로 수정하거나 그들 유리한대로 하라고 압박을 넣은 뉴스, 겉으로만 평안해보이는 프로그램들을 보고 싶은 것 또한 아닙니다. 그건 허울 뿐인 행복이겠죠.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바꿔나가고 싶은 거죠.

각설하고,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블로그 가득 내리는 눈송이가 가독성에 조금 방해될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양해해주세요. 팁이라면...... 마우스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눈발이 휘날리는 방향과 속도도 조금씩 차이나니까 글 읽기 좋은 방향으로 마우스를 올려놓으신 후 글을 읽으시면 조금 편할거예요.^^; 아무쪼록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저의 의지가 다소나마 의미가 있었으면 하고, 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거리로 나와서 투쟁중이신 분들... 지치지 않으셨으면 해요. 응원합니다.


추가) 2009/01/09 스킨을 변경하면서 눈송이 대신 배너로 대신합니다.
2008/12/29 23:42 2008/12/29 23:42
결국 GOTH 판금이 확정되었다네요. - 골방식객 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오츠 이치의 GOTH가 심의위원회인지. 간행물 윤리 위원회인지에 회부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게 이달 초였나? 보수적인 국내 출판계에서 이 책은 출간이 어렵겠다 생각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시일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국내에 출간되었고, 그래서 우리나라 출판계도 이제 문학(예술)의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구나, 싶어서 내심 놀라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었다. 그러나 역시나 국내 출판계의 검열 문턱은 높았다. -_-


내용이 내용이니 만큼 판단력이 떨어지는 독자를 위해 어느 정도의 제재조치는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기에 사후 심의가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19금이라면 몰라도 판금조치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수긍이 안 된다. 내용 보면 알겠지만 그건 살인마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 아니다. 내용상 당연히 살인자가 등장을 하지만 메시지 전달을 위한 도구라 생각했고, 잔인한 묘사가 많긴 했지만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기보다 결과물을 리얼하게 나열해놓은 것이라 느꼈다. 비현실적인 상황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난 GOTH를 현실을 무대로 한 판타지물로 해석했는데... 심의위원들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요즘 시대에 판금조치라니. (헐) 그렇게 따지면 차라리 살육에 이르는 병이 훨씬 잔인했고, ZOO의 seven rooms도 못지 않게 잔인했는데 그것들은 왜 19금 혹은 일반소설로 분류한 걸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이렇게 형평성이 없어서야. 라블루걸님 말씀대로 학산출판사라서 오히려 타겟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만화나 라이트 노벨을 중점적으로 취급하는 출판사이다보니 검열이 훨씬 까다롭고 빡빡했던 게 아닐까. 일종의 편견이 작용하여 동종의 작품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더 잔인하고 충격적이라고 느낀건 아닐까.


뭐가 어찌됐든 판결은 떨어졌고, 재심의 한다해도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손해, 상황이 나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니까 갑자기 번역본이 격하게 끌린다.-_- 원서를 가지고 있어서 번역본은 도서관에서 빌려봤을 뿐, 살 생각은 없었는데... 인간이란 청개구리 심리란 게 있어서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판금 조치 된다니까 왠지 더 사고 싶잖아. 아놔.


+ GOTH 판금사태 현 상황 정리를 보면 간행물 윤리 위원회의 답변에서 GOTH가 "자살·살인 행위를 미화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대체 책 어디에 그런식으로 미화하는 표현이 있다는 거지?? (진심 궁금;) 몇 군데 짐작이 가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미화'라니. 진짜 자살·살인의 미학을 나타낸 소설(혹은 예술작품) 보지도 못했나-_-;

++ GOTH의 최고 매력은 잔인한 묘사에서 오는 충격과 공포도 있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일 뿐, 입체적인 캐릭터와 서술트릭의 함정이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독 전자만 부각돼서 이런 조치가 내려지게 된 것이 무척 안타깝다.

+++ 검색해보니 주요 인터넷 서점에서도 "절판" 표시. 오오오, 이런 건 엄청 빠르네.; 그럼 이제 이 책은 장르 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레어템이 되는 건가? 훗 -_-;
2008/07/27 00:57 2008/07/27 00:57
따로 RSS구독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게 싫어서는 아니다. RSS가 뭔지 개념이 확실하게 박혀있지 않았던 시절, 글 작성자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았던 '다음 RSS넷'의 만행에 RSS구독기가 나쁜 것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땐 RSS구독기는 허락없이 남의 글 퍼다놓고 출처 표시 없이 자기 것인양 행세하는 스크랩 기계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세월이 조금 흐르고 RSS와 XML의 개념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RSS란 게 굉장히 편리하다는 걸 알았다. 블로그란 용어가 생소하던 시절, 자주 들락거리는 홈페이지에 새글이 올라올때마다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는데, 블로그가 생겨나면서 RSS는 딱 그 기능을 해주었던 것이다.(그래서 요즘은 따로 RSS를 설치(?)하는 홈페이지도 있더라) 구독기를 사용하면 RSS주소를 입력해놓고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나 홈페이지의 새글을 한꺼번에 체크할 수 있다는 게 무척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체크해두고 싶은 글은 따로 즐겨찾기 할 수도 있고(이글루스의 체크포스트 기능), 그 외 자잘한 서비스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연모'라든가 'Fish'라든가 '한RSS'라든가 이것저것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척 편했다. 새글이 올라오면 바로바로 알 수 있으니 덧글이나 트랙백 할 거리가 있으면 나도 바로바로 의견을 개진할 수가 있어서 메신저까지는 아니라도 그에 준하는 어떤 실시간 소통의 기분을 느꼈던 것도 같다. 문제는 '쌓였을 때'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 RSS구독기에 접속을 못 하거나 하면 자연히 새글이 쌓이게 마련인데, 등록해놓은 RSS가 많으면 많을수록 쌓이는 글의 양이나 속도가 엄청나다는 거다. 한 열흘 가까이 접속을 못했던 적이 있는데, 100개 가까이 쌓인 글을 보고 아연실색했던 적이 있다. 매일 고정적으로 올라오는 정보성 글을 제외한다손 치더라도 50여개는 되었다. 그걸 보고나니, 어서 읽어야겠다는 기쁜 마음보다는 '이거 언제 다 읽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읽지 않은 글()'은 보통 볼드처리가 되어있는데, 그게 압박으로 다가왔다. '어서 읽어줘, 어서 읽어줘!'라고 아우성 치는 것 같았다. 정기구독하는 잡지가 밀린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면 새 글을 읽는게 의무감이 되어버린다. 무슨 서류 처리하듯이 빠르게 읽어내려간다. 글 읽는게 별로 기쁘지가 않다.

몇 번 그런 일이 반복되고 나니 나중에는 편법을 사용하게 되더라. 모든 글을 읽은 상태로 전환해 버리는 것이다. 볼드가 노말로 처리되는 순간의 후련함이란. 하지만 그건 주렁주렁 달린 '읽지 않은 글()'에 대한 외면일 뿐, 오히려 더 찝찝해질 때도 있다. 그리고 한번 편법을 쓰기 시작하면 관성이 되어버리고 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느 때는 글이 꼬박꼬박 올라오지 않는 블로그는 고맙기 까지 했다. 찬찬히 돌아볼 여유를 주는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 구독기 삭제, 탈퇴해버렸다.

지금은 이글루스 블로그의 경우 '마이밸리'를, 외부 블로그는 고전적인 '즐겨찾기'를 이용중이다. '즐겨찾기'의 경우 새글이 올라올 때마다 때맞춰 체크할 수는 없지만, 마음의 여유는 되찾았다. '읽지 않은 글()'에 대한 압박감도 없고, 생각날 때 들어가서 그간 못 보던 글을 읽으면서 찬찬히 덧글을 달 수도 있다. 새글이 없으면 일부러 옛날글을 읽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의 즐겨찾기'에는 즐겨찾는 블로그 [1], [2], [3]이 있다. [1]에는 자주 왕래하는 블로그나 좋아하는 블로그를(그래서 [1]에는 마이밸리에 등록된 블로그도 다수 있다), [2]에는 [1]에 넣기 애매하거나 몰래 눈팅하는 블로그, [3]에는 정보성 글들이 올라오는 블로그나 팬 블로그이다. 이런 식으로 설정해놓고 [1]은 비교적 자주 체크하는 편이고 [2], [3]은 시간이 많거나 맘 내킬 때 순회하듯 돌아본다. 오랜만에 접속했는데 내가 못보던 새 글이 올라와 있으면 얼마나 반가운지. RSS구독기를 이용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기능적인 RSS구독기에 비해 조금 귀찮은 방법이지만, 아날로그의 참맛이 느껴져서 나는 이게 좋다. 물론 내가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내 블로그를 RSS구독하는 것까지 차단할 생각은 없다.


+ 특별히 체크해두고 싶은 포스트는 mar.gar.in을 이용하면 편하다.
2008/07/08 22:02 2008/07/08 22:02
더워지는 날씨에 연신 손부채질을 하다가도 문득 소름이 돋는다. 팔에 오소소 돋아나는 닭살을 삭삭 문지르며 다시 스크롤을 내리는 손이 조금씩 떨린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들이 글과 사진과 영상을 통해 나의 눈과 귀로 흘러들어온다. 마치 오래된 필름을 보는 것처럼 괴리감마저 느껴지는 그것들은 1980년의 광주의 모습도 아니고, 1987년의 6월 항쟁도 아닌 2008년 서울의 모습이었다.

지지난주에 신촌 사태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뒤집혀 있더라는 말이 생각 날 정도로 놀라운 일들이 밤 사이에 일어나있었다. 그때까지도 졸음을 떨쳐내지 못한 눈이 번쩍 떠질 정도로 충격적인 사진들, 영상들, 그리고 글들……. 관련 자료 찾아보고 사태 파악 하다보니 오전이 다 지나갔다. 메이저 언론 그 어디에서도 심도있게 다뤄주지 않았다. 그저 밤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고, 몇 명이 연행되었다고 형식적으로 보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돌기 시작했다.


무방비 상태임에도 폭력적으로 휘두르는 방패와 곤봉을 피해 도망가는 시민들,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쳐대는 학생들, 울부짖는 아이 엄마, 있는 힘껏 그들을 보호하려는 나이지긋한 중년의 아저씨, 엎어지고, 끌려가고, 짓밟히고, 구르고, 실신하고, 들쳐업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함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들과 "때리지 마세요!"라고 절규하는 어느 어린 여학생의 목소리.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아수라장, 아비규환이란 말은 이럴 때 쓰이는 사자성어라는 걸 가르쳐주는 듯한 현장 상황이 마치 영화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사과탄 어쩌구 하면서 최루 성분 든 것도 터뜨렸다니 말 다했지. 어린 시절 딱 한번 맡아본 최루탄의 매서운 냄새가 기억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살수를 뿌려대는 통에 전신에 타박상을 입은 남자분, 고막이 3분의 2이상 찢어졌다는 어느 시민, 심지어 안구에 이상이 생겨 반 실명 위기라는 어느 여학생의 이야기, 군화발에 짓밟히다 겨우 버스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여학생의 모습에서는 진심으로 살의를 느꼈다. 바지까지 벗겨져 속살이 다 보이는 채로 버스 밑으로 내던져진 남자 분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무사하신 걸까? 맛 좀 보라는 듯이 고의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살수를 뿌려대는 악랄함이라니... 그래놓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헛소리를 내뱉는 경찰관계자, 가만히 있는 시민의 얼굴에 다짜고짜 방패를 찍어대며 욕지꺼리를 내뱉고. 미니홈피에다 '이러면 너네도 똑같이 맞는다. 더 당한다'고 협박을 하고, 제발 방패로 때리지만 말라는 방명록 글에 '우리는 계속 때릴거다'라고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까지 써가며 이죽거리는 어린 전·의경. 과연 시간이 지나고 역사 앞에서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그 와중에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버럭 화부터 내며 "그 초는 누구 돈으로 샀고, 배후세력이 누구인지 보고하라!"는 그분. ...... 세상에!!! 정말로, 진짜로, 진심으로 뇌에 구멍 뚫린 거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저 발언, 어쩌면 그렇게 경박하고, 천박하고, 압박스러울 수 있는지 실로 어메이징한 저 발언, 전 모씨의 '29만원' 발언은 차라리 애교에 속하게 만드는 저 발언. 어이가 없다 못해 실소가 비실비실 새어나온다. 울 할매가 쓰는 허폐가 뒤집어진다는 말이 뭔지 피부로 느껴지는구나. 뭐, 굳이 궁금하다면 말해주마. 초는 집에 있던 거 가져갔고, 배후세력은 너다, 니가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잖아, 문디야!!! -_-+++


여기는 지방이고, 그런 이유로 아무래도 서울에 비해서는 사람도 적고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나야 뒤에서 머리수 채우는 정도로 밖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국민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 그에 대한 분노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미래가 없다. 지난 날의 역사에서 아무것도 못 배운채 또 다른 암흑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현 정부는 어째서 그 간단한 진리도 모르는가. 사태파악 하나 제대로 못 하는 현 정부에 쓴소리 내뱉으며 민심을 대변해 줄 측근이 없다는 게 슬프다. 울 아부지 말마따나 간신배들만 우글우글 한거야? 그런 거야? ㅠㅠ (상황이 이런데도 꿋꿋이 복당만을 소리 높여 외치는 그네공주(요즘은 아예 복당녀라고도 하더라만;) 때문에 머리가 어질...-_-; 한 때는 그나마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었건만, 구심점 없이 우왕좌왕 하고 있는 야당과 다를바가 뭐란 말인가.) 답답하다. 슬픈 5월, 아니 6월의 시작이다.
2008/06/03 00:37 2008/06/03 00:37
이상하게 어제 오늘 아니 좀 더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글도 자주 안 쓰는데 한 닷새 전부터 묘하게 방문자 수가 증가하더니, 검색어에 "이선미" 혹은 "경성애사"가 자주 걸리더란 말이지. 어차피 검색 로봇 다 막아놨고, 그럼에도 뚫고 들어오는 야후 빼고는 외부 방문자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그런 검색어가 걸려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일반적인 검색어이기도 하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이선미의 경성애사가 다시 인기를 끄나보다, 라고만 생각했다. 아니면 드라마 "경성 스캔들"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워낙 호평을 받았던 드라마라 최근 감독판 DVD도 출시됐고 하니 뒤늦게 원작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거나.

월요일이었나, 어느 커뮤니티에서 표절 어쩌구 하면서 이선미, 경성애사 등등의 단어들이 오가는 걸 보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클릭해서 찬찬히 볼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봐야겠다 생각만 하고 컴퓨터를 껐고 그 뒤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제보니 기사가 하나 났다.

'커피프린스1호점' 이선미, '태백산맥' 표절 파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 카피 앤 페이스트 수준이잖아. 절대 논란 정도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짧다면 짧은 분량이라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생각해보면 1999년에 쓴 소설이고, 2001년에 책으로 냈으니 아직 저작권에 대해서 개념이 많이 부족했던 때였긴 하다. 이 정도는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래도 그렇지, 이거 올해 드라마화니 뭐니 해서 재판되어 나온 책이고(그래서 나도 읽을 수 있었지;), 재판 하면서 작가는 물론 편집부에서도 제법 신경을 썼을 건데, 그걸 아무런 수정도 없이 덜컥 그냥 내 버리다니. 대범하다고 해야할 지, 어리석다고 해야할 지. 이선미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본인이 쓴 것이니, 본인이 가장 잘 알텐데 어째서 책을 재발행 하는 과정에서 잠자코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저작권 개념이 부족하거나, 독자들의 눈썰미를 무시한 걸로 밖에 안 보인다. 설마 너무 예전에 쓴 거라 자신이 그 문장을 그대로 옮겨썼다는 걸 까먹기라도 한 거? (이게 더 무섭다;;;)

하긴 나도 태백산맥과 경성애사 둘 다 읽었지만 전혀 모르고 있었다. 태백산맥을 읽은 지가 어언 10년이 다 돼 가니 전체적인 줄거리랑 인물만 기억에 남지 누가 문장을 세세하게 기억할까. 저 표절 구문을 잡아낸 사람도 경성애사를 읽고 태백산맥을 다시 읽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거다. 그렇더라도 편집부는 사정이 다르지 않나?; 내가 알기로 출판사에서는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으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표절인지 아닌지 살펴보는 걸로 안다. 작가와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하긴 이 사건 같은 경우 작가가 말 안 하면 모를 수도 있겠네;) 내용 검토를 한 뒤에 편집, 교정, 교열을 거쳐 책을 출판하는 걸로 아는데, 아마도 새로 재발행을 하면서 그런 절차는 거의 생략한 게 아닌가 싶다. 어차피 예전에 한번 냈던 책이고 그 때 문제없이 잘 팔렸던 책이니, 새로 재판한다는 명목하에 표지 바꾸고 쪽수 좀 늘이고 가격 조정만 해서 내면 된다고 여겼던 게 아닐까.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출판사에 일임했을테고, 출판사는 그저 인쇄와 제본에만 신경쓰면 된다고 판단?! 실제로 그랬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이번 사건은 출판사, 작가 모두 책임을 피하지 못할 걸로 보인다.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진 않았어도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이런 일이 터지니 안타깝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하여간 기분이 좀 많이 안 좋다. 아니 정확히는 배신감이 든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내가 "경성애사"를 읽으면서 플롯이나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후한 점수를 준 이유는 나름대로 시대를 진중하게 담아냈기 때문이고, 문장도 로맨스 소설 치고 가볍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비록 일부분에 불과할지라도 표절에 의한 거라니 마음이 한없이 씁쓸해진다. 에휴휴.

'태백산맥' 표절 '경성애사' 전량 폐기

일단 일차적으로는 폐기하는 게 맞지만, 과연 이걸로 문제가 해결될까? 이런 일 터지고 나면 해당 작가 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작가들도 피해를 입는다. 안 그래도 쉽게 무시당하는 '로맨스 소설가'들은 이번 일로 알게 모르게 "너네들이 그렇지~"하는 소리를 들을테고, 이제야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아가는 '로맨스 소설계'에도 불똥이 튈 것은 자명한 일. 이른바 저작료로 먹고 사는 작가가 표절을 했으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ㅠ_ㅠ 앞으로 이선미 작가의 행보와 출판사의 대처, 조정래 작가의 대응, 출판계의 처분 등 귀추가 주목된다.


덧,

- 노파심일지도 모르지만 "모던걸의 귀향"도 표절한 걸까봐 무섭다. ㅜㅜ 이선미의 책은 올 봄에 "경성애사"와 "모던걸의 귀향" 딱 두 작품 읽어봤는데, "경성애사"는 몰라도 "모던걸의 귀향"은 정말 좋아한단 말이다. 개화기 농촌소설 같은 정겨움에 달달한 로맨스가 어우러져서 읽고 나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 책이라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순수 창작 소설이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과연 그럴지... 설령 순수 창작이라 하더라도 이미 표절 작가 딱지가 붙은 작가의 작품이라 예전 만큼의 애정은 안 갈 듯 하다.

- "경성애사" 표절 사건 때문에 드라마 "경성 스캔들"까지 욕 먹지는 말아야 할 텐데... 드라마와 소설은 인물이나 기본 틀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작품이었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가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방영 당시에 즐겁게 봤었는데 이 일로 괜히 동일선 상에서 욕 먹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그렇다. 휴.

- 이리저리 돌아다녀보니, 이 표절 문제 예전부터 암묵적으로 말이 좀 나돌았던 모양. 그런데 이슈화되지 않고 묻히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이선미 작가가 "커피 프린스 1호점"과 "경성 스캔들"의 원작자로 이름을 날리면서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오르고, 더하여 뉴스가 터지면서 공론화 된 듯하다. 정말로 업계에 이런 일 비일비재한 거냐? ㅠ_ㅠ

- 더 돌아다녀보니 몇 군데에서는 아직도 조용조용 넘어가자며 덮어두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네. 헐. 정말 그게 작가를 위한 길이고, 업계를 위한 길이고, 자신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답답하다.
2007/12/27 08:29 2007/12/27 08:29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만큼 날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싫어한다는 건 참 슬프고도 두려운 일이다. …모르고 그러는 건지, 알고도 일부러 그러는 건지, 나는 요즘 미지의 누군가에게 약간의 속상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마치 짝사랑을 할 때처럼.

나는 짝사랑이 싫다.
그것은 과거형일 땐 아련한 기억이지만, 진행형일 땐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성을 갉아먹고, 사고를 마비시키며, 감정을 폭발시키고 ,충동을 일으킨다. 제어가 안 되는 내가 싫다. 답답함에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셔보지만, 갑자기 내리는 비가 날 더 우울하게 만든다. 슬프다.
2007/07/03 05:07 2007/07/03 05:07
[이슈] '만원은 기본' 한국 책값, 왜 비쌀까?


위의 기사를 보고…


책값 상승을 단순히 출판사의 상술과 20대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한 취향 탓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출판사에서 상술을 부리게 된 원인과 그 출판사들이 20대 여성 독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책을 내게 된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계 상술은 어느 시대건 조금씩은 있어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그 비율이 현저히 높아져서 전체적으로 확대가 된 것인데, 그 최대 원인은 아마 '독자의 부재'에 있을 것이다. 출판되는 도서는 점점 많아지는데, 반대로 그걸 사 보는 독자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러다보니 꼼수를 쓰게 되는 거다. 글의 행간을 넓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분권을 하여 어떻게든 단가를 높여서 한번 팔 때 좀 더 큰 이익을 얻으려는 거다. 양장본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도 홍보가 받쳐주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제목 하나 알리기도 어려운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비싸긴 해도 예쁘장한 디자인과 두껍고 고급스러운 (한마디로 뽀대나는) 양장본으로 무장하여 조금이라도 소비자에게 어필하려하는 것이다. 그것이 20대 여성 독자들의 취향에 맞아들어가 그들의 책 구매율이 높아진 거고.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상술이 상술을 부추기고, 조금이라도 구매력을 보이는 20대 여성 독자를 타겟으로 한 하드커버의 비싼 책이 대세를 이루는 거다. 그러니 제발 이런 상황에서 '이게 다 된.장.녀 때문이다'라는 저속한 말 좀 하지말자. 지겨워 죽겠다.-_-; 덧붙여 위의 기사 중 외국의 책값과 우리나라의 책값을 비교 해놓은 게 있는데, 현재 '원화(\) 초강세'인 시점에서 그런식으로 단순 비교하면 당연히 우리나라 책값이 훨씬 비싸게 느껴질 수 밖에. 게다가 제품의 질을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책의 종이질은 정말 좋다. 비쌀만하다는 거다. 그게 도가 심해져서 상술로 이어진 게 문제인 거지만;. 그리고 위에서 모 외국서적의 아마존 가격과 우리나라 번역서의 정가를 비교한 것도 어불성설. 비교를 하려면 같은 온라인 가격으로 해야지 왜 할인가와 정가를 비교하는지...-_-;;; 꼭 '우리나라 책값 비싸다'고 주장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 같잖아!!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책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말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책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유통과 시장의 문제'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서점에서 주로 소비되던 책은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으로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갔고, 어느 순간 무게 중심이 온라인 쪽으로 확 기울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에서는 유통과 전시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독자가 부담할 책값을 할인해주는데, 그게 적게는 5%에서 많게는 40%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금액이라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돈이 적게드는 온라인 서점을 주로 애용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두개에 불과한 온라인 서점이 2000년대에 들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그들 사이에도 경쟁이 시작되었는데, 더 많은 할인율과 적립금, 쿠폰, 이벤트 등으로 독자를 유혹했다. 이에 죽어나는 것은 오프라인 서점들이고, 특히 동네 서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아 지금은 학교 근처나 시내 중심가가 아니면 좀처럼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 정부에서는 뒤늦게야 대책 마련을 한답시고 2002년 관련 법률 제정, 2003년 2월 27일부터 '도서정가제'를 실시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동네 서점들이 문을 닫는데에 더 큰 일조를 한 셈이 되어버렸다. 이유는 법률 자체에 모순이 있는데다 후속조치가 미흡했기 때문.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려면 말 그대로 온·오프라인 전체에서 모든 도서에 한해 정가제를 실시했어야 하는데, 처음 법 시행 당시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도서에 한해서는 10%에 한해서 할인이 가능하다고 명시해서 '도서정가제'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졌다. 게다가 출간한지 1년이 지난 도서의 할인율은 출판사와 유통회사의 자율에 맡긴다고 하였으며 그 외 마일리지 및 이벤트나 사은품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어 '도서정가제'는 결국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책이었을 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5년간의 한시법이라 그마저도 2008년이면 폐지된다고 한다;) 이러니 온라인에서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할인율과 높은 마일리지 적립이라는 편법으로 여전히 독자를 유혹했고, 이에 힘없는 영세 서점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점. 온라인 서점의 강세가 책값 상승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상관이 아주 많다. 위에서도 말했 듯 할인율 외에 마일리지나 이벤트는 출판사와 유통회사들의 합의 하에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판매를 위한 과도한 마일리지 적립과 이벤트는 사실 제살깎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실상 출판사 자체에 돌아오는 이득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가끔은 적자가 나기도 해서 한마디로 시장 아줌마들이 자주 말씀하시는 '밑지고 파는 장사'가 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출판사는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려고 책값을 부풀리는 거고, 이렇게 거품이 깃든 가격이 정가가 되면서 할인이 없는 오프라인 시장에서 보면 "우와, 책값 진짜 비싸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책값을 올리지 말고 마일리지 적립이나 이벤트를 안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시장의 논리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프라인과 경쟁하는 온라인 서점에서 더 높은 마일리지 적립과 이벤트는 굉장히 중요하고 또 유효한 홍보수단이자 판매수단. 조금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면 그것대로 비싸서 불만이고, 온라인에서 사면 싼 대신 거품가격을 매긴 출판계에 불신을 가지게 되어, 결국에는 책 소비가 줄고, 그러다보니 또 할인 및 마일리지 적립과 이벤트로 유혹, 또 다시 거품가격.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마치 온라인 서점 때문에 책값이 높아졌다고 비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건 아니고… 나도 소비자이고 거의 모든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를 하는 입장에서 그들을 비난한다기 보다는 애초에 정책적으로 바로잡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구구절절 글을 쓴 거다. 그나마 제대로 시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어영부영 허술하게 넘어가서 지금에 이르렀으니, 지금이라도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노력해갔으면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라 서글프기도 하고. 사실 지금의 상황에서 온라인에서도 무턱대고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면 반발이 아주 클 것이다. 앞으로 나올 책이야 거품가격이 빠지면 상관이 없겠지만 요 몇년 가격이 미친듯이 치솟은 책들을 사보려는 소비자는 졸지에 비싼 가격 그대로 사봐야하니까.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이다. 음... 그냥 번뜩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1년여의 거치(?)기간을 두고, 1년이 지나고 나면 진정한 의미의 도서정가제와 더불어 할인제를 실시하는 거다. 예를 들어 2008년 7월부터 그 이전에 나온 책들은 온·오프라인 모두 20%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그 이후에 나오는 책들은 거품을 뺀 가격일테니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는 거지. 여기서 오프라인은 최고 3%, 온라인은 최고 10~15%의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케 하면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타협이 될텐데... 그 정도라면 오프라인 시장이 죽을 일도 없고 독자가 출판계를 불신하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테고. (물론 여기서도 내가 생각 못하는 문제점이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으로서는 이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난 지금으로서도 책값에 큰 불만은 없다. 절대적으로야 '책값 너무 비싸졌어!-_-'하는 생각이 들지만 상대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가파른 물가상승률에 책값이라고 안 오를 수 없는 것이고, 온라인에서 사면 마일리지까지 합쳐서 최소 20%에서 최대 40%정도는 싸게 살 수 있으니 그럭저럭 실속은 차릴 수 있으니까. 그리고 책은 비싸다고 생각하면 비싸보이는 거고, 싸다고 생각하면 싸게 보이는 법이다. 물론 그 속에서 얻는 가치가 절대 기준이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책값이 비싸서 책 못사보겠어요, 하고 투덜댈 정도는 아니란 말. 여기서 더 심화된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내 독서생활을 유지할 형편은 된다. 그러나 책값 상승이 온·오프라인 서점의 균형이 무너뜨린다면 그것은 싫다. 그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독서인구 감소와 출판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나의 로망이 점점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니까. 온라인 서점을 주로 이용하는 주제에 오프라인 걱정은 왜 해? 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겠다. "돈 문제만 아니라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서점이 백배 천배 낫다구요. 지금만큼 불균형이 심화되지 않았을 땐 온라인에서 좀 싸게 팔아도 일부러 발품 팔아 서점가서 책 사서 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했는데.. 책을 직접 들춰보고, 만져보고, 직접 돈계산을 하고 나와서 펼쳐보는 책의 느낌이 얼마나 좋은데... 서점의 책 냄새가 얼마나 좋은데...그걸 아니까 이런 거예요." 라고.


요약하자면 이런거다.

· 전반적으로 독서인구가 감소해서 책 시장 불황 ↓
· 어설픈 도서정가제로 오프라인 서점 약세와 함께 1차적으로 책값 상승 ↓
· 독자를 끌기 위해 과도한 할인경쟁에 불 붙은 온라인 서점과 출판사 ↓
· 그로 인한 적자를 매꾸기 위해 상술(하드커버, 분권 등등…)을 부려 또 한번 책값 상승 도모 ↓
· 소비자의 출판계 불신 ↓
· 독서인구 더욱 감소.

어차피 각종 매체의 발달은 독서율의 감소와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 그것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상호보완, 독서율을 같이 높이는 게 관건이지 독서율이 줄어든다고 그런 세태를 비판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지금 해야할 일은 적당한 가격에 얼마나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느냐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도서정가제'의 확립이 시급하며 온·오프라인의 균형적인 발달과 출판계의 거품가격 제거 운동도 필수. 더 늦기전에 이 문제에 대해 현명한 개선안이 나오면 좋겠다. 거기 국회에 높은신 분들... 독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면서요, 대책 좀 내놔봐요 좀...ㅠ_ㅠ (그리고 이 참에 절판도서에 관한 법률도 좀 어떻게 안 되나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책이 너무 많아요. 외국은 안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절판율이 높으니 이에 관한 대책도 곁다리로 좀 만들어주세요, 네? 특히 만화쪽! 제 9의 예술이라는 만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죽어가고 있다구요. 1년 지나면 절판이 아주 자연스럽다니까요.-_- 그러니 자, 청보법이니 뭐니 해서 만화 죽이려하던 때를 잊으시고, 이제부터 발전 좀 시켜봅시다. 지원 좀 해주셔요오오오~ ;ㅁ;)



덧 1, 늘 이 문제로 한번쯤 글을 써야지 했는데, 마침 오늘 저 기사가 눈에 띄어 장문의 글을 남긴다. 다 쓰고 보니 무슨 말인지 나조차도 횡설수설. -_-; 초기 논술 세대였기에 망정이지 요즘처럼 필수였으면 난 대학 포기했을지도.(그게 아니라도 내신땜에 반은 포기상태였을걸?;)

덧 2, 사실 출판계 쪽과 관련해서 쓰고 싶은 글이 참 많다. 번역서에 관한 문제라든지, 편집자의 나아갈 방향이라든지, 우리나라에는 찾아보기 극히 드문 문고판 책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이용률 낮은 도서관 이야기라든지... 출판계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관심이 깊어지니 할 말도 많아지는 건 당연하겠지만 가끔 안 좋은 점이 더 크게 눈에 보여 씁쓸하기도 하다.

2007/07/03 03:29 2007/07/03 03:29
설 이후로 산 서적과 만화책이 중고품을 포함하여 100권이 훌쩍 넘는다. 주루룩 쌓아보았더니 천장까지 닿는다. 내가 한 짓이긴 하지만 '미쳤다!'는 생각이 들고, 약간의 자괴감이 들었다. 스트레스 받으면 쇼핑으로 해결하던 버릇은 예전에 아빠한테 불려가서 눈물나게 혼난 다음에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몇 년 지나니까 다시금 부활하는지 요즘은 오히려 더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전엔 책이며, 옷, 문구용품, 신발, 화장품, 악세사리 등 다소 포괄적인 쇼핑을 했던 반면에, 요즘은 오직 한가지다. 책! 음반도 사기는 하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책에 투자하느라 조금 소홀한 상태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거나 사는 걸 유독 좋아하긴 했지만 요즘은 조금 병적이기까지 하다. 전쟁 같은 쇼핑에 전쟁 같은 책읽기 중이다. 정말로 전투적으로 책 쇼핑을 하고 읽어댄다.

100권 중에 40% 정도는 만화책이다. 보고싶던 [팜 시리즈]셋트(1~27권)를 샀고, [불의 검] 애장판(전 6권)을 샀다. 중고서점에서 강경옥 단편집 3권과 문흥미의 [This](전 3권)와 초기 단편집 3권을 샀다. 옥션에 들락거리다가 또 몇 가지의 만화책을 샀고, 이번에 창간한 [팝툰 1호]와 드디어 나온 코믹 무크지 2호 [EROTIC]을 샀다. 그 밖에 신간 만화책을 몇 권 샀는데, 이것만 쌓아봐도 벌써 내 허리춤까지 닿을랑 말랑 한다.(나 키 작다.-_-)

일반 서적 중에는 너무 비싸서(4만원 넘는다;) 계속 미뤄두었던 [젠틀 매드니스]를 샀고, [고래],[브레이브 스토리],[살라미스 해전],[전염병의 문화사],[카르데니오 납치 사건],[여성 철학자] 등 수십 권을 샀다. 개중에는 절판돼서 구할 수 없던 책들도 여럿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쁜 것은 역시 [신비소설 무] 14권을 구했다는 것이다. 14권은 출간된 당시에 대여점에서 빌려 읽었기 때문에 별로 급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나중에 사야지,하고 미뤄두었다가 절판이라는 복병에 뒷통수 맞은 책이다. 안 그래도 작가가 2년 이상 뒷권을 내지 않아서 짜증나는데, 하필 맨 마지막 권을 구할 수가 없다니. 게다가 14권은 무척 재밌었단 말이다. ㅠ_ㅠ 중고 서점 뒤져봐도 다들 셋트로만 팔고 14권 낱권으로는 팔지 않는단다. 오프라인 서점을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얼마전에 웬 마음씨 좋은 중고서점 주인이 낱권도 팔겠다고 하셔서 중고지만 좀 비싼 값 치르고 샀다. 그래도 상태가 나쁘지 않아 책 받아들고 얼씨구나, 덩더쿵 춤을 추었더랬다. (이 밖에 절판된 책 중에 [노란 소파]와 [모던 걸의 귀향]도 구했다.) 음, 또 동서문화사의 [ANNE] 10권 셋트와 북폴리오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셜록키언을 위한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개정판을 구입했고, 몇 권의 일본 원서와 잡지, 영문 서적을 샀다.

미친듯이 산 만큼 또 미친듯이 읽고 있는 요즘이다. 읽지도 않을 걸 단지 갖고 싶어서 책 사는, 그런 바보같은 짓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읽고, 즐기면서 리뷰 쓰고 있다. 물론 아직 올리지 않은 리뷰가 수두룩 하지만... 덕분에 TV보는 시간은 '거침없이 하이킥' 할 때 뿐. 거의 매일매일 택배를 받느라 집에 상자만 십여 개가 넘게 쌓여서 며칠 전에 폐지 묶어 낼 때 아빠가 살짝 화내셨다. '이건 다 어디서 나는데 이렇게 많은 거야?'라고. 나는 괜히 딴짓 하면서 모른 척 했다. 그렇지만 범인은 나라는 걸 아빠는 알고 계실 거다. 상자에 인터넷 서점 이름이 떡하니 씌어져 있는 걸.

최근 이렇게 많이 지른데에는 적립금 탓(?)이 크다.(비겁한 변명입니닷!) 인터넷 서점 계정에 10만원이 넘게 쌓인 걸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자꾸 '질러, 질러버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지르겠어? 어차피 쓸 거, 지금 질러!'하는 유혹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안돼. 정말로 필요한 거 있을 때 쓰게 놔 둬!'하는 다른 속삭임도 들려왔지만 그때마다 '야, 어차피 이 적립금 책 살 때 쓰려는 거잖아. 언제 절판될 지도 모르는데, 빨리 사둬. 아니면 또 뒷통수 맞을 걸?'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 다음은... '절판'이란 글자가 bold처리 되더니, 순간 완전 눈 뒤집혀서 홀라당 다 써버렸지 뭐. 각 인터넷 서점에 있는 적립금 다 모아보니 거의 15만원 가량 됐는데, 그거 다 쓰고도 또 몇 만원 쌓일 정도로 책을 샀으니 어느 만큼인지 알만하지..; 그러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정말 지름신은 못 당하겠더라. 찰나의 빈틈을 파고 들더니 어느 순간 나의 의식을 장악하고는 깔깔깔, 웃으며 카드 명세서를 남기고 사라졌다. 언제 또 오실지 무서워 죽겠어. ㅠ_ㅠ

오늘 저녁 늦게 방 안에 너저분하게 쌓아져 있는 책들을 정리했는데, 7시부터 지금까지 했다. 그래도 다 못해서 '에라이, 다 때려쳐!'하고 다 내버려두고 블로그에 들어와 이런 글이나 끄적대고 있다. 휙 둘러보니 방안에는 아직도 바닥 장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책이 여러군데 쌓여져 있고, 어서 날 정리해줘,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요즘 C일보에 연재 중인 김영하의 [퀴즈쇼] 22회분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전략) 그가 책을 싣고 떠나자 집이 정말로 훵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있을 때는 그저 짐이라고만 생각했던 책들이 막상 모두 사라져버리자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 집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저 책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떤 책들은 나보다 더 오래 이 집에 살았을 것이다. 아마 내 엄마가 태어나는 것도 지켜봤겠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엄마가 들춰봤을 책들이고 그렇다면 그것은 그들 영혼의 그림자였을 것이다. 우리는 책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책이 우리를 보는 건지도 몰라. 책이 인간을 숙주로 삼아 잠시 머물다가 다른 숙주를 찾아 떠나는 것일지도. 텅 빈 책꽂이를 보자 이 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다들 편히 가세요. 저도 이제 여기를 떠나야 합니다. 나는 먼지 쌓인 텅 빈 책꽂이를 바라보며 냉장고에 남은 마지막 맥주를 마셨다. (후략)


보다가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보고 있다니. 지금의 내 상황에 너무나도 잘 맞는 말이지 않은가. 어쩌면 이대로는 책에게 잡혀먹힐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내가 책 속의 내용을 집어 삼켜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잡아먹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히, 부단히 읽는 수 밖에 없다. 사 놓고 그냥 내버려둔다면 정말로 책에게 둘러쌓여 잠식당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요즘은 여느 때 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는다. 앞 뒤 꽉 막혀서 아무데도 갈 곳 없는 지금 내 상황에 한가롭게 책 읽는 거 정말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옛 성현의 말씀에 책 속에 길이 있다니까... 또 언제 어떻게 날 구원해줄 지 모르기 때문에 난 언제나처럼 활자에 파묻힌다.

외국의 한 방송인이 그랬다.

"정말 깊은 절망에 빠졌던 때가 있었어요. 그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정말 책만 봤어요.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고...그러다가 기회가 와서 그 기회를 잡았어요. 그리고 열심히 했어요. 근데, 뭔가 달랐어요. 책 속에서 얻은 수많은 경험들이 내가 하는 일의 밑바탕이 되어 날 예전보다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특히나 말로 벌어먹고 사는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어요. 정말 책 속에 길이 있었어요."

이 비슷한 내용이었는데...아마 오프라 윈프리였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
내게도 언젠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면서, 난 오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책 읽기'에 열중한다. (물론, 지금 하는 일도 열심히!!! 아자,아자, 파이팅!)
2007/03/17 01:37 2007/03/17 01:37
연초부터 경악할 만한 사건들과 안타깝고 비통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통에 이제는 웬만한 사건에는 놀라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죽음과 관련된 소식은 면역이 안 되는가보다. 유니의 자살 소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접하게 된 '정다빈 자살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귀여운 마스크와 성실해 뵈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꽤 인지도가 높았고, [논스톱]이나 [옥탑방 고양이]에서 보여준 그 이미지가 좋아서, 내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많이 가는 배우였다. [그 여름의 태풍]과 [사랑안해] 뮤직 비디오 이후 활동이 뜸해서 언제 나오려나, 싶었는데... 뜬금없는 자살소식에 어안이 벙벙했고, 그 다음에는 마음이 착잡했고 슬펐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힘들게 한 것일까?

내 개인적으로 작년 한 해, 지인의 부고를 여러번 접했다.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고, 그저 얼굴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나중에야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었는데, 사인의 대부분이 자살이어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연예계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제는 놀라움 보다는 무서움이 더 많이 느껴진다.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인간 세상에 '자살 바이러스'를 뿌려놓고 '어느 놈이 걸려들까?'하며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언제고 인간이 외롭거나 힘들 때, 혹은 약해질 때를 틈타 몸속에 침투해서 효력을 발휘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끔찍하다. 상투적인 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2007/02/10 23:53 2007/02/10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