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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우주인으로부터 받은 택배 상자 두 개. 그 안에는 이런 만화책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아들내미 기저귀 상자라니 참 크기도 하더구나. 요즘 영어 수업 듣는데, 수업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택배아저씨가 전화와서 집에 있느냐고 묻길래, 그냥 집앞에 두고 가라고 했더니 분실되면 책임 안 진다고 막 겁줬다. (그래서 바로 엄마한테 전화해서 점심시간에 집에 가면 집 앞에 택배와있으니 좀 들여놓으라고 부탁했음 : 원래는 엄마 몰래 들여놓기가 목표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업 끝나고 집에 가서 엄마 퇴근하기 전에 내용물 정리하느라 바빠죽는 줄 알았다네. 우하하하하.(안 그래도 넘치는 책장에 막 쑤셔넣느라 어디에 뭐가 들어가있는지 모르겠다.ㅠㅠ) 그 와중에 저 위에 보이는 <답신>을 보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ㅠ_ㅠ 우주인아~우주인아~ 너 이 책도 샀었니? 난 저 책 연재중일 때 보고 안 샀는데, 사려고 보니까 또 절판이더라능. 저게 얼마나 레어템인 줄 아느냐~~~ ㅠㅠ 내가 사려고~사려고~ 애 쓸 땐 코빼기도 안 보였던 책인데, 저렇게 멀쩡한 (거의) 새책으로 내 손에 들어올 줄이야... 역시 인연은 만나게 돼 있는 법이여~ 아이 좋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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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4 23:48 2010/03/14 23:48
백귀야행 / 이마 이치코 / 시공사

며칠 전에 동생 부탁으로 유럽여행에 관한 가이드북을 한 권 사면서 덤으로 얹어서 백귀야행 17권도 샀다.  내가 그동안 무심한 사이에 백귀야행은 18권까지 나와있었지만, 최근의 백귀야행에 흥미를 잃은 탓인지 크게 땡기진 않아서 그냥 17권만 샀다.(집에는 16권까지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읽을랬더니 16권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백귀야행이 기본적으로 1회 완결 옴니버스식 만화긴 하지만, 가끔 이전 에피소드가 다음 이야기에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앞 내용을 알아두는 게 좋다. 그래서 16권을 꺼내서 다시 읽었다. 그런데......-_- 16권도 읽은 기억이 없어! 뭐지? 그래서 15권도 꺼내왔다. 헐...15권도 기억이 희미해.-_- 과연 내가 무관심하긴 했구나. 이렇게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야. 결국 1권부터 다 꺼내와서 어디부터 기억이 나나 살폈더니, 14권까지는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결국 15권부터 정독했다는 이야기. 사실 10권 넘어가면서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긴 것 같고, 뭔가 매너리즘이 느껴진달까, 의무감에 그리는 것 같아 흥미를 좀 많이 잃었었다. 옴니버스 식이라도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진전이 너무 없어서(예를 들어 리쓰와 즈카사와의 관계?) 고인 물 같았다. 그래서 15권부터는 사기는 하는데 제대로 안 읽고 던져둔 것 같다.

아무튼 오랜만에 백귀야행 읽으니까 아이공~ 재미있어라. 전체적으로 크게 진전 안 되고 있는 건 여전한데, 간만에 느끼는 이마 이치코의 향취가 정겹다고나 할까. 은근히 정신없는 그림체랑 말풍선도 좋고, 오지로와 오구로의 주인님을 위한 애정어린 행각도 귀엽지만 짜증나긴 마찬가지고(ㅋㅋㅋㅋㅋ), 갈수록 띨빵해지는(?) 아오아라시도 무진장 마음에 든다. 으하하하. 특히 17권의 두 번째 에피소드 <미혹의 벚꽃>은 단연 수작입니다. 멋지게 즈카사를 구하려고 했던 리쓰의 시도가 허무하게 끝난 거랑 요괴 주제에 다른 요괴한테 멍청하게 속아서 자기가 지켜야 할 리쓰를 구하지 못하고 울부짖는 아오아라시의 절규(...)는 압권이었다. 아 진짜 나 그 부분 읽다가 빵 터져서 배에 근육 잡히도록 웃었네. 아버지의 모습을 한 아오아라시의 헐랭한 모습이 제일 좋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18권도 같이 살 걸 그랬다. 읽고 싶어 죽갔네. .....................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해봤더니, 18권에 엄청난 전개가 기다리고 있더라능. 나 말고도 내용 진전 없다고 불퉁거리는 독자들이 많았나?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진도를 빼는 거지? 누군가는 당장 19권에 완결나도 손색 없을 거라고까지 해서 긴장했다. ㅠ_ㅠ 아니 뭐 최근에 좀 질려서 그렇지 나는 백귀야행 계속 했으면 좋겠는데... 이제 15년째인데 이왕 10년 넘은 김에 20년도 채워 봐요~ 네? 갑자기 이렇게 갑자기 쑥쑥 나가주시면 슬퍼요오. ㅠ_ㅠ 흑

아무튼 감상을 세마디로 정리해보자면,
17권 재미있었다. 내일 18권 사러 가야겠다. 빨랑 19권 나오면 좋겠다. <끝>


+ 문득 시공사판 <백귀야행>의 외래어 표기법 적용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律(りつ)리츠는 '리쓰'로 표기했는데, 司(つかさ)츠카사는 '쓰카사'가 아니고 왜 '즈카사'라고 표기했는가? (하다 못해 '쯔카사'나 '츠카사'라고 표기했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보겠는데, 왜 '즈'카사라고 탁음을 붙였느냐 말이지;;;;이건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 그리고 蝸牛( かぎゅう)카규는 '가규'라고 표기했는데, 開(かい)카이는 왜 '가이'가 아니고 그대로 '카이'인지? 이것 말고도 찾아보면 더 많을 것 같지만, 아무튼 이거 표기법에 너무 일관성이 없는 거 아냐? -_-+ 뭐,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밀고나가는 일관성은 있는 건가?.;;;
2010/03/06 20:33 2010/03/06 20:33


폐쇄자(앞, 뒤) / 유시진 / 서울문화사

이거 몇 년 전에도 쓴 거 같은데...; 세상에! 아직까지 이 만화의 끝을 못 봤다.-_- <나인> 연재 시절에 잡지 사면서 보다가 중간에 끊어서 결국 완결을 못 봤다. 단행본 나올 즈음엔 연애하고 노느라 바빠서 만화는 안중에도 없었음. 그래서 그 시기에 나온 단행본은 가지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매우 슬픈 전설이 있다. 아무튼 이 책은 독자들 사이에서도 평이 무척 좋아서 대여점용 아니면 중고시장에 풀리지도 않는 매우 레어템.(베이지톤삼색체크 만하겠냐만!orz) 하긴 유시진은 팬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만화가에 속해서 사실 소장용이 중고시장에 풀릴 일이 좀 없긴 하다. 내 경우 초반에만 해도 유시진을 아주 좋아한 편도 아니었고, 연재 만화는 전부 내가 사던 잡지로 보던 터라 특별히 단행본을 사지 않았는데, 시간 지날수록 좋아진 케이스여서 요즘도 가끔 땅을 치고 후회하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거나 애정이 떨어지는 만화&만화가가 있는가 하면 이처럼 별로 라고 생각했던 만화 혹은 만화가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유시진은 확실히 후자다. 좀 아이러니 한 건 내 친구중에 초창기부터 유시진을 엄청 좋아하던 애가 있었는데(정말 광적이었음), 그 애는 유시진이 만화에 투영하는 '자아'가 이제 슬슬 지겹다고 했다. 흐음, 물론 난 아직 유시진이 좋고,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아이가 뭘 말하려는지는 알 것도 같다. 아무튼 끝을 못 봐서 무지하게 보고싶은 만화.

이걸 봐야 <목걸이 장인>에 나오는 만화를 다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흑)




세상에서 제일 미워!(1~13) / 히다카 반리 / 학산문화사

이건 봤지만, 또 보고 싶은 만화. 대학 때 은근히 재미있게 봤던 만화다. 내용이며 주인공 이름이며 하나도 기억 안나고 단지 남자주인공이 미용사였단 것만 기억난다.-_-; 더불어 여주인공의 친구 이름이 '센코'라는 것도.(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예전에 마츠모토 토모의 '키스'팬페이지 운영자님의 닉네임이 센코여서 잊을 수 없음) 오랜시간 절판이어서 못 구했는데, 오늘 검색하다 보니 언제 복간되어 나왔네? 가격은 좀 올랐지만. 사보고싶다. 손이 근질근질하다. 마침 적립금도 있고 한데 (한꺼번에 사긴 좀 그러니까) 한 권씩 한 권씩 곶감 빼먹듯 사봐? 그러고보니 번외편은 안 본 것도 같고...음...;




마스카 (1~12) / 김영희 / 서울문화사

<윙크> 사던 시절에 나름대로 챙겨보던 만화지만 지금은 큰 줄거리조차 기억 안남. 카이넨이 멋있었단 사실만 기억난다. (하지만 1권 표지는 카이넨 말고 그 친구인 듯. 렐의 스승이었나? 이름 또 까먹음-_-) 암튼 얼마전에 지이님 포스팅을 보다가 문득 생각났는데, 중간에 늘어지고 여주인공이 내 맘에 안 든다 해도 일단 얘기가 나오면 왠지 확인해보고 싶어지는 심리. 하지만 현재 절판이고, 우리집 주변에는 대여점이 없어서 당분간 이 만화 보기는 요원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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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3 19:58 2010/02/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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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크리스마스
10점
한혜연 지음
서울문화사(만화)

무척 가지고 싶었던 만화라 그냥 제목만 봐도 사랑스러운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한국순정만화 최고전성기가 아니었던가 싶은 90년대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선보였던 단편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서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하여 여성의 복잡하고 헤아리기 쉽지 않은 심리를 아주 담백하고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 총 5개의 단편으로 묶여있다.


Episode 1.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표제작이다. 고등학교 시절 자기 색깔이 너무 강해서 좀처럼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반에서 겉돌던 A, B, C, D가 수학여행에서 떨거지가 되어 같은 조로 묶이면서 우연히 마음 터놓고 친구가 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리는 베프야!'라고 말로 약속하지 않아도 충분히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그녀들은 고등학교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보내면서 5년 뒤 다시 모이기로 약속한다. 나올 때는 꼭 애인을 데리고 나온다는 조건을 달고서. 그리고 5년 뒤. 정말로 그녀들은 그 카페에서 만나고, 지난 시간들을 서로에게 공유한다. 5년은 짧고도 긴 시간. 10대 때와 비슷하게 성장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예상 밖의 변화를 보인 친구도 존재했다. 그건 단지 외모의 변화만은 아니다.

이 에피소드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 옛날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어린 마음에 애인을 데리고 나오기로 약속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자신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한 인간이 사랑하는 인간을 봄으로서 그 사람의 내면과 취향과 모든 것을 그대로 알 수 있으니까. 그건 수학여행의 그 밤에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 놓는 것보다 더 큰 비밀들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 나레이션은 이 단편의 의미를 단번에 응축시킨다.

자신의 감정에 확신이 없어 긴가민가한 지금, 친구와 애인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D. 마지막 나레이션처럼 '먼 옛날 '사랑하라'고 말했던 사람이 태어난 크리스마스'에 D는 그 말을 따르기로 다짐한다. 5년 뒤 서른 살의 크리스마스에 다시 모이기로 한 친구들. 그 사이에 그녀들에게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또 어떤 사람이 옆에 있을지 궁금해진다. 같은 사람? 다른 사람? 그렇대도 혹은 그렇지 않대도 그녀들의 크리스마스가 계속 되는 한 지켜보고 싶어진다. 마치 내 얘기인듯, 친구의 얘기인 듯.


Episode 2.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한 주희.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오직 한 명, 초대하지 않은 서영이만이 벨을 누른다. 짧아진 주희의 머리카락과 서영이의 이야기.

아아 기억난다.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 소녀여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 소녀여서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그 감정들이 좋다. 10대소녀들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공중에서 부유한다. 때로는 튕겨내고 때로는 흡수하면서 서로를 인식한다. 사랑과 우정과 동경과 미움이 동시에 부딪히는 그 시절. 유치하고 위태롭지만 그래서 더 솔직할 수 있었던 10대의 이야기. 순간의 감정을 포용할 수 있을 만한 어른이 아니어서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그마한 계기로도 마음을 열어보일 수 있는 그 나이의 감수성이 좋다. 한뼘씩 자라는 게 눈에 보이잖아.


Episode 3. 크리스마스 사막
모범생 종희, 날라리 쫑희. 하지만 소문 속에서 모범생 종희는 임신부가 되었고, 아이들은 날라리 쫑희라면 믿겠지만 종희는 그럴리가 없다고 반신반의 하며 소문을 나른다.

사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라는 속담에 부합하는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면, 또한 그것이 완전한 타인의 이야기라면, 우리는 카더라 통신을 들먹이며 '세상에~세상에~' 떠들어댈 것이다. 하지만 이 만화는 타인이 아닌 '나와 친구의 시선'으로 다가가며 이해의 여지를 만들고 있다. 읽다보면 종희가 답답하고 세상일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미움보다는 용서가 더 빨리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크리스마스니까.


Episode 4. 가짜 크리스마스
재수생 소영이(아이디:폴로)은 대학생영화비평동호회에서 활동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의 감투가 필요하다. 짧은 칭찬의 달콤한 맛이 그리워 거짓말은 지속되고, 그런 와중에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에게 동호회 사람들은 한껏 호감을 내보이지만 소영이는 그 여자의 거짓말을 눈치 채고 정체를 의심스러워 한다.

나는 한혜연의 이런 점이 좋다. 더러 있을 법한 일을 차분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는 작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으면서도 한껏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이런 에피소드 말이다. 실제와 만화의 간극을 메우면서도 떨어뜨려놓고 생각의 여지를 준다. 참 좋아. 정말로 크리스마스의 시작을 궁금케 만들고 있잖아.


Episode 5. 크리스마스에 말하라
윤진이와 도희는 유럽배낭여행을 계획하고 방학동안 붕어빵 장사를 하기로 한다. 그런 윤진이에게는 붕어빵 하면 생각나는 한 친구가 있고, 그 친구는 윤진이의 10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0대들의 주공간은 학교다. 학교는 열린공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숨막히게 폐쇄적이어서 차오르는 감정의 배출구가 없다. 하루 24시간 중 2/3를 보내는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친구는 동료이자 가족이고 연인이며 정신적 지주가 된다. 그 나이대의 학교는 하나의 세계이고, 그 세계는 좁지만 그들에게는 전부이다.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와 친하면 질투를 한다든가, 내가 잠시 엎드려 조는 사이에 다른 친구와 매점에 가버리면 까닭없이 외로워지고 심하면 눈물까지 나오는 게 그 세계에 사는 소녀들의 감성. 하물며 죽고 못살 것 같은 그 친구와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해야만 한다면...? 글쎄 모르긴 몰라도 세계가 곧 파괴돼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이해는 할 수 있어.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같이 수면제를 먹자 해놓고 그 아이는 왜 의식을 잃어가는 윤진이를 두고 총총히 가버렸는지. "도와줄까?"라고 아무렇지 않게 나타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고민하고 괴로워했을지. 단지 무서웠기 때문일까?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뒤 윤진이의 이야기도. (+도희 나쁜것!)



<그녀들의 크리스마스>를 정의하는 키워드를 꼽아보라면 10대, 여자, 크리스마스를 꼽겠다. 이야기하는 현재의 시간이 20대라 해도 기억이 10대에 머물고, 모든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분기점으로 시작되고 이어진다. 특히 10대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소녀(혹은 여자)여서 더욱. 10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 시절의 감성이 때로는 무서울 때가 있다. '한번쯤 돌아가고 싶다'와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율배반의 감정이 시시때때로 상충하기도 한다. 결국 이쪽이든 저쪽이든 10대는 영원불멸인지도.
2010/02/21 23:28 2010/02/21 23:28
하늘은 붉은 강가 1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
학산문화사(만화)


판타스틱 2월호를 검색하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문구 발견.

"하늘은 붉은 강가 애장판" (두둥) <- 이거슨... 이거슨... 지름신 소환 문구인가요?

<하늘은 붉은 강가>는 평범한 10대소녀가 시공을 초월하여 날아간 기원전 고대제국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서 도입 부분부터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장편 역사 로망 되시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한 여고생의 파란만장한 체험들은 반복되는 현실의 무료함에 지쳐가던 소녀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함으로써 짜릿한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하였고, 덕분에 만화는 일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인기가 엄청났었다. 만화가 한창 연재되던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는 해적판(판타스틱 러버)으로 먼저 소개되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꽃보다 남자'의 해적판(오렌지 보이)과  쌍벽을 이룰 정도의 인기를 얻었던 걸로 기억한다.(두 작품 다 다른 해적판 제목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난 당시엔 일본만화엔 관심이 없어서 잘 보지 않았지만, 주변에 열혈 만화 동지(?)들의 추천목록에서 이 만화가 빠진 적은 없었다. 당시 그녀들의 일본만화 추천목록을 떠올려보자면 오렌지보이(꽃보다 남자), 판타스틱 러버(하늘은 붉은 강가), 환상의 프리마돈나(스완), 스타 논스톱(아미 논스톱), 내사랑 앨리스(나의 지구를 지켜줘). 바사라, 월광천녀 등등이 있었다. (스타 논스톱은 본 적은 없는데 제목만 엄청 들어봤음;)

하지만 정작 내가 <하늘은 붉은 강가>를 읽은 건, 남들이 이 만화의 해적판에 열광하던 때를 지나 정식출판 만화도 완결이 다 되어 나올 때 쯤이었다. 그동안 읽지 않았던 건 아마도 책이든 영화든 만화든 남들이 너무 찬양을 하면 왠지 더 내키지 않아 하는 나의 청개구리 심보가 크게 작용을 했던 게 아닐까. 그러나 원래 늦바람이 무섭다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나서 읽었는데도 어쩜 그렇게 재미있던지...ㅠ_ㅠ (이 만화는 10대에 국한된 만화가 아니었던가?) 그 판타지스러운 상황 설정,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애정행각에 므흣므흣 손발 오그려가면서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건, 전쟁과 암투, 관계와 철학, 사실과 허구 속에서 독자들(특히 소녀들)이 열광하는 지점을 제대로 알고 있던 작가의 이야기 풀이 능력이겠지.

지금은 본 지가 오래 되어 큰 줄거리와 얼개 정도만 기억이 나는지라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리고 다시 보면 감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 만화 참 재미있게 봤었다. 몇 년 전에 일본에서 문고본으로 새로 출간되는 걸 보고 우리나라도 애장판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좀 늦긴 했지만 나오긴 나오는구나. 사실 오랫동안 품절인 데 반해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서 중고책방에서도 꽤 고가에 거래됐던 걸 생각하면 이번 애장판 출시는 반가운 소식이다. (돈이 비싸긴 하다만.-_-; 근데 이거 나중에 박스세트로 나오는 거 아냐? 물론 나온다고 해도 한꺼번에 사긴 무리지만;;;)

아, 그나저나 일본에선 28권(완결편)에 포함된 번외편 후로도 외전 몇 권이 더 나온 것 같던데(심지어 지난 달에도 발매된 것도 있음) 이번 애장판 발매하면서 그것도 다 내주는지 모르겠다. 일단 홍보 자료에 의하면 무삭제 편집이라니까 본편은 원전대로 나올 것 같은데... 흐음;(방금 검색하다가 컬러페이지 복원이 안 됐다는 정보를 접함. 헐~~ 그게 무슨 무삭제냐아아아!!!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 몇 개 살려주면 무삭제냐아아? 앙?? 으으~ -_-) 그래도 사긴 사겠지.....? (슬램덩크 사던 시절 생각하면 못 살 것도 없다. 꾸역꾸역 한 권씩 한 권씩!!! 캬하하하하...ㅠㅠ)

요즘 간간이 세계사 책이랑 지도 보면서 기원전 고대왕국(특히 바빌로니아-히타이트, 이집트, 헤브라이 시대와 아시리아, 신 바빌로니아, 페르시아로 이어지는 과정)에 특히 관심가지던 차였는데, 이 만화의 배경이 그 시대에 속한다는 걸 생각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덧 1) 표지는 별로다. 신일숙 환상 문학 전집이랑 같은 디자인인 것 같은데... 우선 만화적 매력이 없잖아. 이왕이면 예쁜 그림으로 전면 배치해주지. ㅠㅠ 물론 일본 문고본보다는 훨씬 낫지만. 일본 문고본 표지는...오우....노노!!

덧 2) 애장판 내주는 김에 <푸른 봉인>(해적판:봉인의 비밀)도 내달라!!!!!!!!!  난 사실 시노하라 치에 작품을 '봉인의 비밀'부터 읽어서 그런가 이쪽도 만만치 않게 애정도가 높다. 여주인공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_- 현무 좋아했는데...ㅠㅠ

덧 3) <하늘은 붉은 강가>를 생각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국내 작품이 있는데, 바로 김동화의 <아카시아>다. 아마 비슷한 연대와 나라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몇 년 전부터 이거 구하려고 그렇게 노력해도 참 구하기가 힘드네. 나중에 연장·연결해서 연재했던 <천년사랑 아카시아>는 구하기 쉽지만, 개인적으로 그 만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로 그림체 변형을 도저히 못참겠어서. -_- 내 기억으로 그때 연재하던 잡지의 타겟층이 초·중등생이어서 그에 맞춘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하여간 뒷부분 내용도 별로였다. ㅠㅠ 그냥 <아카시아>가 좋은데. 아카시아, 리우스, 페드라, 라메세스...... >_< (페드라는 이름에서도 사악한 기가 흘러 넘쳐~~~) 그나저나 모 사이트에서 상태 '중' 정도인데 5권 5만원에 거래되는 거 보고 깜작 놀랐던 기억이...;;;;;
2010/02/02 21:32 2010/02/02 21:32
좌부녀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세주문화


<드레곤 헤드>의 작가, 모치즈키 미네타로가 선사하는 초특급 공포 미스터리.
<좌부녀>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단 1권으로 발행부수 32만 부를 넘어서는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얼마전에 중고샵에서 득템한 만화. 예전에 '웹진 블라블라'였나, 아무튼 이 만화에 대한 리뷰를 보고 굉장히 읽고 싶었던 건데, 품절돼서 못 사고 있다가 이번에 구해서 읽었다. '블라블라'가 아직 살아있던 게 2005년 경이라 시간이 많이 흐른 관계로 리뷰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어쨌든 표지만 봐도 은근한 공포가 느껴지기에 내심 기대되는 만화였다. <좌부녀>는 일본어로 座敷女(ざしきおんな, 자시키온나)니까 굳이 뜻풀이를 하자면 '객실녀'쯤 된다. 대체 무슨 의미로 붙여진 제목인지 감이 안 잡혔는데, 만화를 읽다보니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이해가 간다.

곧 폭우가 쏟아질 듯한 어느날 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히로시의 귀에 벨 소리가 들린다. 옆방인가? 한 번, 두 번, 세번, 네 번……. 신경이 쓰여 현관문에 귀를 바짝대고 들어보니 "열어줘…."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옆집 사는 놈 여자가 찾아 올 타입이 아니던데……. 끈질긴 벨소리에 대한 짜증과 어떤 여자인가 하는 호기심에 문을 연 히로시의 눈이 커진다. 딱 봐도 호감과는 거리가 먼 외모와 옷차림,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 등 이 모든게 어쩐지 스산한 분위기를 발산해내는 여자(사치코)가 옆방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굳이 옆집 동향을 세세히 살피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밤중에 옆집의 벨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면 짜증이 나서라도 당연히 문을 열어 누군지 확인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예상치도 못한 결과물로 자신을 괴롭힌다면 글쎄, 그때부터 그것은 공포가 된다.

스토커가 무서운 건 '광적인 집착'과 함께 감히 그 행동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절절한 구애와 악질적인 스토킹의 차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유무일 것이다. 사치코의 행동에는 배려가 없다. 하물며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면? 공포의 크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보통 스토킹이라 하면 애정이 지나쳐서 집착이 된 나머지 관심의 대상을 병적으로 쫓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스토커가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최소한 애정에서 집착으로 변화할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좌부녀>의 사치코는 그런 기본적인 과정이란 게 없다. 전개 과정 없이 발단에서 바로 절정으로 넘어간다. 도무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힘든 것들이다. 심지어 가라테 유단자에게 급소를 얻어맞아도 '아앙,아앙' 울면서(!) 달려드는 공격성은 오히려 때리는 사람이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웬만한 남자보다 훨씬 큰 키에 올이 나간 스타킹, 지저분한 트렌치 코트,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종이 가방을 주렁주렁(...) 손에 든 채 치렁치렁한 긴 머리 휘날리며 미친듯이 쫓아오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섬뜩해지지 않을까. (아, 무서웠어! ㅠㅠ) 선혈이 난무하거나 사람이 죽어나가는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심장이 죄어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앞서 말했듯이 사치코의 행위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정확히 말하면 사치코 외에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그런 일에 대해 최소한의 예방조치도 취할 수가 없다. 마치 '묻지마 살인'처럼 누구라도 운 나쁘면 걸려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좌부녀>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공포를 보여준다. '사치코'의 개인사는 철저히 차단한 채 -암시적인 대사를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유추할 수 없다- 그저 행위만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인의 숨겨진 공포를 끄집어낸다. 단지 누가 벨을 울리는지 확인만 하려 했을 뿐인데, 그로 말미암아 죽음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는 설정은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면 귀찮은 일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현대인의 두려움을 극단적인 픽션으로 표현해 낸 것이 아닐까. 특히 마지막에 야마모토가 등장하며 보여주는  반전 아닌 반전은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압권이었다. 그저 문을 열었을 뿐인데, 단지 그것 뿐인데……. <좌부녀>가 가진 공포의 본질이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렇게 야마모토와 히로시, 그리고 사치코의 일화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풍설이 되고, 늘 그렇듯 여러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과장과 축소, 변질이 거듭된다. 이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괴담으로 정착되는 순간, 사치코는 사람들의 일상을 알게 모르게 침범하며 도시전설이 되어 간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대기중에 부유하는 이야기. <좌부녀>가 무섭지 않다고? 이 만화를 읽고 난 뒤, 옆집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잠깐이라도 망설이게 된다면 <좌부녀>의 공포는 유효하다. 난 아마 한동안은 그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든다.



덧,
1. 사치코의 이미지는 사다코(링)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름마저 비슷하잖아.
2. 왠지 이토준지가 생각나는 그림. 그래서 더 무서웠을지도.
3. 생각해보니까 하는 짓은 <검은 집>의 사치코다. 이름은 아예 똑같다. 무섭구만.


앗, misha 님의 제보로 당시에 제가 보았던 <좌부녀> 관련글과 리뷰를 링크합니다.
특히 <넌 휴가가니? 난 만화책 본다>는 여름이 다가오니 한번 읽어보고 참고하셔도 좋을 듯.

넌 휴가가니? 난 만화책 본다 - misha
좌부녀(座敷女)-당신의 집 대문 앞에는 그녀가 없나요 - misha
2009/05/31 12:06 2009/05/31 12:06
너무 오래된 친구

이승희, 너무 오래된 친구


내 소중한 분철 만화 중에 하나다. 이승희는 크게 히트한 작품이 없어서 아는 사람이 많이 없지만, 혹시라도 "나 이 만화가 알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왠지 기쁘게 화제로 삼을 수 있는 만화가 중 한 분이기도 하다. 이 만화를 도대체 어디서 뜯어내서 보관하고 있는지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 어렴풋한 기억과 종이질로 봐서 댕기나 윙크 중에 하나일 텐데... 검색해봐도 안 나오고... 하여간 뭐가 급했는지 들쑥날쑥한 모양새로 북 뜯어낸 자국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이승희의 말장난이나 개그감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 버리고 건져낸 것만도 다행이다 싶은 만화다.

사실 이승희의 작품 중에 제일 기억나는(혹은 좋아하는) 건 "그린벨트 속의 빨간 여우"라고, 그 옛날 최초로 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순정만화잡지 <투유>에 연재된 작품이다. (여기서 잠깐 딴 얘기!) 아무리 생각해도 '빨간 여우'만 생각나고 완전한 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 미친듯이 구글을 쥐어짜서 제목을 알아냈는데, 그 제목 언급하신 분이 "그린벨트 속의 빨간여우"가 <칼라> 연재작이라고 하셔서 순간 당황했다. 나도 <칼라>를 사긴 했었지만, <칼라>가 지금 생각해도 파격적인 주간잡지(무려 한달에 4번 발행)인 탓에 댕기, 윙크, 투유 세가지 잡지 사는 것만도 벅찬 나는 <칼라>는 초반에 좀 사다가 말았었다. 그런데 거기서 연재되었다고 하니, 도무지 납득이 안 갈 수 밖에. 왜냐하면 난 "그린벨트 속의 빨간여우"를 엄청 반복해서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만화가 <칼라> 연재작이라면 난 <칼라>를 대부분 친구한테 빌려 읽었기 때문에 보고 또 볼 여유 같은 게 없었을 텐데……. 그분 기억이 잘못된 건지 내 기억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투유>와 <칼라>의 발행시기가 겹칠 때 세상에 나온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니까 93년 말에서 94년 초.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린벨트 속의 빨간 여우"는 어느 괄괄한 여자 주인공이 한 남자와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나름 냉철한 그 남자는 여자 주인공만 얽히면 평정심을 잃고 우르릉쾅쾅, 말다툼을 벌이는 이야기가 전반부를 이룬다. 그러다 서로를 좀 더 알게 되고 언제부턴가 사랑의 감정이 샘솟기 시작할 무렵, 여자에게는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잔뜩 풍기는 남자가 자꾸 찾아온다. 여자는 그 남자를 피하려 하지만, 의심스러운 그 남자는 멈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사소한 싸움판에 여자가 얽히게 되고, 그 와중에 여자가 전직 여깡패였다는 게 밝혀진다.(아, 단어선택이 뭔가 웃겨;;;;) 그저 그런 날라리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큰 조직을 이끌던 여두목쯤 되는데, 그 의심스러운 남자는 그 여자를 좋아하는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 내 기억에 여자가 그쪽 세계에서는 거의 전설의 인물이라는 설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빨간 여우'는 그 세계에서 쓰이는 여자의 별명이었지 아마. (빨간 여우 목도리라도 하고 다녔던건가... -_-;) 아무튼 마지막에는 대대적인 결전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누가 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확실히 안나는군. 나중에 단행본으로 나온 거 없나 해서 찾아본 적도 있는데, 워낙 반짝 신인으로 떴다 사라져서, 단행본은 커녕 기억하는 이가 별로 없다. 아쉬울 따름.

사실 지금 생각하면 내용은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꺅)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희는 유쾌한 만화를 많이 선보여서 나는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다. 특히 빵빵 터지는 말장난과 핑퐁 같은 대사들에 깔깔거리다보면 기분 전환이 절로 되었다. 그 중에 이름개그도 퍽 기억에 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유부남'. 크하하. 남자 이름이 '유부남'인데, 그걸 모르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가 "유부남입니다!"하자, 상심해가지고 '꼭 유부남인 걸 저렇게 밝힐 필요가 있나?' 하면서 오해하는 설정에 배꼽빠지게 웃었던 기억도 있다.

이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너무 오래된 친구"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어릴 때부터 친구로 자라온 남녀가 서로에 대한 본심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한마디로 친구가 연인이 된다는 흔해빠진 설정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꽤 잘 먹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남자 주인공인 찬희는 혜지와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인데, 어느날 혜지네 반에 새로 전학 온 민선이란 여학생에게 반한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혜지는 찬희가 연애상담을 해오자 싱숭생숭해지고, 급기야 찬희가 자신을 빼놓고 민선이와  먼저 집에 가버리자 혜지는 뭔가를 뺏긴 것 같은 마음이 들어 혼란해 한다. 그런 혜지에게 찬희는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을 속일거냐?"는 뜻모를 말을 하고, 혜지는 점점 고민의 늪으로!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모든 게 찬희의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 와중에 나름 가슴 두근거리는 장면도 있는데, 혜지가 배구 연습을 하는 중에 찬희와 민선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며 지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배구 공에 맞아서 기절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순간, 깜짝 놀라서 민선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혜지에게 뛰어가는 찬희 모습! (우왕~) 뭔가 학창시절 여학생이라면 한번쯤 꿈꾸어봤을 상황이지 않나. (아..아닌가? 나만 그래?;;;;;) 하여간 그 사건으로 찬희가 꾸민 계략(...)의 전말이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찬희를 돕다가 적발된 찬희 친구 하나는 혜지에게 주먹으로 응징을. (캬캬캬) 극에 크게 영향을 주지않는 약간의 반전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다. 결과야 뭐 다들 다들 예상하시는 대로. 결국 만화 맨 앞장에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있나요?"에 대한 답은 3번, 출제자 맘에 달린 거였다.


남녀 사이에 친구관계, 나아가서 우정이란 게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생각보다 뚜렷한 해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술자리에서도 이에 관한 얘기를 꺼내다보면 각양각색의 의견과 자기 경험들이 튀어나오곤 하는데, 듣다보면 참 재밌는 게, 여자일수록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남자일수록 '말도 안 된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 그리고 어릴 수록 남녀 사이의 친구 관계를 믿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건 남자의 대부분은 '남녀사이의 친구관계'를 성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여자는 감성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뭔가 이 하나만으로도 가깝고도 먼 남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여자는 희망의 측면을 이야기하고, 남자는 현실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느낌도 받았다. 나는 옛날엔 이성도 동성 못지 않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었는데, 나이가 들 수록 그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이성간의 우정이란 동성끼리의 그것과는 그 성질이 다르지 않을까. 누구말마따나 어느 쪽이든 한쪽에만 애인이 생겨도 멀어지는 게 다반사니까. 애인 있는데 이성친구를 1:1로 만나기란 주위 반응과 시선이 좀 부담스럽지. 아니면 이 만화처럼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친구가 아닌 연인사이로의 발전. 축복해 줄 순 있지만 이건 순수한 우정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어느 노래가사처럼 '헤어지면 가까스로 친구사이'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남녀 사이란 친구라는 '무형의 관계'는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정'이라는 '무형의 감정'을 유지하기란 어려운 것이 아닐까. 물론 간혹 그 반대이거나 두가지 다 잡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남녀 사이의 찐한 우정 같은 것에는 이제 좀 회의적이다. 내 경험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과연?)




뭐가 됐든...


2009/05/18 21:23 2009/05/18 21:23

살면서 이사를 심하게 많이 다녔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남들보다 적게 한 편은 아닌 것 같다. 가깝게 내 친구들을 보면 동네 유지(...)인 집안도 많고,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도시에서 쭉 자란 애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이사란 동네를 옮기는 정도거나, 다 커서 학업이나 취업 관계로 자취를 하게 되면서 거처를 옮기는 정도로 인식된다. 즉, 가족 전체가 대규모로 (그것도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한 경험은 드물다는 말. 그에 비해 나는 어릴 때부터 이사를 꽤 자주 다닌 편이다. 그것도 멀리. 그 증거로 초등학교 입학은 대구, 졸업은 경기도, 중학교 입학은 경기도, 졸업은 경북, 고등학교 입학 및 졸업은 경북, 대학은 대구...-_-;;; 뭐 이런 식으로 왔다갔다 많이 했다.; 이것 뿐이면 괜찮지. 지방 단위의 큰 이사가 아니라 동네 단위의 비교적 간단한(...그러나 절대 만만치 않은) 이사까지 파고 들면 그 횟수는 더욱 증가한다.-_-; 아버지의 일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다녔다는 흔한 이유지만, 별로 유쾌하지는 않은 경험. (이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특히나 만화책 포함 각종 책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사가 정말 징그럽게 싫었다. 예전에도 포스팅한 적 있는데, 이삿짐에 책이 많으면 이사 비용 증가는 물론이요, 일도 훨씬 늘어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몸살과 부상이 잇따른다. (가령 책 박스 옮기다가 떨어뜨려봐, 책 손상은 물론이요 난 발가락에 금간 적도 있다.-_-;) 하여간 그래서 한번 이사할 때마다 대부분의 만화잡지는 처리를 해야 했었다.(짐이 많으면 트럭 큰 거 불러야 되니까 돈 많이 든다고 알아서 짐을 줄이라는 부모님의 엄명! 안 줄이면 맘대로 버리겠다고 협박; 그나마 처분할 만한 건 만화잡지 뿐이었음;) 보물섬 같은 어릴 때 보던 잡지들은 큰 애정이 없어서인가;; 고물상에 잘 팔아 넘겼는데, 좀 머리 굵어서 읽기 시작한(즉 내 돈 주고 산) 만화잡지는 차마 그대로 버리지는 못하고, 좋아하는 만화만 뜯어내서 짐을 꾸렸다. 이른바 분철이라는 것인데... 처음부터 분철하기로 결정하고 차곡차곡 모았다면 모를까, 이삿날에 임박해서 바쁘게 작업하느라 엉망진창으로 뜯긴 만화잡지 속 만화들이 상자에 줄줄이 쌓이던 게 기억난다. 그 때 난도질(...)당한 잡지들이 댕기, 윙크, 이슈, 화이트, 나인 등등인데 결국 다 분철 못하고 나머지 깨끗한 잡지들은 친구 언니네 피아노 교습소에 공짜로 넘겨주었다. (지금은 교습소 문을 닫았으니 내 만화는 고물상으로 넘어갔겠지.)


그렇게 일부일지라도 가까스로 살려낸 분철만화(정확히는 분철도 뭣도 아닌 그냥 잡지에서 작품별로 뜯어낸 만화;)였건만, 이사 후 학업이며 생활에 쫓긴 나머지 뜯어볼 생각도 못했다. 그러다 얼마전에(라고는 해도 몇 달은 족히 됨;) 골방 정리하다가 겉에 '만화'라고 적힌 상자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이며 뜯어봤는데, 아 글쎄 그 때 뜯어낸 만화들이 상자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게 아닌가. 크윽. 정말 눈물이 나올 만큼 행복한 순간. 정신적 타임머신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물리적으로는 구현해 낼 수 없지만, 사소한 물건(혹은 추억) 하나로 시간을 역행하여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좋아라 꺅꺅 소리를 지르며 종이가 바스러질 새라 조심조심 꺼내었다. 워낙 옛날 만화잡지라 몇몇 분철은 종이질이 요즘처럼 좋지 못해 누렇게 뜨고 바삭바삭(...)해져서 잘 못하면 부서질 것 같았다.;;;(오래된 갱지 생각하면 될 듯)


개중에는 단행본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 것도 있고,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아 기억에서 잊혀졌던 중·단편 만화도 있었다. 별책부록으로 받았던 [늘 푸른 이야기], [또 하나의 이야기], [다섯번째의 계절]등도 기억에 아련하고, 무엇보다 연재분을 뜯어놓은 것이라 당시의 작가 에필로그랄까, 코멘트를 엿볼 수 있어서 어찌나 좋은지. 무려 GIRLS의 이빈은 연재 끄트머리에 'R.ef 댄스 동영상 녹화해놓은 거 빌려 주실 분 없나요?' 라는 코멘트를 써놔서 날 꺄르르 웃게 만들었다. R.ef라니 도대체 몇 년전이여. >_< 꺄아하하. (이후 ONE 연재를 시작한 거 보면 그 때부터 자료조사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 중!) 아무튼 그 날은 몇 시간 동안 그 만화책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른 후, 오늘 불현듯 생각이 나서 그 때 꺼내어 둔 분철 만화를 다시금 훑어보았다. 아, 다시 봐도 좋구나. 요즘도 물론 순정 만화 잡지는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소재는 다양해졌을지 몰라도 국내 작가수가 많이 감소되었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시장자체가 협소해져서 사실 순정만화 부흥기였던 90년대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게다가 내 나이가 나이니 만큼 요즘 애들 취향에서 멀어진데다, 또 내가 이젠 감수성 어린 10대가 아니라 그 시절만큼 공감도 하기 힘들어 꾸준히 사보지는 못하겠더라. 그러나 그와는 달리 한 때 열광했던 예전 만화들은 진부하기 짝이 없고, 유치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깔깔대며 웃거나 감동 받는는 걸 보니 만화도 음악처럼 추억을 먹고 사는 매체인가 싶기도 하고. 하여간 오랜만에 예전 만화 들춰보며 피식피식, 옛 기억에 잠겨본다. 좋다, 좋아.


만화잡지 분철

심혜진의 2부작 단편만화 '적련'이 맨 위에 놓여있다.



만화잡지 분철

만화잡지별 각종 부록만화들



덧,
1.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여기 있는 만화 하나씩 꺼내서 그걸로 글 써도 좋겠다. 리뷰든 추억이든 만화마다 얽힌 에피소드만 써도 웬만한 분량은 너끈하겠는 걸. 뭔가 정리나 기록의 의미도 되고. :-)

2. 그나저나 다섯번째의 계절 2권은 어디 간거지? 왜 안 보일까...? 예전에 컴퓨터 책상 받침대로 쓴 기억은 나는데...;;; 음...;;;;<- 아니, 이런 만행을!!!! 한승원쌤 보시면 놀래실라..;;;

3. 별책부록으로 저것들 말고도 신일숙의 '사랑의 아테네'도 있었는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ㅠㅠ 그 중에 2권은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읽다가 선생님 한테 걸려서 뺏기고, 복도에서 벌 서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는데....>_< 그 때 같이 벌서던 친구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거 뭐 BGM으로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라도 틀어야 될 것 같네.^^;)

4. 혹시 그 시절 만화를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이글루스 만화 밸리로 트랙백 보내봄. :-)
2009/03/30 23:17 2009/03/30 23: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밀 THE TOP SECRET 6권 (秘密 トップ・シークレット 6卷)
시미즈 레이코 (清水玲子)

발매일 : 2009년 2월 27일
가격 : ¥ 750
출판사 : 白泉社
ISBN-10: 4592145364
ISBN-13: 978-4592145363


오옷, 벌써 6권이라니. (나, 5권 리뷰도 안 썼는데; 음;) 시미즈 레이코 씨는 월광천녀 연재종료 이후 비밀에 올인하기로 한 건지, 요즘 후속권 발매 속도가 아주 장난이 아니시다. 오오쿠가 연재되는 격월간 잡지 '멜로디'에 같이 연재되는 작품인데 오오쿠에 비해 발매 텀이 5개월은 더 짧다. 독자로서는 아주 기쁜 일. 게다가 나올 때마다 적정  퀄리티를 유지해주는 걸 보면 역시 시미즈 레이코는 장편보다 단편 및 옴니버스가 더 체질에 맞는 듯. 이번에도 역시 기대된다. 아무래도 4권보다 5권을 훨씬 재미있게 봤던지라 6권이 매우 기대됨. (근데 이번 표지는 별로네;;;) 그나저나 비밀은 번역본으로 모아왔어서 라이센스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면 적어도 2~3개월은 걸릴 것 같다. 아니 원서로 살래도 요즘 원엔 환율이 1,600원이 훌쩍 넘어서 막상 사려해도 고민깨나 될 듯. 어휴. 만화책 한 권이 한화로 15,000원에 육박해서야 어디 취미생활 하겠어?-_-;;; 그냥 라이센스 사야겠다. 정 궁금할 때에는 원서 사는 K양한테 알랑방구(...) 떨어서 묻어가는 방법도... (퍽!)



사용자 삽입 이미지
히스토리에 5권 (ヒストリエ vol.5)
이와아키 히토시 (

발매일 : 209년 2월 23일
가격 : ¥ 570
출판사 : 講談社
ISBN-10: 4063145492
ISBN-13: 978-4063145496


꺄아아악, 미치겠다. 히스토리에 5권이 나왔어어어!! ㅠ_ㅠ 무려 어제, 아니 그저께 발매된 따끈따끈한 신작. 2004년에 1, 2권을 동시에 발매해놓고 후속권들을 어찌나 늦게 내주시는지... 목이 빠지겠다. 3권이 1년 만에 나오더니, 4권은 2년, 5권 역시 거의 2년이 걸려서야 발매가 되었다. 난 중간에 이와아키 씨한테 무슨 변고라도 생겼는 줄 알았음.-_-; 아무튼 무사히 5권이 발매되었으니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나저나 이 책도 막상 원서로 지르려니 환율 압박이 참 뷁스럽다. 그나마 비밀보다는 싸지만 이것도 현재 환율로 따지자면 만원이 넘어가는지라 손이 덜덜덜;;;; 다행히 히스토리에는 어쩌다보니 라이센스랑 원서를 다 갖고 있어서 어느 걸 사도 무방할 듯. 그렇다면 돈도 없는데 좀 기다려서 라이센스를 사? 그치만 궁금. 아냐 기다려, 그치만 궁금. 좀만 참아, 그치만 궁금. (...) 일단 1~4권 복습을 신나게 해보아야겠구나. 이히히.


이미지 및 정보 출처 : 白泉社공홈 & 아마존재팬
2009/02/25 01:08 2009/02/25 01:08
오오쿠 제 4권 (大奥 第4巻)
요시나가 후미 (よしなが ふみ)

발매일 : 2008년 12월 24일
가격 : ¥ 650 (세금포함)
ISBN-10: 4592143043
ISBN-13: 9784592143048


한 2주 전쯤에 알았지만 4권 표지가 뜨면 표지랑 함께 포스팅 하려고 미루고 있었는데... 죽어라고 안 떠서 그냥 포스팅 한다.(왜 이렇게 꽁꽁 감춰두는 거냐구요. 히잉~) 이제 연말이 다가오면 오오쿠 발매 정보를 알아보는 게 습관이 되려고 한다. 2005년 이후로 항상 겨울 이맘 때쯤이면 발매를 했기 때문이다.(단, 원서에 한해서;) 맘 같아서는 한 달에 한 권씩 발매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꿈 같은 얘기고...... 오오쿠를 연재중인 '멜로디'가 격월간지이기 때문에 1년에 한 권 정도가 아마 딱 알맞은 분량이리라. 펑크내지 않고 꼬박꼬박 발매해주는 것만도 감사할 따름. 게다가 퀄리티가 좀 높은가. ㅠㅠ 이대로만 나간다면 요시나가 후미의 대표작을 갈아치울 정도(어쩌면 이미 그런 거)라 믿어의심치 않는 오오쿠. 그 대망의 4권이 무려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매된다. 우후후. 가격은 세금포함 650엔인데, 높으신 누구 덕분에 환율폭탄이 사정없이 떨어지고 있는지라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12000~13000원쯤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좀 내렸던데... 그래봤자 1500원대에 육박. 많이도 안 바란다. 1300원대라도 좀 유지해주면 좋겠다. 어흑. 어쨌거나...... 기대된다 오오쿠 4권. 과연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大奥 第4巻

오오쿠 4권, 지면 광고

이건 오늘 잡지보다가 발견한 거. 저거 설마 4권 표지는 아니겠지? (표지 치고는 1~3권에 비해 좀 약한데;;;...흠.)

오오쿠 4권
요시나가 후미

남녀 역전 오오쿠.

"이에미츠 편" 대망의 클라이막스!
시대는 소녀 쇼군 이에츠나,
그리고 5대 쇼군 츠나요시로...!

12월 24일 발매!
멜로디 2월호(12월 17일 발매)에서
4권의 뒷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2008/12/18 21:50 2008/12/18 21:50
요즘은 마음에 드는 책, 음반, DVD 등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질러주어야 한다. 물론 지름에는 절대적이고도 상대적인 '돈'이라는 큰 장벽이 있지만, 돈 없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미루다보면 어느새 품절, 심하면 절판이 되는 일이 다반사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 때가 되면 후회해도 소용없다. 중고라도 구할 수 있다면 다행. 입소문 타고 희소가치 높아져서 프리미엄이라도 붙으면, 중고 사는데도 손발이 다 떨린다. 물론 내가 산 물건이 나중에 할인이다 세일이다 뭐다해서 완전 껌 값 돼서 나돌아다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럴 땐 조용히 최면을 걸어주자. 나는 못 봤다......못봤다...... 무어, 판단은 개인이 하는 일. 어쨌거나 책, 음반, DVD에 한해서는 설령 샀다가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래서 반값에 팔아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지르고보는 게 절판공화국에서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눈물 좀 닦고!) 재고가 있을 때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것은 오히려 행운이다. 고민도 하기 전에 이미 품절(절판)이면...... 그때부터는 고민 따위 개나 줘!(개......미안;ㅁ;) 어떻게든 재고가 있는 곳을 알아내려 혈안이 된다. 원래 사람도 물건도 갖기 어려운 것(...)일수록 욕구도 커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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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무렵, 웹서핑을 하다 만화 [캠퍼스]를 본 누군가가 이 만화 재밌다고 강추하는 글을 보았다. 그런데 톰톰이라는 독특한 필명도 낯설거니와 그림체도 익숙치 않고, 결정적으로 이 작가의 만화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인터넷 리뷰에 의존해야 했는데, 검색 결과 대부분 호의적이라 해도 취향이란 워낙 천차만별이라 나랑 잘 맞을지 장담할 수가 없어서 이걸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고민이었다. 어디서 맛보기라도 좀 보고 싶은데 알다시피 만화는 비닐포장이 되어 있어서 미리보기 원천봉쇄, 인터넷 서점도 만화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고, 공교롭게도 우리집 주변에 있던 그 많던 대여점은 경기 불황에 속속 폐점, 나는 현재 대여점과는 백만광년 떨어진 삶을 살고 있어 당최 미리보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재미있다는 평에 보고 싶긴 보고 싶고...... 행인지 불행인지 4권으로 짧게 끝냈다고 하니, 속는 셈 치고 한번 사볼까 싶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나 이럴 수가. 4권이 품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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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4권

처음엔 알라딘에서만 품절인 줄 알고, 느긋하게 다른 서점을 검색했는데, K문고도 Y24도 I공원도 R브로도(...) 죄다 품절이었다. 그것도 딱 4권만! 그래서 서점에다 문의를 했더니 출판사에도 재고가 없고, 당분간 재판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쯤되면 이 만화를 살지 말지는 이미 옛 이야기...... 두고보자, 내가 꼭 이 만화 재고 있는 데를 알아내서 기필코 사고 말리라는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그래요, 난 이런 인간이예요;) 그 후 클릭질을 거듭한 결과 옥션에서 4권 파는 데를 알았냈는데, 웃기는 게 옥션에서도 1권, 2권, 3권은 낱권으로 팔면서 4권만 낱권으로 안 파는 거다. 즉 4권은 1~4권 패키지로만 파는 것. 나야 패키지로 사도 상관없지만, 4권만 필요한 사람은 눈물 좀 나겠다 싶더라. 암튼 주문하기 전에 혹시나 재고가 없을까봐 '4권 확실하게 재고 있어요?'하고 물어보기까지 하고 확실히 있다는 답변을 받은 후에야 안심을 하고 주문, 며칠 후 드디어 [캠퍼스]를 손에 넣게 되었다.




[캠퍼스]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무려 '소림' 여자 대학교를 무대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사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엮어놓은 만화다. [캠퍼스]에는 여대이기 때문에 일어날 법한 특별하고도 소소한 이야기들이 회당 여덟 페이지로 압축 묘사되어 있는데, 다양한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며 독자를 끌어당긴다. 특히 본문 사이사이 4컷 만화들은 이 책의 백미, 인형놀이를 위한 스페셜 페이지까지 선보이며 독자를 유혹한다. 거기다 본편 못지 않게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후기 또한 만화 [캠퍼스]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한방에 터뜨리는 큰 웃음보다는 끊임없이 입꼬리를 씰룩거리게 만드는 게 이 만화의 최대 매력이다. 왜 개그에도 그런 거 있지 않나. 당시에는 그냥 그랬는데, 밤에 자려고 누우면 피식거리고 웃게 만드는. 그래서 생각할 수록 깔깔거리게 만드는 그런 개그. [캠퍼스]는 은은한 중독성이 있는 개그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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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연재작인 만큼 가끔은 빈약한 부분도 보이고 동어반복인 에피소드도 보이지만, [캠퍼스]에는 굳이 여대생활이 아니라 여고 생활, 하다못해 학교를 다닌 경험만 있더라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무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에 이 만화를 한번 본 이상 중간에 끊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내 경우 화가망생이자 각생인 주인공 한비아가 밤낮이 바뀐 생활로 인해 툭하면 지각을 하다가 더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밤을 꼬박 새우고 학교에 간 날, 칠판에 휴강이라는 글씨가 써져있는 것을 보고 하얗게 재가 되어 바스러지는(...) 장면을 보자마자, '이건 내 얘기야!'라고 박장대소하며 [캠퍼스]에 빠져들었다.(생각하니 안습;)  이렇게 생활 속의 공감을 끄집어 내며 시작되는 [캠퍼스]에는 그 공감을 200배 업시켜줄 강력한 캐릭터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대충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대표적 주인공 격인 만지생이자 후드티 마니아 한비아, B형이지만 A형이라 오해 받는(...) 스몰마인드의 소유자이며 양념 예찬가인 이가언, 무적의 스마일 페이스와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뭇 사람의 가슴팍에 화살을 냅다 꽂는 소호, 과대표이자 유일하게 남자친구를 보유(...)중인 변호사, 동인계의 유망주 옥석주, 그리고 쏘쿨 베이시스트 심진우까지 주요 인물은 이 여섯명. 이 밖에 좀 다른 의미로 유행의 달인(...)인 독보기 교수님 외 김말이, 무광택 교수등의 교수진과 중국음식점을 경영중인 호사의 아버지와 동생 호인, 심각한 건강염려증에 걸린 박하 등등이 조연으로 출연하여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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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캠퍼스]는 여대의 에피소드를 과장되지 않은 개그를 첨가하여 왠지 실감나게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만화에 너무 심취해 그것이 100% 리얼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여대란 늘 꽃향기가 날 것 같지만 알고보면 시험 때마다 학점 0.1점에 눈에 핏발이 서고, 늘 미묘한 신경전과 경쟁 이루어지는 곳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런 미묘함 뒤에는 여대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어떤 재미와 만족감, 공학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편안함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접점이 바로 만화 [캠퍼스]가 노렸던 지점이 아닐까. [캠퍼스]는 여자라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웃을 수 있는 만화고, 남자라면 여대생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줄(혹은 무참이 깨줄) 만화다. 그에 따른 웃음은 부록. 대상이 여자든 남자든 캠퍼스는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버린 추억속의 장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직 겪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 다른 누군가에게는 현실의 공간이다. 문득 그 공간을 새롭게 느껴보고 싶다면, 그리고 그 속에서 여유롭게 웃어보고 싶다면 이 만화 강력 추천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캠퍼스의 주인공이 되어보자. 분명히 즐거울 것이다. :) 그 외 강력 추천 대상 : 동인녀, 연예인 팬계에 몸담고 있는 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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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핏줄 만화 1 : 아즈마 키요히코의 아즈망가 대왕, 요츠바랑
나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간혹 있는 모양인데, 사실 [캠퍼스]는 [아즈망가 대왕]과 [요츠바랑]과 코드가 비슷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받아치는 액션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피식웃음을 선사하고, 자못 심각한 듯 얘기하지만 주위 사람이나 독자는 배꼽 잡고 넘어가게 만드는 대사와 너무 황당해서 실소가 뿜어져 나오게 만드는 시츄에이션, 그러나 가끔은 철학적 고민을 하게 만드는(...) 세심한 부분까지, [캠퍼스]는 여러모로 아즈망가나 요츠바랑의 그것과 닮아있다. 흔하긴 하지만 4컷 만화 구성도 그렇고. 차이점이라면 [캠퍼스]가 한국 만화다보니 좀 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것 정도? 단지 집합적이지 않을 뿐, 우리 주변엔 그런 캐릭터가 산발적으로 존재한다. [캠퍼스]에 나오는 인물 특징을 잘 분석해보면 주변에 그런 인물 꽤 많을 거라 장담한다.

한 핏줄 만화 2 : 이빈의 GIRLS
여대만화(?)에 캠퍼스가 있다면 여고만화(?)에는 GIRLS가 있다. 만화 좀 읽어봤다는 사람 중에 [캠퍼스]를 읽으면서 [GIRLS] 안 떠올린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이...있나??) 한 때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날 자지러지게 웃게 만들었던 GIRLS를 떠올리며 GIRLS의 화정이, 람바다, 사무라이, 왕공주가 여대에 간다면 어떨까를 상상해보았다. 아, 그만두자. 상상만으로도 웃겨서 침이 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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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바란다!
출판사는 얼른 4권을 재발매 하라, 하라, 해주세요.(-_ㅠ) 서점에 4권만 없어서 1~3권도 포기하는 사람이 줄을 서......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일단 소량이라도 4권을 재판해주길 바랍니다. 네? 네? 네? (무어...... 나야 이미 갖고 있지만서도;;;;그래도.......;;;)

  캠퍼스 1  톰톰 지음

신인 작가 톰톰의 첫 연재만화. 만년지각생이자 만화가 지망생인 비아, 양념 마니아인 가언, 엉뚱한 호사 등 개성 만점인 인물들이 가득한 소림대학교 사학과. 이들의 유쾌한 캠퍼스 라이프에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평범하지만 감칠맛 나는 유머가 있다. 『아즈망가 대왕』처럼 상큼하고 순박하며, 결정적으로 코믹한 만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08/12/02 07:26 2008/12/02 07:26



와아, 얼마만에 사보는 <윙크>인지. 대학 들어가고도 한 1년간은 열심히 사봤던 같은데 말야. 생각해보면 특별히 끊게 된 계기는 없다. 고등학교 때 만화를 좋아했던 여느 소녀들이 그렇듯 그에 쏟던 열정이 연애며 동아리 쪽으로 방향이 옮겨가다보니 다달이 사던 만화잡지도 어느 순간 시들해져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연스럽게 절독(?)하게 되었다는 흔해빠진 스토리가 계기라면 계기일 뿐. (물론 끊은 것은 잡지일 뿐, 단행본은 틈틈이 계속 사왔다.) 아무튼 수년 만에 이 만화잡지를 사고보니 감회가 새롭다. 더욱이 윙크 8월 1일자는 15주년 기념호가 아닌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간에 내가 윙크를 처음 만났던 15년 전이 생각나 괜히 추억에 잠겨보게 된다.

윙크가 창간되던 1993년 여름, 이제 갓 초등학생의 티를 벗은 나는 댕기의 열혈 애독자였다. 그래서 라이벌인 새 만화잡지의 등장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새 만화잡지가 창간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도, 이윽고 학교 앞 서점 유리에 이은혜가 그린 윙크 표지 포스터가 대문짝 만하게 붙었을 때도, 난 생각했었다. "난 저거 안 볼거야, 댕기를 배신할 수는 없어!"
하지만 이런 나의 결심은 채 하루를 못 갔다. 다음날 저녁 무렵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친구가 마침 윙크를 샀다며 꺼내보이는 바람에 슬쩍슬쩍 넘겨보다보니 어느 순간 잡지 전체를 완독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윙크는...... 재미있었다. OTL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만화인 Jump Tree A+의 대학생 버전을 보여주는 듯한 이은혜의 BLUE와 장대한 서사 만화를 지향하는(응?) 신일숙의 리니지, SF로망을 꿈꾸는(으응?) 강경옥의 노말시티를 중심으로 댕기에서 자주 보아왔던 권현수, 유시진 등의 익숙한 만화가들은 윙크에도 금세 적응하게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윙크는 창간호답게 부록이 너무나 빵빵했다. (이게 결정적 포인트!) 지금 보면 별 것 아닌 부록(이은혜가 커버를 그린 철제 케이스)인데, 그 시절의 난 그게 참 갖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댕기랑 윙크)둘 다 사자!"

그게 윙크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어 중간에 댕기가 폐간되고도 꿋꿋이 살아남은 윙크는 내 학창시절의 크다면 큰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윙크를 잊고 있던 동안에도 끈질기게 버텨서 15주년 기념호라는 한국 순정만화잡지계에 기념할 만한 이정표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대견하다. 물론 그 이유 때문에 이번 호 윙크를 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만난 윙크는 이래저래 반가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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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8 01:38 2008/07/18 01:38
하이힐을 신은 소녀
천계영 / 서울문화사 / 1~4 (연재중)



국내 만화계가 많이 축소되고 무너져 암울한 상황이라 해도 아직은 그 명맥이 근근이 이어져 오고 있고,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작가의 이름만으로 일정량 이상의 판매부수를 담보하는 만화가 중에 천계영의 이름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늘 독특한 캐릭터와 설정, 그림체 및 스토리로 화제를 몰고 다녔고, 그런 만큼 기대치도 높고 팬들의 규모도 결코 적지 않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는 그런 천계영의 최신작. <언플러그드 보이>시절부터 유지해 온 팬시 같은 그림체가 돋보이는 학원 순정(?) 만화다. 안 그래도 개성이 듬뿍 묻어나는 그림체가 100% 3D작업을 통해 더욱 독특한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전작 <디비디>가 조금 실망스러웠던 관계로 이번 작품에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의외로 신선한데다 은근히 취향에 맞아서 놀랐다.(그게 2권까지의 느낌) 그 후 3권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의도적인 파격 전개에 실망했으나 그래도 한번 보기 시작한 거라 미련이 남는 통에 4권도 봤다. 조금 시큰둥하게 보기 시작한 4권이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과 숨겨진 갈등이 드러나면서 다시 호기심 증폭. 어느새 5권을 기대하고 있는 나였다.;

예전만큼 열광하지는 않지만 천계영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히 흥미롭다. 역시나 10대 소녀들의 감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듯. 소녀들의 동경과 질투를 동시에 끌어내는 고경희라는 인물하며, 딱 그 나이대의 나쁜남자와 우상의 전형을 보여주는 양욱일, 평범한 듯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조연들과 새록새록 등장하는 캐릭터, 거기다 '관계'와 '집착'이라는 소재를 파격적으로 다루는 솜씨와 패셔너블한 디지털 일러스트들의 향연까지. 나 때와는 또 달리 요즘 아이들이 무엇에 끌리는지 우회적으로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따라가기 버겁기도 하지만; 약간 미친듯한 그 캐릭터와 이야기에는 기묘한 중독성이 있다. -_-;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다음 편이 기대되는 만화. 현재 윙크와 다음 만화에서 연재중인데, 다음에서는 올컬러로 연재중이라 보고 있으면 시각적 재미가 두드러진다. 만화의 생명력이 더욱 살아나는 것 같기도. 아마도 3D 작업물이라 그런가? (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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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3 16:53 2008/07/13 16:53
이미지 출처 : 리브로, 링크 참조



찜 해놓은 책 몇 권 사러 돌아다니던 중, 눈이 번쩍 떠질 만한 문구를 발견. "아르미안의 네 딸들 예약판매(선착순 작가 사인본 증정)" (두둥) 이건 뭐시다냐, 싶어서 클릭을 했더니 말 그대로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재출간 된다는 내용이었다. '환상전집'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서. 용어가 다를 뿐, '완전판'이나 '애장판'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재출간을 담당하게 된 출판사는 '학산'으로, 기존의 (절판된) 단행본이 '대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좀 의외다. (하긴 우리나라에서 작품의 출판사가 바뀌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내 경우 '학산'은 코믹스 형식의 단행본 이미지가 강해서 학산에서 나오는 완전판(애장판)이라고 하니 좀 상상하기가 어렵다. (거기서 나온 애장판 형식의 책이 뭐가 있더라, 생각나는 건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인데, 그건 원서도 그렇고 애장판이라고 하기엔 좀 밋밋해서;;;) 서울출판사대원에서 나온 "슬램덩크" 완전판 정도로만 만들어주면 좋을텐데, 내가 아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심하게 단순한 표지나 엄청난 가격(이 만화는 양도 많은데 한 권에 9000원이 뭐니, 9000원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하드커버로 무장한 양장제본일 가능성이 좀 높아보이는데. 이 경우 제본이 꼼꼼해야 만족도가 높지, 안 그러면 팬들 눈에서 눈물난다.(양장본인데 너덜너덜 갈라지면 그것만큼 속 쓰린 것도 없다) 하드커버로 할거면, 역시 대원에서 나온 김혜린의 "불의 검"이나 "비천무" 애장판 정도로 만들어주면 딱 괜찮을 듯. (그건 정말 이름 그대로 애장판 스러운 제본과 박스세트였음)


만화책 한 권에 9000원이라면 도대체 어느 정도 퀄리티를 상상해야 하는 거냐고 투덜거렸는데, 생각해보니 2005년에 나온 "불의검" 마지막 6권(단행본 11, 12권 분량)도 정가 9000원이었다.; 그렇다면 "아르미안…"도 당연히 두 권 합쳐서 그 정도 가격이 된 거겠지? (설마 한 권 분량이 9000원이면 나 뒷목잡고 쓰러진다.) 사실 완전판, 혹은 애장판이라는 컨셉트 자체가 기본적으로 기존 팬들 울궈먹는(좋게 말하면 팬서비스) 것이고, 만화쪽은 특히나 심각하게 절판공화국인 한국에서 이렇게나마 재출간 해주면 팬들의 입장에서는 값이 비싸더라도 감지덕지 받아먹겠지만, 안 그래도 빠듯한 만화업계에서 새로운 독자층(=소비자층)을 넓히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바꿔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형식의 재출간이 봇물을 이루는 것일테지. 한마디로 기존 팬들의 구매력에라도 기대보려는 만화시장의 안타까움라고나 할까. (결국 되풀이되는 뫼비우스의 띠인가; )


학창시절 용돈 아껴가며 애지중지 사모은 (절판된) 단행본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마 새로 나오는 "아르미안…"도 살 것 같다.('아마'가 아니라 '당연히' 사겠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십 번 재독하며 군데군데 아쉬운 점이나 맘에 안 드는 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예전처럼 "아르미안의 네 딸들, 완전 좋아효, 정말 좋아효, 짱이예욤" 수준의 찬양가는 벗어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만화는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하물며 수능에서도 도움이 된 만화책을 어찌 싫어할 수가 있나. (뇨홋) 바라는 게 있다면, 무려 '환상전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만큼 단순히 복간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일러스트 하나라도, 사소한 일화 하나라도 재미있게 실어주는 센스를 발휘해줬으면 좋겠다. 안타깝게 잘려나간 컷을 부활시켜도 좋겠다. 완전판이라는 명목이 무색하지 않게 말이다. 아무튼 그런 관계로 이번달에도 역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 아아, 세상살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럴 때 외치라고 일숙쌤은 이 만화에서 그리도 징하게 나레이션을 읊었나보다.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잠깐, 타이틀이 "환상전집Ⅰ" 이라고 로마숫자가 뒤에 붙었다는 것은 Ⅱ, Ⅲ 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아르미안…" 뿐 아니라 나머지 작품들도 환상전집이란 타이틀 아래 재출시 될 수도 있다는 말?!? 우왓, 그렇다면 제발 "라이언의 왕녀"랑 "사랑의 아테네" 플리~~~즈!!! 신일숙 만화 중에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지 않은 만화, "사랑의 아테네"는 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읽다가 선생님한테 뺏기고 교무실에서 벌까지 섰던 기억이...-_-;;; (당시 학급서기라서 교무실에 엄청 자주 들락날락하던 때였는데, 벌 서고 있으니까 "오늘은 벌서러 교무실 왔니?"라고 놀리시던 학급주임이 생각나는군. 불쌍하다고 몰래 사탕을 주시고 가셨다;)
2008/06/27 15:01 2008/06/27 15:01


- 취접냉월 / 황미나
- 팀매니아 / 1~2권, 완결 (1995)
- 잡지 연재 : 『르네상스』1991년 1월 ~ 1992년 1월



오랜만에 [취접냉월]을 꺼내 읽었다. "술 취한 나비와 차가운 달"이란 뜻을 갖고 있는 이 만화는 1990년대 초반, 잡지『르네상스』에서 연재된 황미나표 무협만화(라고 한)다.(전문[傳聞]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그 때의 내가 만화잡지라고는 "보물섬" 밖에 몰랐던 순진한 국민초등학생이었기 때문) 이 책을 읽은 건 단행본이 나오고도 한참 지나서였는데, 아마 고 1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일찍이 무협에 심취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무협이란 게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거의 아편 수준의 중독 증상을 유발하며, 어설프게 떼어낼라치면 무시무시한 금단 현상까지 동반하는 마력의 장르물인 건 주지의 사실.(정말?) 따분하기 짝이 없는 야자시간, 공부는 뒷전이고 감독 선생님 몰래 만화책을 읽거나 영웅문을 비롯한 각종 무협소설들을 탐독하던; 그 시기의 내가 무협과 만화의 절묘한 조합물인 [취접냉월]을 읽게 된 건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황미나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은 동양적 정취의 무협물에 대한 꿈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은 '취향'이라는 다소 빈약한 어휘로 밖에 설명할 수 없지만, 밑바닥에 깔린 진한 애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무협이라는 통속적 판타지에서 때론 심오한 철학을 느끼기도 한다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면서도 기존의 무협과는 다른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는 황미나는 정통 무협물의 방식을 따르면서도 이색적인 [취접냉월]을 그려내었다.



하루 아침에 가족이 몰살 당하지만 용케 살아남아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스승을 만나 절대고수로 성장하는 스토리는 무협에 있어 오래된 정석 중 하나다. 철이 들기도 전에 복수심부터 배운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 패턴은 늘 독기어린 아슬아슬함이 있다. 알고보니 스승이 자신의 원수였다거나 더 나아가 진짜 원수는 따로 있다는 설정, 때마침 찾아온 사랑이 원수의 핏줄이라는 갈등 구조는 이제 고전 중의 고전이다. 황미나는 이 전형적인 플롯을 착실히 따르면서, 그녀가 말한 '취향'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데 성공한다. 이른바 '동양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것이다. 수묵화 느낌의 그림체도 그러하거니와 정情에 이끌리는 인물들의 감정 흐름, 애달픈 마음을 표현하는 한시가 배경으로 깔리는 것은 영화보다 절제되고 소설보다 애틋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바로, 까딱하면 흔해빠진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이 만화가 매력적인 이유다. 늘어지지 않고 촘촘하게 진행되는 서술 방식은 예상 가능한 전개임에도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무협복수극의 코스를 착착 밟으면서도 순정(만화)의 두근거림을 놓지 않는 [취접냉월]은 비록 신선하지는 않을지언정 내게는 각별한 만화. 오래된 만화책의 눅눅한 향마저 고풍스럽다. 스산한 밤, 기울어가는 달밤에 읽기에 그야말로 딱이다.


차가운 달이뜨니 취한나비 날아든다
나비야 오지마라 네 앉을곳 없도다
내마음 차갑고 검조차 무정한데
검에 비친 이눈물은 뉘의 것이냐...


검하나에 의지한채 홀로 방랑하는데
강호엔 내한몸 뉠곳조차 없어라
수심속에 잔을드니 옛정이 떠오른다
묻노니 달빛은 어디를 비추는가...


검 대신 잔을 들어 슬픔을 마실 차에
하늘에 달이 뜨니 술잔에도 있어라
강호엔 오늘도 혈화가 흩날리니
무정타 검이여, 내 마음을 모르는고...


- 취접냉월(醉蝶冷月) 중에서 -
2008/05/04 23:39 2008/05/04 23:39
집 구하세요?
야마다 유기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집 구하세요?" ...라고?

얼핏 친절한 부동산 가이드북 같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순정"만화다. 굳이 "순정"에다 큰 따옴표를 친 이유는, 이 책이 작가(야마다 유기)의 "첫·순정·코믹스"이기 때문. 이건 띠지에도 대문짝 만하게 써 넣어 광고를 하고 있을 만큼 만화 전체를 아우르는 특징이 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수많은 순정만화 중 왜 이 만화만 유독 "순정"에 방점을 찍느냐, 대답은 간단하다. 야마다 유기는 원래 순정 만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BL계 작가로,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 만화가인데, 최근 순정에도 슬쩍 손을 대신 모양. 책 뒤에 실린 출판 정보와 짤막한 후기에 따르면 2004년경 가볍게 시작한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1년에 1~2편 꼴로 느긋하게 그린 시리즈를 모아 단행본을 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말은 순정만화라고 하지만 표지에서는 왠지 BL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왕년에 주먹깨나 썼을 듯한 인상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미중년 남자와, 그 뒤로 눈웃음 한방이면 웬만한 여자는 물론 남자도 다 녹여버릴 것 같은 남자, 스마트하고 깔끔해 보이는 인상 좋은 안경남과, 태닝한 피부에 눈 꼬리와 입 위의 점만으로 색기가 줄줄 흐르는 남자까지. 아무리 봐도 이건 순정 만화 표지가 아니다. 만약 이 남자들 사이에, 저 커다란 괴나리봇짐을 목에 둘러메어 마치 최첨단 패션인 양 코디한; 단발머리 아가씨가 없었다면, 누가 이 표지를 보고 이걸 보고 순정만화라고 생각하겠는가. 혹시 출판사에서도 그렇게 오해하는 독자가 있을까봐 일부러 "순정"이라는 글자를 띠지에 적어넣은 게 아닐까. 훗. (농담이고...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야마다 유기의 '첫 순정만화'는 그 자체만으로 이미 광고효과가 높을 게다. 호기심 많은 팬들은 싫든 좋든 야마다 유기의 "외도"를 궁금해하기 마련이거든!)


설정은 간단하다. 하쿠센 역 앞에 "카미야마 상사"라고 부동산 중개업소가 있는데, 그 곳에는 왠지 호스트 클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분위기를 가진 4명의 남자들이 업무를 본다. 집을 알아보러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다간 그 묘한 분위기에 당황해 뛰쳐나가기 십상. 카리스마 사장(통칭 보스)과 늘 웃고 있지만 가끔은 살벌한 모습도 보이는 입사 3년차 타케이(통칭 스마일리), 실제로 호스트 클럽 출신인 시바타(통칭 섹시)와, 입사 6개월차 막내이자 사장의 조카인 카미야마(통칭 안경)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 카미야마 상사에 (표지에도 보이는) 단발머리 아가씨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볍게 시작한 에피소드에서 파생된 시리즈답게 이야기는 당연히 옴니버스식.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1화 보고 살짝 실망했(아니 할 뻔) 했다.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시간도 없고 해서 1화보고 며칠 덮어뒀음;) 어우, 인물들은 상큼한데 이야기가 생각보다 전형적으로 흘러서 어째 좀 진부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기대감이 거의 밑바닥인 상태로 (며칠 후) 2화를 읽었는데, 다행히도 그 다음 이야기부터는 슬슬 제 궤도를 찾아 매력이 흘러나오더라. 총 6화와 번외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옴니버스가 늘 그렇듯 때로는 길게 혹은 짧게 각 멤버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화마다 바뀌는 메인 이야기 언저리에 간간히 나오는 짜투리 이야기와 인물들의 올망졸망한 단순컷, 가령 복실복실한 털복숭이 여자아이의 맹한 얼굴이라든지, 꼭 참새 주둥이마냥 입술을 부-하고 내미는 단발머리 아가씨의 모습이 꽤나 귀엽다. 개인적으로 1화 빼고는 다 나름대로 재미있었는데, 특히 맨 마지막 이야기인 보스의 에피소드는 보면서 내내 히죽히죽 웃었을 만큼 맘에 들었다. (중간에 웃음이 빵- 터지기도. 큽큽-) 과연 미중년의 과거는 흥미롭구나, 이런 느낌? 호호. 미중년에 혹하는 만화 속 흑발 미녀 언니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니까. >_<


그러나 아무래도 작가의 순정만화 첫 도전이어서 그런지 조금 서투르다고 해야할까, 이야기를 무척 조심스럽게 진행시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존 만화(그래봤자 내가 본 건 "마지막 문을 닫아라!" 하나밖에 없다;)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함이나 폭소 개그컷 및 대사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팬들은 조금 심심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뒤로 갈 수록 안정감을 찾고, 특유의 매력이 나오니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또 이 정도 분량으로 끝내기엔 어쩐지 아쉽기도 한데, 왜냐면 이제야 인물들의 관계가 좀 발전하고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는 참인데 아멸차게도 거기서 그만 THE END. (ㅠ_ㅠ) 2~3권 정도 뒷 이야기들이 이어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책은 한 권짜리 단편 만화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후속 권이 나올지 안 나올지 미지수. 야마다 선생, 좀 더 그려주지 않으려나...; 앗,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이 작품, 부정기 연재물이니 2권이 나올 가능성이 그리 희박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나와라, 나와라!) 후속 권에 따라 작품에 대한 완성도나 애정도가 조금 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내려갈 일은 별로 없을 듯) 개인적으로 그림도 참 마음에 든다. 아기자기한 게 예쁜 것이 예전에 본 그림들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 짤막 후기에서도 밝히지만 여자를 그리는 게 익숙치 않아 매번 고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꽤나 공들인 게 엿보인다. 그러니 이 정도면 (대박은 아니라도) 순정만화계에 무난하게 첫 발을 내딛었다고 토닥토닥해 줄 수 있을 듯. 앞으로가 기대가 되는 바이다. ...그런데 만화 다 읽고 웹서핑을 하다보니 나와는 달리, 야마다 유기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자, 이제 순정도 그려봤으니, 다시 본래의 분야로 돌아와주세요!"라는 의견이 많다. 호오~ 이게 팬과 일반 독자의 차이?

잠시 딴 얘기 좀 하자면, 앞서도 말했지만 내가 읽은 야마다 유기의 만화라고는 "마지막 문을 닫아라!"밖에 없다. 늘상 말하지만, BL을 남들보다 훨씬 늦게 접했고, 접하고 나서도 한창 불타오를 때 빼고는 그다지 찾아보지 않는 편이라 야마다 유기의 만화가 아니라도 실제로 본 작품은 몇 개 없다.(요시나가 후미나 이마 이치코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주위 친구들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건네 받거나 들은 정보는 많아서 대충 작가명이라든지 작품 이름, 스타일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야마다 유기의 "마지막 문을 닫아라!"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어서 예전에 친구에게 빌려본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무척 유쾌하고 쌈박했던 것 같다. 그림체도 깔끔하고 개그컷이 제법 취향에 맞아서 꽤나 웃으면서 읽었더랬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여러 작품을 본 독자야 아무래도 이 만화에 생소함을 느끼거나 이전 작품에 더 안정감을 느끼겠지만, 난 본 게 하나 밖에 없으니 이 작품에 대해서도 크게 거부감이나 이질감 없이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작가 스타일에 익숙해지기 전, 그러니까 완전 백지는 아니라도 그에 가까운 상태로 작품을 접했다는 건데, 아마 그래서 읽고난 뒤 어색함보다는 다음 순정만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일 게다. 그러니 이 만화, 야마다 유기의 만화를 별로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무난하게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야마다 유기의 BL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조금 낯설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두 장르 사이에서 괴리감 없이 만화가로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건 작가의 몫. 앞으로도 계속 "순정"에 도전하여 영역을 넓혀갈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켜봐도 좋을 듯 하다. 그러니까 2권 Please~ ♥



덧 1, 원제인 "おひっこし?"를 "이사하세요?"가 아니라 "집 구하세요?"라고 번역한 거 맘에 든다.
덧 2, 아무리봐도 야마다 유기의 그림체... 순간순간 이마 이치코가 생각난단 말야.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건지도 몰라. >_<
덧 3, 이 만화 사면서 동(同)작가의 "누구에게도 사랑 받을 수 없어"도 덩달아 구입.; 몰랐는데, "마지막 문을 닫아라"에서 본편보다 더 인상깊었던 단편 만화가 후속 이야기를 덧붙여 따로 단행본 발매 돼 있더라.(과연 난 이 쪽으로는 정보력이 약해;) 두께도 제법 두툼한 것이 꽤 마음에 들어 망설임 없이 구입, 재밌었다. 그에 관한 리뷰도 조만간. :)
2008/02/05 13:09 2008/02/05 13:09


2권이 여성 쇼군과 미남삼천인이 기거하는 오오쿠의 탄생에 관한 전반적인 배경을 그렸다면, 3권은 그 여성 쇼군이 (대리가 아닌) 정식으로 쇼군이라는 자리에 등극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 1권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여 궁금증만 일으켰던 몰일록(沒日錄)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그려냄으로써 뚝 떨어져있던 1권과 2, 3권 사이의 유기성까지 확보한다. 1권이 본편이라 가정할 때, 일종의 프리퀄이었던 2권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3권까지 이어져 숨겨져 있던 속사정을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더 아프고 가슴 시리게 와 닿는다.


요시나가 후미의 [오오쿠]는 역사적 근거와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정반대의 설정으로 재구성한 만화다. 흥미 위주의 패러디 물일 거라는 착각은 1권에서 이미 보기좋게 깨져버렸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 만화, 상상 이상으로 진지하고 치밀한데다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심오하다. 작금의 현실 세계를 비추어볼 때, 지극히 비현실적인 (그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이 이야기가 이토록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요시나가 후미의 작가적 역량이 얼만큼인지를 가늠케 하는 부분. BL물로 데뷔하여 그 쪽 계통에서 입지를 다졌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 작가의 그릇은 BL에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던 게다. 시대와 장르, 소재에 얽매이지 않는 독특한 상상력과 스토리 텔링 능력, 관계에 대한 시선과 사고방식, 현상을 파고드는 통찰력, 무엇보다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그림까지 매번 새 작품(혹은 다음 이야기)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만든다. 지분대지 않는 인물들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구조, 컷과 컷 사이의 여백, 살며시 눈을 감고 있는 장면이나 등을 돌린 채 주먹을 꽉 쥐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온갖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아무나 그리지는 못하지. 그런 면에서 요시나가 후미는 독자가 어떤 부분에 열광하는지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 듯 하다. 첫 눈에 반하기보다는 서서히 빠져들고 마는 마력. 일단 한 번 맛 들이면 벗어날 수가 없는 마약 같은 중독성을 내뿜는 몇몇 만화가 중 당당히 상위 1% 안에 드는 작가.


작품이 나올 때마다 늘 열광하며 읽어대지만, 마지막 장을 덮어버리는 순간 이미 타는 듯한 목마름에 절규하게 된다. 다음 권은 언제 나와, 혹은 다음 작품은 언제 볼 수 있는 거야, 하면서.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4권은 또 언제 볼 수 있는 건가요? 네? 네? 그러면서 몇 번이고 앞장을 다시 들추며 감상에 젖어든다. 아아, 멋져!


두 주인공들에 대해서만 짧게 몇 마디, (쓰고보니 짧지가 않음, 스포일러 포함이니 주의하세요!)
우선 아리코토의 섹시미에 졸도할 것 같구나. 그늘진 옆모습, 흐트러진 머리칼, 꽉 다문 입술, 쓸쓸한 눈매, 아련한 그 표정이라니. 당장 가서 덮치고(야!) 싶을 정도. (위험해;) 게다가 성정도 좋지, 마음이 넓기로는 하해와 같다. 사랑의 연적에게 한결같이 잘 해주고, 역병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하자 병간호도 도맡아서 하며, 실질적으로 인생 최고의 훼방꾼인 카스가노츠보네가 몸져누웠을 때조차 마다않고 수발을 든다.(이러면 옆에서 보는 사람은 속 뒤집어진다. 오타마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키지 못한 데에 화가 나 방안을 뒤집어 놓는 모습에서는 연민의 정이 뚝뚝. 크흑. 한편 치에사마는, 무려 새로 들어온 오츄로의 가슴팍을 발로 찍어 누르며 "어디서 고개를 빳빳이 쳐들어? (...해석 뻥이 좀 심함. 실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고, 이런 느낌. 후후) 착각하지마, 네가 나를 안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안는 거다!" 따위의 대사를 날리며 삐죽 내민 입술에 카리스마 작렬. 그래놓고 아리코토와 있을 땐 그의 손등에 살며시 손을 포개며 "내게는 너 밖에 없다" 같은 진부하지만 심금 울리는 순정 대사를 나직하게 내뱉질 않나, "나는 대를 잇기 위한 존재일 뿐이야, 안 그래?"라고 이죽거리면서도 순간순간 총명함을 감출 수 없다는 듯 획기적인 정치적 대안들을 토해내서 신하들을 놀라게 한다. 출산을 겪으면서 어머니로서, 여인으로서,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변모해가는 모습은 아리코토가 초조해질 만큼 눈부시고 아름다워서, 결국 오타마에게 쇼군과 잠자리를 같이 하여 대를 이어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른다. 이 대목은 아리코토의 절망감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4대 이에츠나가 후사 없이 사망, 뒤를 이어 5대 쇼군이 되는 츠나요시의 생모가 오만(아리코토)이 아닌 오타마가 라는 게 정설이고, 그것을 남녀역전 오오쿠에서 이렇게 접목시키다니. 와우. 게다가 어린 시절 에피소드에서 오타마의 관상을 본 스님이 '천하의 아버지가 될 상'이라고 하며 놀란 걸 보면, 대를 건너뛰긴 해도 쇼군의 아비가 될 것은 어찌보면 필연적. 진정 흥미진진하다.


역병으로 피폐해져가는 백성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무섭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어떤 식으로 한 인간과, 가족과, 마을과, 나아가 나라 전체를 무너뜨리는지 이 짧은 만화에서조차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생업 전선에 내몰린 부녀자들이 있는 힘껏 가계를 꾸려보지만, 아직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와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병든 노인들이 맥없이 쓰러져 가는 모습을 보다보니, 실제로 저런 상황이 닥친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두려운 상상이 저절로 되더라. 살아서 지옥을 겪는 기분이지 않을까? 행여라도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 장면장면, 시시콜콜하게 잡담할 것이 참 많다. 시간 나면 나중에 그런 것들만 더 써봐야지.
2008/01/15 10:21 2008/01/15 10:21
그림 출처 : 白泉社オンライン


호오,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이 2008년 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정확한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고, 일단 白泉社 홈페이지에서 メロディ 4월호 예고 사이트에 저 배너만 뜬 상태. 한동안 연재 중단 상태였다가 재연재 시작, 3권을 낸 후, 내가 알기로 한번도 펑크 내지 않고 2007년 연재를 끝냈다. 그리하여 얼마 후면 4권이 나오는 상황으로 볼 때 한창 탄력 받은 것 같다. 덕분에 팬들의 관심도 늘어난 것 같고. 워낙 독특한 소재와 설정이다보니 매체에서도 관심이 남달랐겠지.

일단 일본 내에서의 반응은 좀 애매한데, 대부분의 독자들이 기대를 하면서도 좀 회의적이랄까, 우려가 많이 되는 듯 하다. 특히 시미즈 레이코의 그림이 워낙 섬세하고 탐미적이다보니 애니화했을 때 작화가 단순해지거나 망가질까봐 걱정하는 기색이다. 그리고 이 만화가 독특해서 좋긴 한데, 애니랑은 좀 안 어울리지 않나 하는 반응도 있고. 한편에서는 시미즈 레이코의 첫 애니 작품이 "비밀"이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도.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작화 망가질까봐 걱정된다는 의견이 꽤 보인다. 그래도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점에서 기대 심리도 큰 듯. 일단 그건 첫방 보고 판단할 일이다.

그나저나 그 장기 돌출 장면이나 뇌 뚜껑 열린 장면(?)을 애니에서 어떻게 묘사할 지 궁금하군. 혐오스러운 것을 최대한 사실적이면서도 혐오스럽지 않게 묘사하는 게 "비밀"의 장점이자 특징인데, 과연 애니에서도 그 느낌을 잘 살려줄지 모르겠다. 그런 건 다 차치하고... 우선은 소박하게, 원작 망치는 애니라는 말만 안 들으면 좋겠다.
2008/01/01 09:35 2008/01/01 09:35
비밀(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 시미즈 레이코(清水玲子)

무대는 서기 2060년. 그 때에는 흉악사건 해결을 위해, 죽은 사람의 뇌를「보는」수사가 실시되고 있다. 범죄자나 피해자의 뇌 속을 매일매일 들여다보는「제 9」의 남자들. 그들의 힘겨운 싸움을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붓놀림과 세밀한 심리묘사로 그려낸 것이 바로「비밀」시리즈다. 그 세계관의 리얼함과 안타까움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훔쳐가버린 이 시리즈를 단숨에 소개! 기존에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시미즈 레이코의 인터뷰와 함께 전한다.


─ ● 뇌를「본다」는 것은?

「MRI를 사용하는 것」. 즉, 죽은 사람의 뇌를 손상이 없는 상태로 들어내어, 사후 10시간 이내에 MRI스캐너를 통해, 고인이 생전에 보았던 영상을 재현하는 것이다. 보통의 인간들은 뇌의 능력을 불과 5~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MRI스캐너를 통해 뇌의 능력을 120%로 끌어올리면, 최대 5년(「─1999시점에서는 2년」)까지 재현할 수 있다. 단, 음성의 재현은 아직 실현 불가능하기에 이 방법에는 독순술(讀脣術)이 빠질 수 없다. 덧붙여, 고인이「보고」있기만 하다면 유령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비추어낸다.

─ ●「제 9」란?

정식 명칭은 과학경찰연구소 법의학 제 9 연구실, 줄여서「제 9」. 실장인 마키를 중심으로 8명으로 이루어져있으며「MRI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 평범한 수사로는 원인을 해명할 수 없는 흉악범죄를 담당하고 있다. 수사원의 대부분이 국가공무원 1급 시험 상위 합격자로, 도쿄대 혹은 교토대 졸업생으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이기도 하다. 범죄자나 피해자의 뇌를 보는 행위로 인해 정신적으로 이상을 일으키는 사람도 많다. 그 연구실은 우주스테이션 수준의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다.

─ ● 제 9의 사람들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난 영상을 매일매일 들여다보는「제 9」의 수사원들. 엘리트일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한 남자들이다. 그러나 의외로 분위기를 잘타서, 마키 이외의 사람들은 시시한 이야기에 열광하기도 한다.

薪 剛 (마키 츠요시)
제 9의 실장으로, 초창기 멤버로는 유일하다.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미모의 소유자. 자칫 잘못하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일도 있다나 어쨌다나. 좀처럼 웃지 않으며 일에 대한 자세는 무척 엄격하다.「제 9」에 들어온 사람 중에 절반은 마키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뒀다.

青木一行 (아오키 잇코우) : 번역본에는 '이츠코우'라고 돼 있음; (분명 촉음인데 왜 저렇게 번역했지?;;)
2060년,「제 9」에 배속된 신입. 오래전부터「제 9」를 동경해왔다. 마키에게 호되게 당하지만, 열의를 갖고 극복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살짝 얼빠진 점이 좋았을지도? 항공기 조종 면허를 가지고 있다.

岡部 (오카베)
아오키의 선배. 아직 36살 밖에 안 됐지만 더 나이들어 보인다.; 마키가 아무나 손댈 수 없는 존재였으면 좋겠는지 아오키와 같이 있는 걸 보면 질투(?)하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덧붙여서 아오키의 입장에서는 오카베의 중후함이 부럽기도 하다.

小池、宇野、曽我 (코이케, 우노, 소가)
아오키의 선배들. 우노와 소가는 처음 배속됐을 때의 아오키를 놀리는 것을 즐거워한다. 소가는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해서 실언을 하는 일이 많다.

─ ●「비밀 : THE TOP SECRET - 1999 (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 1999)」

무대는「비밀 - 2001」로부터 5년 전의 미국. 오점이 없는 것이 최대의 오점이라 평가될 정도로 깨끗한 제 57대 미국 대통령, 존·B·리드가 누군가에 의해서 살해된다.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은 독순술 전문가인 케빈·루미스에게 의뢰를 한다. 그것은 시험적으로 처음 실시되는 "MRI 수사"였다. 그러나 극비여야 할 수사내용은 당일 매스컴에 흘러들어가 버린다.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되는 공포를 알게 된 케빈은….

─ ●「비밀 : THE TOP SECRET - 2001 (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 2001)」

신임 경찰관, 아오키가 배속된 곳은 동경하던「제 9」. 그가 처음으로 수사를 맡게 된 사건은 같은 날 전국에서 9명의 소년이 자살한 사건이었다. 조사를 하던 중 이 소년들이 과거의 29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것은 마키의 동료 스즈키의 죽음과 연관된 사건이기도 했다. 마키의 의외의 약점을 알게된 아오키는 사건의 진상을 쫓는 한편 행동에 나서는데...

─ ●「비밀 : THE TOP SECRET - 2002 (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 2002)」

「제 9」로 인간의 뇌가 배달되어 온다. 그 뇌의 주인은 놀랍게도「제 9」최초의 여성수사원의 것이었다…! 사체에도 마키에게도 주눅들지 않는 조금은 괴짜인 아마치. 그런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엄격했던 아오키였지만 그 직후에 그녀가 살해당한 것을 알고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안절부절 못하던 아오키는 홀로 그녀가 마지막으로 행적을 남겼던 병원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의식을 잃고 만다 ─ !? 아마치가 인생 최후에 보았던, 그리고 가장 바랐던 꿈은 어떤 것이었을까?

─ ●「비밀 : THE TOP SECRET - 2003 (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 2003)」

가마쿠라에서 일어난 일가족 참살 사건. 그 범인이자 아버지의 교수형이 집행된다. 아오키는 그 아버지의 뇌를 혼자서 보게 되고, 이미 집행이 끝난 사건이라 무엇을 발견해도 판결은 번복되지 않는 상황. 그러나 아오키는 행방이 묘연한 일가의 장녀, 키누코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이 그 키누코가 야마구치에서 발견된다! 범인이 사형을 받은 이상 무죄방면이라고 말하는 마키를 납득할 수 없는 아오키는 키누코의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 ●「비밀 : THE TOP SECRET - 2004 (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 2004)」

왼 손과 왼 발이 분쇄되고 전신의 껍질이 벗겨진 채 목이 절단된 사체가 발견된다. 그 뇌에는 손상이 없었으며, 피해자인 츠치야를 때리는 "동물옷을 입은 챗피(チャッピ)"의 영상이 남겨져 있었다.(번역본에는 캣피라고 번역돼 있음; 도대체 왜? ...チ를 キ로 잘못 봤나?;) 게다가 5년 전, 그가 친구들과 함께 겪었던 살해사건의 영상도 남아있다.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는 5년전의 그 사건이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어째서 그들은 그때 신고하지 않았던 것일까. 의문은 깊어만 가고….

─ ●「비밀 : THE TOP SECRET - 2007 (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 2007)」

피해자에게 공통점이 없는, 동기가 불분명한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아오키는 피해자와 범인 모두 한결같이 손톱 끝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을 밝혀낸다. 그러나 손톱 끝에 도대체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그것은 알지 못한 상태. 그러던 어느날 전염성 감염증에 걸린 변사체가 발견된다. 게다가 그 사체의 해부 도중 미요시가 감염되고, 이어서 아오키까지 감염되고 만다. 범인도 치료법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데….


시미즈 레이코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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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교보 갔다가 일서코너를 배회하던 중, 파후(ぱふ)에 시미즈 레이코 인터뷰가 실려있다고 큼지막하게 써 있어서 덜컥 사버렸다. (뜯어보니 인터뷰는 꼴랑 2장. ㅠㅠ) 여튼 시간도 남는 김에(...는 아니고, 왠지 땡겨서) 간만에 번역해 보았음. 인터뷰 보면서 "비밀"의 내용을 찬찬히 정리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07 내용 기대도 되고.

근데, 정작 재미있게 읽은 것은 "순정 로맨티카" 관련 기사…;
"순정 로맨티카" 하니까 생각나는데, 난 예전에 이 만화가 당연히 "순정 (소녀)만화"인 줄 알았다. 제목에도 "순정"이라고 못 박아놨잖아.-_-; 어쩌다보니 '이 만화 좋아좋아'! 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럼 나도 한번 봐 볼까?'하고 무심코 봤는데, 어뭐- 이거 BL이었어!!!;;; 하..하하. 워낙 덜렁대고 산만해서 관심이 집중되기 전까지는 표지고 줄거리고 일체 신경 안 쓰고(관심 없으면 들었어도 바로 까먹는 뇌 구조;) 바로 내용으로 돌진하는 편이라 몰랐었는데, 정신 차리고보니 표지에 남자 둘이 그려져 있네? 아하하..하하. 어쨌든 순정 로맨티카, 재미있었음. 비록 2권까지 밖에 못 봤지만-_-; 그것도 대에충 훑어보는 수준이라 자세하게 못 봤는데, 이번 파후 기사 읽고 관심이 급증했다. 조만간 정독해주지.
사실 BL 어쩌고 저쩌고 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어차피 다~ 사랑으로 깨 볶고, 콩 볶아 먹는 연애 얘기다.(크흑) 연애 얘기에 BL이고 노멀이 다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결론은 "I Love You" 인데. 사랑에 겨우면 지지리 궁상 떨고 싸움도 하고 그런 법이지. 어쨌거나 쌀쌀한 겨울에 염장이 타 들어가누나.


그나저나 일본은 BL도 TV 애니메이션화가 되는구나! +_+ 원래 그랬었나? 생각해보니 그랬었던 것 같기도 하고.; (워낙 이 바닥에 발을 얕게 걸쳐놔서 관심있는 것 빼고는 죄다 문외한이야...;;;) 여튼 작화가 예쁜 편이니, 애니메이션 만들어놓으면 때깔은 좋겠네. 성우들 기대되는군. 홍홍.
2007/12/18 15:56 2007/12/18 15:56
1. 시미즈 레이코(清水玲子)의 "비밀(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 4권이 내년 1월 29일에 발매된다는 소식. (白泉社ジェッツコミックス, size A5, 770円) 시미즈 레이코 팬페이지와 하쿠센샤(白泉社)에서 얻은 정보이니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꺄아~) 아직 아마존이나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안 올라온 모양. 3권이 올해 2월 말에 나왔으니 4권이 예정대로 발매된다면 1년도 안 되어 나오는 셈.(거의 1년이긴 하지만;) 격월간 잡지에 연재하는 만화인데다 2권과 3권 사이의 기나긴 발매 텀을 생각하면 4권이 나오는 속도는 오히려 초스피드에 가깝다. ㅠㅠ 감동감동. 물론 4권이 2권에서 3권 나오기까지 걸렸던 시간 만큼은 안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발매 일정이 잡혔다. 워낙 기대를 안 하고 있었던 탓에 얼떨떨하기까지 하다. 정보에 따르면 メロディ 2월호부터 비밀(秘密 :トップ・シ-クレット)의 2008년 새 이야기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어어, メロディ를 사 봐? 그 잡지에 오오쿠大奥도 연재하는데... 으음, 땡기는군.)


2. 아소우 미코토(麻生みこと)의 "천연소재로 가자(天然素材でいこう。)"가 문고판 만화로 새로 나오는 모양이다. (내년 1월 11일에 1, 2권 발매를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나올 예정인 듯)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라이센스판을 어렵게 중고로 구해서 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원서가 무척 갖고 싶었는데 죄다 품절이라 아쉬워했거늘, 종이 질 좋고 인쇄발 좋은 문고본으로 나온다니 기쁘다. (크기가 쬐끔 작아지긴 하겠지만, 전에 마츠모토 토모(マツモト トモ)의 "키스(キス)" 문고 만화 사보니까 종이질이 좋아서 그런지 먼저 나온 단행본보다 인쇄 상태가 깨끗해서 보기에는 더 나았다. 해서 전체적인 크기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더라. 사실 별반 차이도 없고;) 단행본이 전 10권 완결이었으니 문고 만화는 5권 정도로 압축될 듯하다. (타만화의 경우도 대부분 그렇고) 그나저나 한국에서도 이 만화 품절인데, 혹시 이 기회에 재발매 안 해주려나; 아소우 미코토... 한국 팬도 꽤 많은 것 같던데.


3. "오오쿠大奥" 3권 관련 소식 추가



오오쿠 3권 발매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마존재팬 등에 표지 사진이 안 떠서 궁금하던 차에 혹시나 하고 メロディ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발견. 과연 저 그림이 표지로 쓰일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반가워서 냅다 캡쳐. (뇌 회전보다 손이 더 빠름을 새삼 경험했다;)

대충 저기에 쓰인 내용을 한글로 옮겨보면,

3대 쇼군인 이에미츠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 아리코토.
간신히 소중한 연인과 있을 곳을 손에 넣은 두 사람이었으나,
역사의 흐름은 그것을 용납치 않는데...


요시나가 후미의 남녀역전시대극화, 오오쿠 제 3권.
최신 단행본 제 3권이 2007년 12월 20일(목) 발매됩니다!!


↑ 뭐 이런 내용.

끄아, 단 몇 줄로도 파란만장한 내용이 절로 상상되는구나, 빨리 보고 싶다아!
내용도 내용이지만 요시나가 후미의 '오오쿠大奥'는 그림 자체가 색기발랄;한데다 절도가 있어서 참 좋단 말이지. (아잉~) 여튼 이제 2주 남았음. 냐하하항. (근데 그림 속의 저 여인은 소녀 '이에미츠'가 자란 모습인가?!?'ㅁ')
2007/12/09 09:37 2007/12/09 09:37